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①] 최재림 “‘시티오브엔젤’ 스타인이 속물로 보이나요?” 
[마주보기①] 최재림 “‘시티오브엔젤’ 스타인이 속물로 보이나요?” 
  • 김진선 기자
  • 승인 2019.09.02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인이 속물인 것은 인정해요. 그래서 관객들이 스타인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죠. 그가 어떤 인성을 가졌건,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말이에요.”

배우 최재림이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에서 스타인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는, 자칫 잘못 표현하면 ‘나쁜 놈’으로 밖에 그려질 수 없는 인물이다. 최재림은 인물에 드러내는 데 있어서 ‘설득력’을 중점에 뒀다.  

‘시티오브엔젤’은 토니어워즈 6개 부문 석권, 드라마데스크어워즈 등 8개 부문 수상을 내세우며, 작품성과 흥행성,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 스테인과, 그의 시나리오 세계 속 주인공인 탐정 스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극중극으로 꾸며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 등의 재미 요소가 다양하다. 작가를 꿈꾸는 스타인이 사는 현실 세계에는 여자 친구 게비지만, 영화 속 세계에서는 스톤의 잊혀지지 않은 옛 애인이다. 현실에서는 스타인을 사랑하는 도나지만, 영화 속에서는 스톤의 조력자이자 비서다. 

“스타인과 스톤 외 인물들은 모두 1인 2역으로 이뤄져요. 배우들이 현실과 영화 속 세계를 구현하면서 만들어가는 시너지 만으로도 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죠. 어떤 배우들끼리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이 나오는 것이 ‘시티오브엔젤’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최재림이 인물에 대한 설득력에 공들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현실과 영화 속 장면이 교차될 뿐 아니라, 1인 2역이 이뤄지는만큼, 중심을 잡는 스타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타인 스토리에 개연성이 있어야, 전개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스타인은 영화 제작사 버디 피들러의 ‘재력’을 이용하고, 여자 친구 게비의 ‘편집 능력’을 빌려 대본을 봐달라고 하죠. 그러면서 버디의 비서인 도나와 바람을 피워요. 오리지널 작품은 스타인의 속물적인 면모가 더 심했대요. 톤을 다운시키고, 대사와 표현을 바꾸면서 관객들의 이해를 높이는 과정을 거쳤어요. 관객들이 스타인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거부감이 들지 않게요.”

하지만 이런 고민과 다르게, 인물 특유의 ‘맛’을 잃을 뻔한 고비도 있었다. 스토리 안에 인물이 묻히게 되면서, 스타인이 작품 속에서 끌고 가는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연습 도중에 인물이 좀 싱거워지는 거 같아서, 미움을 받더라도, 성격을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이 바꿨어요. 창작자로서의 긍지가 아니라, 성공만 보고 달린 스타인의 선택이 잘 못된 거죠. 결국엔 무너지고요. 그런 스타인의 성장기가 ‘시티오브엔젤’인 거 같아요.” 
 
특히 작품의 넘버(뮤지컬 음악)는 재즈, 블루스, 스윙 등 다채로운 장르 인에서 구현된다. 매 공연마다 18인조 빅밴드를 구성해 라이브 연주를 선사한다. 쉽지 않은 음악 장르 때문에 연습과정이 힘들진 않았을까.  
“제가 부르는 노래는 재즈 보다는 뮤지컬 넘버와 비슷해서 어렵지 않았어요. 재즈에 관심이 있어서 좀 배워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재즈는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싱어의 역량에 따라 변화무쌍한데, 제 감성, 발성과는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뷰어스 DB
사진=뷰어스 DB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을 맡은 만큼, 부담이 될 수 있다. ‘시티오브엔젤’은 무대 변환도 많고, 움직임도 많아 배우들의 에너지가 많이 요구돼 보였기 때문이다. 

“전작 ‘마틸다’에서 단 두 번의 등장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어요. 정말 쉽지 않았죠. 이번 작품은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많지 않은 느낌이에요. 다른 배우들이 무대 체인지 등으로 바쁠 때 전 ‘단추 하나 더 풀까, 아님 그냥 둘까’라고 편한 생각도 할 정도로 여유로워요.”  

작품을 통해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작가나 연출 쪽으로 고개를 돌릴 계획이 있느냐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작가는 한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이고, 배우는 인물을 창조한다고 하더라고요. 인물 한 명 구축하는 데에도 이렇게 힘이 든데, 이 많은 인물들이 뒤엉켜 사는 세계를 어떻게 창조할까요? 정말 어려울 거 같아요. 2막에 지미가 ‘누가 이 대본에 버터 칠 해놓은 거 같지 않아?’라고도 하는데, 작가들이 상상한 장면과 인물이 다른 방향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면 충격, 좌절이 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자를 몸으로 표현하고, 감정을 풀어내는 배우로서, 스타인의 창작 활동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법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달랐던 부분을 떠올렸다. 최재림이 무대에 쏟는 정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스타인과 버디가 통화하는 장면에서, 버디가‘이거 하지 말고 고쳐’라고 해요. 스타인은 자신의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에 부풀어서, 버디가 원하는 대로 바꿔주고 써주려고 하죠.‘타협은 일하는 데 필수요건’이라고 하는데, 전 좀 아니거든요. 매순간 타협하지 않으려고 해요. 고통 속에서 창작물이 탄생된다고 생각하거든요.‘창작은 고통의 산물’이라는 말 처럼요.” 
 

김진선 기자 wlrntkfkd@viewers.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