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보다가] 농심은 왜 전범기업과 손잡고 '역사와 전통'을 논하나?'
[박진희의 보다가] 농심은 왜 전범기업과 손잡고 '역사와 전통'을 논하나?'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9.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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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아지노모토와 합작, 평택에 공장 설립 중
한국민들, 내년부터 전범기업이 만든 수프 먹게 돼
▲ 일본 과자 갓파에비셍. [사진=가루비 제과]
▲ 일본 과자 갓파에비셍 (사진=가루비 제과)

라면, 그래 라면하면 농심이다. 그리고 48년 동안 80억 봉지가 팔렸다는 새우깡도 있다. 농심의 라면군이나 새우깡 모두 서민 먹거리다 보니 농심이라는 회사도 자연스레 우리 국민들과 친해졌다. ‘농심’(農心, 농부의 마음)이라는 이름도 참 인간적이다. 그런데 중독성 있는 라면국물을 뒤로 하고 냉정하게 따져 보면 농심이라는 기업이 과연 우리가 친근하게 받아들여할 대상인가? 싶은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일본에 지나친 애착을 보이고 있는 부분부터 그렇다. 

창업주가 롯데 신격호 회장의 둘째 동생 신춘호가 만든 회사(처음 사명은 ‘롯데라면’, 1975년 내놓은 농심라면이 잘 팔리면서 1978년에 이름을 농심으로 바꾸었다)라는 것부터 일본 베이스가 깔렸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동안 일본에 지나친 애착을 보여왔다는 정황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우깡만 해도 그렇다. 일본 가루비 제과에서 만든 과자 갓파에비셍를 보고 만들었는데, 포장지까지 카피하는 바람에 멀리서 보면 구분도 안 된다. 뭐 이런 건 애교 수준이고. 2012년에는 농심의 미국법인 농심아메리카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일본의 전범기 ‘욱일승천기’가 연상되는 배경을 쓴 적이 있다. 미국 교포들이 경악했던 사건이다. 

김진흥 경기도 행정2부지사, 모토하시 히로하루 아지노모토 부사업본부장은 지난해 11월 16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본사에서 평택 포승 농심공장 부지에 농심 라면을 위한 즉석분말스프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은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경기도 북부청 제공) 
김진흥 경기도 행정2부지사, 모토하시 히로하루 아지노모토 부사업본부장은 지난해 11월 16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본사에서 평택 포승 농심공장 부지에 농심 라면을 위한 즉석분말스프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은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경기도 북부청 제공) 

그렇다면 지금은? 아예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 아지노모토(조미료 브랜드 명이기도 한데, 사실 우리 입맛은 일제 강점기에 이미 아지노모토가 버려놓았다)와 손잡고(합작법인 이름은 ‘아지모도농심푸즈’ 아지노모토51% 농심49%)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최대 조미료 업체이기도 한 아지노모토는 어떤 회사인가? 1909년 ‘스즈키 제약소’로 시작해 1940년 스즈키식품공업, 1943년 다이닛폰화학공업으로 개칭한 후 1946년 아지노모토가 되었다. 복잡하게 사명 변천사를 열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지노모토는 2012년 이명수 의원이 발표한 ‘현존하는 전범기업 34곳’ 중 한 곳인데, 실제 스즈키식품공업이나 다이닛화학공업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 군수용품을 만들던 곳이다. 우리의 어린 소녀들을 군수물자 제조에 투입시켜 노동력을 착취한 정황도 있고, 1000여 명 조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하이난 사태와 관련 있는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아지노모토를 만들고 100년 넘게 이 회사를 이끌어온 스즈키 가문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우익 집안이다. 역사왜곡 교과서를 만드는 후소샤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농심은 이런 회사와 손을 잡고 경기도 평택에 농심포승공장을 만들고 있다(지난 5월 착공). 우리는 내년부터 이곳에서 만든 ‘수프’를 먹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농심의 태도다. 전범기업인 줄 뻔히 알면서도 손잡고 함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농심은 태연하다. 오히려, 2017년 12월 아지노모토와 사업 합작법인 ‘아지노도농심푸즈’을 설립할 당시 계약을 주도한 농심 박준 대표는 “이번 합작 체결을 통해 역사와 전통이 있는 두 회사가 노하우를 교환하고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분노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 뿐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지적을 받아왔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농심의 태도를 보면 ‘돈이면 뭐든 하겠다’는 결연함까지 느껴진다. 농심은 ‘농심’의 뜻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사실 ‘일본사랑’ 밖으로 범위를 넓히면 농심의 비정상적이었던 과거 행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백두산의 중국 이름 ‘장백산’을 따서 지은 중국의 생수 ‘백산수’를 팔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이즈가 작아서 거론해야 되는지 고민스러웠던 부분이고, 라면 수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2012년 사건은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있어서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사업도 정상적으로 진행하진 않았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농심에 내린 ‘라면가격 담합’ 판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면시장 독과점 업체가 자기 편의에 따라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행보를 시작했는 지는 가늠도 되지 않는다. 물건 값은 시장이 정해야하는데 말이다.

 

박진희 기자 viewersco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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