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 2유로짜리 티셔츠가 알려준 세상의 이면
[아는 것이 힘] 2유로짜리 티셔츠가 알려준 세상의 이면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8.13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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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패션레볼루션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패션레볼루션 유튜브 영상 캡처

요즘 옷값 비싸죠. 티셔츠 한장만 구입하려 해도 4~5만원이 소비됩니다. 7900원~9900원 선에 구매할 때 아주 싼 값의 티셔츠를 ‘건졌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런 가운데 2400원짜리 티셔츠가 등장한다면 어떨까요? 어떤 품질의 어떻게 생긴 티셔츠인지를 따지는 이도 있겠지만 가격만 보고 달려드는 이들도 많겠죠. 실제 이같은 티셔츠가 독일 베를린에서 팔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가격으로 2유로, 약 2400원 정도의 티셔츠는 자판기에서 판매됐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정작 이 티셔츠를 산 사람은 10명에 1명꼴이었습니다.

품질이 떨어져서, 2400원을 주기도 아까워서라는 등 옷에 관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2400원짜리 티셔츠 자판기는 옷을 팔기 위한 기업의 영리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 자판기는 패션 레볼루션(Fashion Revolution)이라는 단체가 패션업계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지난 2015년 패션레볼루션은 시가지 한복판에 싼 티셔츠를 판다고 홍보하는 자판기를 세워둡니다. 시민들이 자판기에 돈을 넣고 티셔츠 사이즈를 고르려고 할 때 자판기 모니터를 통해 영상이 떠오릅니다.

사진=패션레볼루션 영상 캡처
사진=패션레볼루션 영상 캡처

영상은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마니샤란 소녀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그가 티셔츠를 만들며 받는 돈은 시간당 약 140원, 하루 16시간 이상 일을 해야 우리돈 2000원이 조금 넘는 일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니샤와 같은 소녀 노동자는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에 이릅니다. 이 영상과 티셔츠 가격으로 전하는 패션레볼루션의 메시지 효과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단체는 영상 말미에 2유로짜리 티셔츠를 살 것인지 묻습니다. 티셔츠를 구매할 수도 있고, 영상에 등장한 마니샤와 같은 노동자들을 위해 기부할 수도 있다는 선택권에 자판기 앞에 선 사람 중 90%가 기부하기를 선택했습니다.

이 영상은 단순히 기부를 알리기 위해 기획된 캠페인이 아닙니다. 패션업계의 노동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결코 체감할 수 없는 일반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마련한 것입니다. 이 캠페인은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화재로 11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지 2년만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패션레볼루션 측은 “이 실험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저렴하게 사들이는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만들며 그들이 어떻게 사는가에 대해 알리기 위해 이러한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000원대 티셔츠 자판기의 효과는 소비자와 단체가 협력해나가는 지속적 메시지를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화재 추모일에 맞춘 ‘패션레볼루션데이’를 지정하고 ‘누가 내 옷을 만들었을까(#whomademyclothes)’ 활동을 진행해나가고 있는 것이죠. 패션업계는 저임금 노동자를 선호합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마감량을 맞추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해야함은 물론 임금체불에 시달리기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단체는 보다 공정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패션산업을 요구하는 글로벌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단체는 ‘누가 내 옷을 만들었을까(#whomademyclothes)’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브랜드의 입장을 들을 수 있다며 패션 산업을 변화시키기 위해 동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각 브랜드와 SNS 등을 통해 옷을 만들고 있는 노동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임금은 제대로 받고 있는지 등을 감시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패션레볼루션 영상 캡처
사진=패션레볼루션 영상 캡처

이와 더불어 패션 레볼루션은 노동자의 메시지도 함께 전하는 쌍방향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정작 노동자가 임금을 받지 못한 브랜드의 옷을 사는 이에게 “당신이 구매하려던 옷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라는 쪽지를 함께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불하는 옷값이 옷을 만드는 데 기여한 모든 이들에게 정당한 가치로 돌아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패션레볼루션의 패션업계 고질적 문제 해결 방안들은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2000원대 티셔츠 자판기는 우리가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액수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체감하게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한 장의 티셔츠를 만들기 위해 흘리는 피땀과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같은 생각을 ‘누가 내 옷을 만들었을까(#whomademyclothes)’를 통해 지속하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한 점도 영리합니다. 호소보다 체감할 수 있는 캠페인, 단발성 캠페인보다 지속가능한 캠페인을 펼쳐나가는 패션레볼루션의 활동에 배울 점이 많습니다.

 

문다영 기자 dymoon@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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