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획득한 박태준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금메달 시상대에 오르며 기뻐하고 있다. 2024.8.7. 파리=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7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겨루기 남자 58㎏급에서 한국 태권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준(20·경희대)이 태권도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입학 전이다.
박태준은 동네 도장에서 흥미를 붙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겨루기를 배웠다. 하지만 취미 수준을 넘어 직업으로서 태권도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반복 훈련에 지쳐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부모한테 통보하기도 했다.
박태준이 앞만 보고 달린 건 ‘롤 모델’이 나타나면서다. 태권도 스타 이대훈(대전시청) 코치다.
박태준이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이 코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남자 68㎏급에 출전, 동메달을 땄다. 당시 이 코치는 금메달은 놓쳤어도 자신을 지켜본 후배들을 팬으로 만들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 코치는 리우 대회 8강에서 복병으로 떠오른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했지만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줬다. 이후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간 동메달 결정전에서 명승부 끝에 자우아드 아찹을 눌렀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털어낸 이 코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의 대업까지 달성했다.
이 코치의 전성기를 지켜본 박태준은 그를 좇아 한성고에 입학했다. 한성고는 이 코치의 모교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전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박태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
‘이대훈 키즈’ 박태준은 고교 시절부터 이 코치한테 직접 조언을 구했다. 이 코치가 학교까지 찾아와 각종 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고1 때 신장이 170㎝ 초반이었다는 박태준은 이후 180㎝까지 크면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고3 때는 2022년 태극마크를 다는 쾌거를 이뤘다.
이 코치가 확인한 박태준의 재능은 실제로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경럅급의 새 기대주로 떠오른 박태준은 2022년 10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출전, 58㎏급에서 금메달을 따왔다. 2020 도쿄 대회의 금·은메달리스트 등 당시 기준으로 해당 체급 올림픽 랭킹 2, 3, 4, 7위의 강호를 모두 꺾으며 첫 무대부터 국제 경쟁력을 제대로 입증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주인공은 박태준이었다. 54㎏급 결승에서 아리요 바스케스(스페인)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땄다.
이때의 우승으로 박태준의 이름 뒤에는 ‘태권도 초신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올림픽까지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첫 출전 올림픽 무대에서 남자 58㎏급 최초의 금메달을 한국 태권도에 안겼다.
박태준의 고교 선배이자 롤 모델인 이 코치가 올림픽에서 가장 높게 올라간 곳은 시상대 2등 자리였다. 이 코치는 2012 런던 대회 때 박태준과 같은 58㎏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렸다. 한국 박태준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2024.8.7/ 파리=이상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