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슛오프 접전끝에 개인전金
양궁協 선수선발·훈련 체계 주목
정의선 회장 “선수 기량으로 성공”
김우진(왼쪽)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짓고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파리=이상섭 기자 |
지난달 25일 랭킹 라운드를 시작으로 4일 남자 개인 금메달 결정전까지,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린 파리 앵발리드 광장에선 5번의 메달 수여식(시상식)이 진행됐고 매번 빠짐없이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대한민국은 양궁 종목을 휩쓸면서 이번 대회 양궁에 걸린 5개 금메달을 모두 거머줬다. ▶관련기사 22면
우리나라의 ‘양궁 패권’의 대미는 대표팀 최고참 김우진(청주시청)이 장식했다. 그는 4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을 슛오프 접전 끝에 6-5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우석(코오롱)은 준결승에서 김우진과 만나 패배하며 3위 결정전에 나섰고, 플로리안 운루(독일)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역대급 명승부...4.9㎜로 승부 갈려= 결승은 두고두고 기억될 명승부였다. 1세트를 엘리슨에게 내준 김우진은 2세트에서 만회했다. 첫발은 10점이었지만 두 번째 화살도 8점으로 흔들렸는데 다행히 엘리슨도 9점-8점으로 같이 흔들렸다. 김우진은 마지막 쏜 화살을 10점에 꽂았고 엘리슨의 마지막 화살은 7점에 그치며 28-24로 승리했다.
하지만 3세트에서 김우진이 날린 3발이 모두 9점에 그친 반면, 엘리슨은 10점-10점-9점을 기록해 한국은 세트점수 2-4로 패배 위기에 몰렸다.
김우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4세트에서 9점-10점-10점을 기록, 9점-8점-10점을 기록한 엘리슨을 29-27로 눌렀다. 세트 점수 4-4로 동점을 만들며 마지막 5세트로 돌입했다. 마지막 세트는 두 사람이 올림픽 결승전에 나설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김우진이 연거푸 10점을 꽂았는데, 엘리슨 역시 10점 3발로 응수하며 동점을 지켰다.
승부는 단 한 발의 슛오프에서 결정됐다. 슛오프에서 김우진은 9점과 10점 라인에 걸린 10점을 꽂았다. 이어진 엘리슨의 화살 역시 라인에 걸쳤지만 10점이었다. 규정상 점수가 같을 땐 과녁 중심까지의 거리가 짧은 선수가 이긴다. 김우진은 55.8㎜, 엘리슨이 60.7㎜였다.
▶양궁, 새로운 역사를 쓰다= 앞서 남녀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혼성전),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확보해 둔 한국은 양궁 종목 마지막 날 김우진까지 금메달 명중에 성공했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 금메달을 독식한 건 금메달 4개가 걸려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지난 2020년 도쿄 대회에 혼성전이 처음 도입되며 양궁 세부종목이 5개로 늘었는데 당시 한국팀은 남자 개인전 금메달은 놓쳤다.
김우진은 이번 대회 단체전, 혼성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모두 금메달을 가져가 3관왕에 등극했다.
동시에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한국 선수로 등극했다. 김우진은 2016 리우와 2020 도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갔고, 이번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추가해 모두 5개의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지금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가장 많이 목에 건 선수는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 등이었다.
이번 대회에선 대한양궁협회의 공정하고 체계적인 선수 선발과 훈련 시스템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다.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겐 ‘양궁 대부’란 칭호까지 붙여졌다.
김우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개인전 메달은 나 혼자 딴 게 아니다. 우리 감독님, 코치님, (협회) 임원분들, 선수들 모두가 하나가 돼 다 쏟아보자고 하고 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 본인이 가진 기량을 살려 모든 걸 이뤘다는 게 제일 기쁘다”며 “협회와 저는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도운 것뿐”이라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안세연·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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