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확정에 손가락 떨며 눈물 쏟아
“심장, 영혼, 신체 모두 올림픽 위해 바쳐”
지난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테니스 단식 결승전 사싱식에서 금메달을 딴 세르비아 조코비치가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정주원 수습기자] 테니스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가 4전 5기 끝에 올림픽 금메달의 한을 풀었다. 노박 조코비치(37·세르비아)가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올림픽 최고령 우승자가 됨과 동시에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5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파리 대회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를 세트 스코어 2-0(7-6〈7-3〉,7-6〈7-2〉)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연소’와 ‘최고령’의 맞대결로도 기대를 모은 이 경기는 한 달 전 윔블던 결승의 리턴 매치로 진행됐다.
경기는 두 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갈 만큼 팽팽했지만 결국 금메달은 조코비치에게 돌아갔다.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조코비치는 경기장에 그대로 주저 앉아 손을 바들바들 떨며 오열했다.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자(24회)이자 통산 99번의 투어 우승을 한 테니스 전설에게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극적인 모습이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이룬 업적 중 최고”라며 “내 심장과 영혼, 신체, 가족, 모든 것을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바쳤을 정도다. 엄청난 전쟁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파리 대회 우승이 확정된 순간 코트에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게티이미지닷컴] |
조코비치의 금빛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처음 참가한 2008 베이징 대회에선 단식 4강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에 패해 동메달을 땄다. 이 기록이 그동안이 최고 성적일 만큼 조코비치는 유독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12 런던 대회에서 4위, 2016 리우 대회에서 1회전 탈락, 2020 도쿄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다.
그사이 라이벌로 함께 경쟁한 ‘빅4’ 중 3명(페더러·나달·머레이)은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심적으로 더 쫓기게 된 조코비치는 올 시즌 각오를 다지며 절치부심 했지만 올해 출전한 8번의 대회에서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6월 무릎 수술까지 받으며 대회 출전까지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조코비치는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수술 후 놀라운 회복 속도로 재활에 성공하며 출전이 불가능해 보이던 윔블던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1회전(64강)부터 결승까지 총 5경기 동안 단 하나의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1988 서울 올림픽에서 테니스가 정식 종목으로 인정된 이후 최초의 무실 세트 우승을 완성했다.
결승에서 패해 역대 최연소 금메달을 놓친 알카라스는 아쉬움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조코비치에 경의를 표하며 “간절한 조코비치는 정말 무서웠다. 나도 최고의 테니스를 보여줬지만 그가 훨씬 뛰어났다”고 말했다. 알카라스는 또 “언젠가 나의 시간도 올 것”이라며 “스페인에 금메달을 선사할 때까지 계속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24 파리 올림픽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키스하는 조코비치. [게티이미지닷컴] |
조코비치와 알카라스의 명승부는 4년 뒤 다시 열릴 가능성도 있다. 조코비치가 2028 LA 올림픽 출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4년 뒤 그의 나이는 41세다. 그는 “국가대표 자체가 이미 동기부여다. 더 큰 동기부여는 없다”며 “LA에서도 뛰고 싶다. 올림픽에서 나라를 위해 뛰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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