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담] “가난해서 해외여행 갑니다”
[여행 한담] “가난해서 해외여행 갑니다”
  • 유명준 기자
  • 승인 2019.08.13 10:5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뷰어스 DB
사진=뷰어스 DB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한 사진이 있다. 한 계곡 식당 메뉴판인데, ‘능이백숙 1마리+수육+더덕+파전+묵=200,000’이라는 가격을 시작으로 백숙 9만원, 능이백숙은 13만 5000원 등이 적혀 있다. 양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지만, 가격만 보면 서울 시내 가격의 2배가 넘는다. 서울 합정동 한 식당의 능이백숙은 6만 5000원이고, 한방백숙은 5만 8000원이다. 종로의 한 식당도 능이한방오리백숙이 6만 8000원이고, 강남의 유명 백숙식당도 능이오리백숙이 6만원이다.

들어볼 수는 없지만 계곡 식당 주인도 할 말은 있을 거다. 탁 트인 하늘이 보이고 물도 흐르고.... 그 다음은 필자가 주인이 아니라 딱히 떠오르진 않지만, 아마 저 부분도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그 이외에는..... 무엇보다 식당 주인은 안다. 물에서 놀고 싶은 아이들이나 보양식을 드시고 싶은 부모가 있는 한 부모의 지갑이, 자식의 지갑이 열릴 것을 말이다. 20만원 보다 부모의 자존심이 자식의 효심이 더 크다는 점을 식당 주인은 수년 혹은 수십 년 체험했다.

서울 시내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6만원에 사 먹을 수 있는 백숙을 야외에서 부채질 해가며 13만원에 먹는 이 상황은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지갑은 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곤 뭔가 사기 당한 기분으로 운전해 집에 돌아와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어느 한 계곡의 식당이 13만원짜리 백숙을 하루에 10팀 정도에게 팔았다고 치면, 하루 130만원 한달 3900만원, 두 달 7800만원이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훨씬 상회한다. ‘한철 장사’인 셈이다. (단순 계산이니 재료값, 인건비 등은 언급말자)

이 ‘한철 장사’하시는 분들이 최근 하소연한다. 손님들이 줄어든다고. 당연하다. 한번 당한 사람이 그곳을 두 번 찾을 리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식당의 ‘미래 고객’이자 정보 검색에 능숙한 젊은 세대들이 굳이 ‘호구 짓’을 자처할리도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젊은 세대는 ‘먹는 것’도 SNS에 자랑해야 하는데, 백숙은 그 대상이 아니다. ‘포방터 돈까스’ 정도 되면 모를까.

무엇보다 돈이 없다(?). 한 끼 식사에 13~20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직장인도 쉽지 않은데, 아직 취업 전인 젊은 세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금액 자체도 문제지만, ‘백숙=13~20만원’이라는 등식을 이해하지 않는다. 당일치기라 가정하면, 기름값을 포함한 모든 비용이 하루에 30만 원 전후다. 숙박 문제는 별개다.

그래서 그 가난한(?) 젊은 세대들이 택한 것이 해외다. 예를 들어 저가항공으로 베트남을 갈 경우 평일 기준 15~20만원 사이다. (유류할증료, 공항이용료 포함) 현지에서는 그 맛있다는 쌀국수가 1500원 정도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어도 1~2만원선이다. 4~5만원 선이면 괜찮은 숙박도 구할 수 있다. 무엇보다 SNS에 자랑할 수 있다.

8월 중순인 오늘도 인천공항에는 가성비를 따져 열심히 살아가지만, ‘가난’해서 해외여행 가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viewers.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경록 2019-08-19 15:37:57
그리하여 합정동 능이 백숙집은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