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런 고민 어때?]④ 왜 우리는 일본을 제국이라 부르나요?
[칼럼-이런 고민 어때?]④ 왜 우리는 일본을 제국이라 부르나요?
  • 최국태 기자
  • 승인 2019.08.26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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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진 발생 당시 파손된 일본 구마모토성(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제목입니다. 내용을 보면, 

“1910~1945. 이 시기를 우리는 일제시대(日帝時代) 또는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帝’는 임금 ‘제’자입니다. <중략> 유럽 사람들이 저 시대 독일을 ‘나찌’라 혐오하지 독일제국시대라고 명명하는 않습니다. ‘일제’를 영어로 번역하면 ‘The Japanese Empire’입니다. <후략>”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한 번 지어봤습니다. ‘왜구시대’, ‘왜구강점기’ 이 정도가 떠오르더군요. 그래도 고등교육까지 받았는데 ‘쪽O리시대’라고 할 수는 없었죠. 

우리는 참  바쁩니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것도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지 않지요.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3·1절, 8·15광복절 이 시기에 집중해서 생각하다가 이내 잊곤 합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냄비’라고 부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앗 냄비.

사실 냄비도 일본말입니다. 정확히는 나베(‘なべ’)죠. ‘김치나베우동’하면 ‘냄비에 끓인 김치 들어간 우동’을 뜻합니다. ‘왜구강점기’에 나베→남베→남비→냄비가 된 것입니다. 이미 토착화되어서 냄비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하는 건 억지겠지만, 그래도 ‘양은솥’이라 개명하자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말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일본 정부는 왜 ’왜구강점기‘에 저지른 만행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을까? 잘못을 인정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우리를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 정말 우리가 사과 받을 자격이 안 되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들 말입니다. 

결론은 한 가지더군요. 일본 정권이 우리를 우습게보고 있다. 이것이죠.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봤더니,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한 것 같습니다. 한 번 따져 봅시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전두환은 과거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습니다. 잠깐 감옥에 다녀온 게 전부였지요. MB도 죄를 인정하거나 국민을 행해 진심어린 사과를 하진 않았습니다. 뭐 박근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분은 자신이 왜 감옥에 가야하는지 모르겠다는 투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정말 엄중한 잘못을 한 대상에게는 제대로 사과받지 못했더라고요. 그러니 일본 정권이 우리를 만만하게 볼만도 하겠다 싶은 새각이 든 거죠. 더더군다나 왜 그렇게 고착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일본을 ‘제국’이라 부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잠깐 이러다 말겠다 싶어서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양은솥 같은 기질은 저에게도 있으니까요. 동시에, 이번에는 반일감정이 개인적으로도 반일 감정이 꽤나 오래 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냄비를 보면 나베가 생각나고, 나베를 보면 모 정치인이 생각나니 말입니다. 고마워요 나베.   

최국태 기자 gen38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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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아범 2019-08-26 11:45:20
일제란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