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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의 여왕' 김수현의 작품을 끌고가는 남다른 힘[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수현, 다시 봤다.

김수현은 1988년 2월 16일생으로 36세다. tvN ‘눈물의 여왕’에서 재벌가 퀸즈의 사위이자 시한부 아내 해인(김지원)을 둔 변호사 백현우를 연기하고 있는 그는 나이 드는 게 아니라 멋있어지고 귀엽다. 양복을 입으니 완벽하다. 거기에 매회 눈물까지 흘린다.

김수현이 흘리는 눈물의 힘은 막강하다. 21일 방송된 14회에서는 뇌종양에 걸린 아내 해인(김지원)이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았던 기억'을 잃을까봐 수술을 안하려고 하다, 수술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자.

해인이가 수술을 하려고 하지 않자 현우는 호텔 커피샵에서 소매를 걷어 영자지를 보면서 뭇여성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하는 '쓸데 없는 매력 발산' 전략을 통해 질투심을 유발시킨다.

그러다 해인을 제거하려는 홍만대 회장의 동거녀 모슬희(이미숙)의 음모를 알고 해인이 있는 차로 갔지만, 이미 폭파돼 불이 나는 상황. 해인이 죽은줄 알았던 김수현은 맨손으로 차유리를 깨며 "해인아!" 하며 오열했다.

이를 뒤에서 보던 해인은 자신이 죽으면 남편이 이럴거구나 하는 걸 알게되면서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예능감 좋은 박지은 작가는 이를 코미디 대사로 마무리 한다. 해인은 "소매를 걷으면 '헉' 소리 나는데, 술 마시면 귀엽고, 울면 안아주고 싶은 남자. 여자들이 가만 놔두겠어. 내가 그 꼴은 또 못보지"라고 하고, 현우는 "뭔 소리야"라고 하자 "수술 받겠다는 소리야"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김수현은 "내가 미안해" "너도 여기 있어. 제발" "해인아"라고 할 때마다 울컥하게 된다.

김수현이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장면을 보고 마음을 고치고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면, 김수현의 이 눈물 연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그의 연기는 해인뿐만 아니라 시청자인 나까지도 설득시켰다. 논리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 모두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연기를 펼쳤다.

‘눈물의 여왕’을 보면서, 김수현이 어느덧 한 작품을 완전히 끌고갈 수 있는 힘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가지게 된다. 눈물연기로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홍해인의 할아버지인 홍만대 역으로 나오는 배우 김갑수도 "수현이, 참 잘한다"고 말했다.

'눈물의 여왕'이라고 할때, 눈물의 여왕이 김지원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눈물=김수현, 여왕=김지원이었다.

'눈물 담당' 김수현은 눈물로 다양한 결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초반 편의점에서 술 먹으면서 하는 눈물연기는 울면서 하는 웃기는 연기다. 이게 애드립으로 이뤄졌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애드립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무수한 연습을 거쳐 자동으로 발사되는 것이다. 그러다 후반으로 가면서 더욱 슬픈 눈물 연기를 펼치고 있다.

나는 며칠전 아내를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르는 남편들에게 "김수현 처럼 해봐"라고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 "단,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단서를 빼먹었다.

일반 남편들은 백현우 역을 하는 김수현만이 가진 걸 결여하고 있다. 이를 소위 '갭 차이'로 설명한다. 이로써 김수현은 익지 않았는데도 성숙한 연기가 가능해지고, 전달력을 배가시킨다.

얼굴은 동안이면서 소년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목소리는 중저음 어른 목소리와 짙은 감성이 나와 놀라게 된다. 소년처럼 해맑게 웃을 때는 그냥 좋지만,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는 진정성 있는 연기가 울림을 높여준다.

그런 이유 등으로 인해 무엇보다 깊이 있는 눈빛에 묵직한 울림, 그리고 애처로운 표정으로 작품의 무게감을 하드캐리하는 게 가능하다. 이제야 시골 태생의 따뜻한 감성 소유자로 명석한 두뇌와 남다른 운동 신경, 조각같은 비주얼까지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진 완벽남 백현우 역을 왜 김수현에게 맡겼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해품달' 종방연에서 만난 김수현-김유정.[사진=서병기 기자]

나는 김수현을 '자이언트'(2010) '드림하이'(2011)에서는 만나지 못했고, '해를 품은 달'(2012)때 인터뷰를 했다. 그의 나이 23살. 인터뷰를 하고 '누가 김수현을 미소년이라 하는가'라는 글을 썼다. 헤럴드경제 신문사를 방문했던 당시 여기자와 여직원들이 몰렸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김수현은 '도민준'처럼 늙지는 않고 계속 연기만 발전할 것 같다. 그러니 갈수록 '갭 차이'는 더 많이 나면서 연기 시너지를 발생시킬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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