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길을 묻다] ‘리틀 라이프’, 누군가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
[책에 길을 묻다] ‘리틀 라이프’, 누군가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
  • 장수정 기자
  • 승인 2019.08.30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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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학창 시절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함께 밤을 보내는 드문 경험을 할 때, 진실게임을 하며 속내를 나눈 적이 있다. 쉽게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더 가까워 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보여줄 수 있는 선까지 적당히 털어놓는 마음이지만, 그래도 이런 대화 과정은 친구와 더 깊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곤 했다.

반면 작년 개봉해 화제를 모은 영화 ‘완벽한 타인’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랜 친구들끼리 가진 부부 동반 모임에서 주인공들은 저녁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모든 메시지와 전화를 공개하는 게임을 시작한다.

장난삼아 시작한 게임이지만 상대가 알아서는 안 될 진실들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짧은 메시지 안에 담긴 해묵은 감정들까지 드러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타인의 비밀을 알고 싶어 한다. 단순한 호기심 일 수도, 아니면 더 친밀해 지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다.

‘리틀 라이프’의 주인공 주드의 삶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로 접근했다. 화려한 외모와 비상한 머리를 가진 변호사지만, 왜 다리를 절게 됐는지 또 가족은 없는지 등 그의 배경은 후반이 돼서야 설명되기 때문이다. 2권의 책이 전개되는 내내 그를 힘들게 한 트라우마의 이유도 책 말미에야 밝혀져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을 느끼게 한다.

극 중 주드의 친구들도 그를 궁금해 한다. 흑인 예술가 제이비부터 출중한 외모를 가진 배우 지망생 윌럼, 부잣집 도련님이자 건축가 맬컴까지, 친구들은 대학시절부터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자리를 잡고 늙어가는 긴 세월 주드와 함께하지만 그의 과거는 알지 못한다.

그들은 자기혐오에 빠진 주드를 늘 응원하지만, 가끔은 그의 배경을 알지 못해 마치 주드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태도로 그를 대한다. 이것이 그들 사이 갈등을 촉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긴 페이지를 다 넘긴 끝에 마주한 진실은 너무 참혹해 보는 이들을 힘들게 한다. 수십 년의 망설임 끝에 털어놓은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은 너무 끔찍해 독자들도, 책 속의 친구들도 한 번에 읽어내지 못한다. 아무리 치료를 받고,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지지가 있어도 끝내 해결하지 못한 상처와 트라우마들은 이래도 모든 것을 알고 싶냐고 묻는 듯 잔인하게 다가온다.

책이 주드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주고 책을 덮을 때가 돼서야 그의 과거를 털어놨기 때문에 그를 편견 없이 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진짜 이해하고. 위로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리틀 라이프’는 질문을 던진다.

장수정 기자 jsj8580@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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