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준의 시선] ‘질문할 때’와 ‘질문 안할 때’
[유명준의 시선] ‘질문할 때’와 ‘질문 안할 때’
  • 유명준 기자
  • 승인 2019.08.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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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뷰어스 DB
사진=뷰어스 DB (기사 내용과 무관한 기자회견 현장)

 

2010년 G20 폐막식.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개최국인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줬다. 손 드는 이는 없었다. 시간이 지났다. 오바마는 재차 물었다.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중국 기자였다. 오바마와 중국 기자는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할 것이냐고 다시 물었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결국 중국 기자가 아시아를 대표해 질문했다. 어떤 이는 한국 언론사에서 손 꼽을만한 수치스러운 장면이라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기자회견 때마다 사전 연출설에 시달렸다. 2014년 첫 기자회견에 이어 2015년, 2016년 기자회견 전에 질문자와 질문 내용이 SNS에 떠돌았다. 13명의 질문 기자의 순서와 질문 내용은 거의 일치했다.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도, 다른 기자들이 ‘병풍’으로 열심히 손을 들어줬다. 항의는 없었다고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이렇게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이거 다 기억 못해요. 질문을 이렇게 한꺼번에 하시면…”이라고 애드리브를 했다가 비난만 받았다.

2013년 ‘가왕’ 조용필이 15년 만에 일본을 찾아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 시작에 앞서 취재진과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한 보수매체 기자가 당시 냉랭했던 한일관계와 일본 내 케이팝(K-POP) 가수들 활동을 연관지어 질문했다. 조용필의 대답은 “나는 음악 하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2011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4강전 후 기자회견 당시 중국 기자가 허재 감독에게 “경기 시작 전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왜 한국 선수들은 똑바로 서 있지 않고 몸을 움직였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했다. 허재 감독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그래. 짜증나게”라며 기자회견장을 나가버렸다.

7일 걸그룹 로켓펀치 데뷔 쇼케이스가 열렸다. 일본인 멤버 타카하시 쥬리에게 한일관계 악화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한일 관계 때문에 데뷔에 차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진행자가 끊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쥬리가 다양한 표현을 하기에는 한국어가 아직 능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갓 데뷔하는 걸그룹 일본인 멤버에게 정말 궁금한 질문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기자는 질문하는 직업이다. 때문에 의심해야 하고 호기심 가득해야 하며 질문해야 한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기자회견 때나, 박근혜 전 대통령 때 기자들은 이런 자신들의 직업을 잊어버렸다. 상대의 위세에 눌렸든, 경험의 부족이든, 자기 자리를 못 찾았다. 그러나 상황과 상대를 봐야한다. 조용필에게 한 질문은 분위기상 맞지 않았다. 허재 감독에게 질문한 중국 기자는 중국 감독과 선수들에게 할 법한 질문을 개념 없이 던진 것이다.

질문도 할 때와 안할 때가 있다. 그리고 다시 언급하지만, 상황과 상대를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관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데 강다니엘과 트와이스 지효의 열애설에 대해 묻는 기자가 있다면, 그에게 “아 용감하다. 기자답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진짜 하는 기자가 있다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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