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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금리인상 가능성 부정했지만…강달러에 피벗 고민 깊어지는 한은
연준, 6회째 기준금리 동결…한미금리차 2%P 유지
“2% 물가목표 진전 부족”…금리지속 가능성 시사
강달러 따른 고환율 계속될 듯…물가 상승압력
1분기 깜짝 성장도 한은 금리 인하 어렵게 해
“한은 금리인하 시점 최소 연말, 내년 넘어갈수도”
한.일.중 재무장관회의, ASEAN+3 및 ADB 연차총회 참석차 해외출장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중간 기착지인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주요 결과와 국제금융시장 동향 관련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가 참석한 가운데 화상으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연준이 현재의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시사하면서 고환율·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연준은 1일(현지시간)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정책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이후 6회 연속 동결하면서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을 지속하게 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 “최근 몇달간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추가 진전이 부족하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다소 매파적인 성명문과 달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현재의 정책이 인플레이션 완화 지속에 충분히 제약적이라고 강조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정한 점 때문에 비둘기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도 후퇴하면서 현재의 고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국(3.50%)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2.00%포인트(상단 기준)를 지속했다. 이달 23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미국보다 먼저 완화 기조로 통화정책을 전환(피벗)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에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통화 완화를 시사했다.

연준의 피벗이 지연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먼저 통화 완화로 전환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달러 강세가 두드러져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올들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105~106포인트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기준점인 100을 넘으면 달러 가치가 강세라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중동 불안 등의 영향으로 지난 16일 장중 달러당 1400원선을 뚫었고 최근에도 13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BOJ가 달러당 160엔 안팎까지 떨어진 ‘슈퍼 엔저’를 계속 용인한다면, 엔화에 동조되는 경향이 있는 원화도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수입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동하게 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면서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체감물가에 직결되는 농축수산물은 10.6% 올랐고, 그 중에서도 농산물은 20.3%로 상승폭이 더 컸다.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류도 1.3% 상승했다.

고환율·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은 한은의 물가 목표(2%) 달성을 어렵게 해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예상한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인데, 유가 등이 안정돼 경로가 유지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경제성장률도 한은의 금리 결정을 힘들게 하는 변수다. 1분기 성장률이 1.3%로 시장 예상(0.6~0.7%)을 웃도는 깜짝 성장을 하면서 금리 인하 명분을 흐리게 한 것이다. 직전 분기 성장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 등 일회성 요인이 있는 만큼, 당분간 경기 흐름을 지켜보면서 인하 깜빡이를 켤 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 인하 전환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연준은 빨라야 9월에 금리를 인하하거나 올해 못 할 수도 있는데, 그 전에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하기 어렵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최소 연말이거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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