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 '아이디어의 승리' 옷걸이 하나가 일으킨 기적
[아는 것이 힘] '아이디어의 승리' 옷걸이 하나가 일으킨 기적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8.27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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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The Warming Hanger' 영상 캡처
사진='The Warming Hanger' 영상 캡처

가끔 옷장을 들여다보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저 같은 경우는 ‘옷은 꽉 차 있는데 왜 입을 옷은 없는 거니’라고 한탄하곤 합니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옷장을 정리하다 보면 수년째 입지 않는 옷들이 많아요. 정리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입지 않는 옷은 과감히 정리하라고 조언하곤 하죠. 그 조언을 참고삼아 정리할라치면 아직 버리긴 아까운데 주변인들에게 헌옷을 주기엔 좀 민망하고 미안해집니다. 그래서 옷 정리 때는 대부분 헌옷 수거함에 넣곤 하는데 가끔 ‘이 옷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생각하곤 합니다. ‘아직 쓸만한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아마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막연하게 내가 버리는 아직 쓸만한 옷들이 누군가에게 직접 도움이 되어준다면 어떨까요. 집안은 정리되면서 기부라는 행위를 한다는 일석이조의 뿌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루마니아의 Samusocial이라는 단체가 시작한 ‘The Warming Hanger’(워밍 행거·이하 따뜻한 옷걸이)는 바로 이런 생각을 현실화한 캠페인입니다. 이 단체는 도울 사람은 많고 모금은 잘 되지 않는 현실적 상황 덕분에 ‘따뜻한 옷걸이’ 아이디어를 내게 됐습니다. 루마니아는 매년 추위로 인해 수백 명의 노숙자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하 20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질 때 수용소에 들어가지 못하면 죽게 되는 이들이 허다하지만 수용소는 거리의 노숙자를 다 받아들일 수 없는 규모였죠. 더욱이 이 캠페인을 시작할 즈음에는 현지 경기 상황도 악화일로였다고 합니다. 이런 시기에 돈을 기부하라고 하면 사람들이 하겠어요? 그래서 이 단체가 마련한 방안이 바로 ‘따뜻한 옷걸이’였습니다.

사진='The Warming Hanger' 영상 캡처
사진='The Warming Hanger' 영상 캡처

단체는 세탁소 체인점 2곳과 제휴해 고객들이 맡긴 옷을 돌려줄 때 사용하는 옷걸이에 입지 않는 헌 옷 기부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함께 전했습니다. 이 메시지를 본 고객들이 만약 입지 않는 헌 옷을 기부하고 싶을 땐 다음 방문시에 해당 체인점에 옷을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이 옷걸이에 걸린 헌 옷이 (노숙자를 위한) 방한복이 됩니다” 이 문구 하나로 단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둡니다. 단체가 ‘따뜻한 옷걸이’ 캠페인을 위해 소비한 돈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645.92유로, 캠페인 시작 당시에는 97만원 돈이었습니다. 이 97만원으로 단체는 25만명의 시민들에게 홍보를 했고, 1톤의 헌 옷을 기부받아 수백명 노숙자들의 따뜻한 겨울을 지켜줬습니다. 이 캠페인은 적은 비용으로 기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효과를 거둔 성공적 사례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따뜻한 옷걸이’ 캠페인의 효과는 캠페인 종료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지요. 바로 캠페인을 알고 동참한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보살피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회성 모금이나 기부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 NGO단체들이 바라는 가장 좋은 목표를 이룬 셈이죠.

사진='The Warming Hanger' 영상 캡처
사진='The Warming Hanger' 영상 캡처

우리나라에도 헌옷을 활용한 기부나 모금을 도모하는 단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단체들은 기부받은 헌옷을 골라 직접 나눔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헌옷 판매로 얻은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습니다. 기부를 원하는 이가 직접 박스에 옷을 담아 자비로 택배비를 지불하고 단체로 보내면 해당 단체가 해외 난민이나 국내 필요계층에 옷을 나눔하는 방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 역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기부를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따뜻한 옷걸이’보다 효과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매장을 찾거나 택배를 꾸려 보내야 하는 방식보다는 자신이 평소 이용하던 곳에 봉지나 캐리어를 이용해 옷을 가져다주기만 하면 되는 기부 방식이 더 많은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묘안으로 보입니다.

결국 같은 자원을 수집하는 데 어떤 아이디어가 더해지는가에 따라 그 결과물은 첨예하게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사람들은 편하고 재미있을수록 마음이 쉽게 동하고 행동합니다. 그렇기에 인정에 기댄 호소보다는 ‘어떻게 하면 관심을 갖게 하고 동참하게 만들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 기부와 모금을 이끌어내야 하는 단체들의 선과제로 보입니다. 가장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열쇠는 ‘호기심’이니까요.

문다영 기자 dymoon@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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