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민지은 작가와 다시 짚어 본 ‘검법남녀2’ 그리고 국과수
[마주보기] 민지은 작가와 다시 짚어 본 ‘검법남녀2’ 그리고 국과수
  • 유명준 기자
  • 승인 2019.08.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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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인 제공
사진=본인 제공

 

민지은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11년 전, 민 작가가 명필름 마케터로 일하던 때였다. 이야기하기 보다는 들어줬고, 상대의 말에 적절한 반응을 보였다. 또 대화하는 이들을 끌어다가 적절하게 어느 지점에 위치하게 했다. 들어주고, 표현하고, 이를 조합하려는 모습은 마케터라기보다는 ‘글쓰는 이’의 모습이었다. 명필름을 나와서도 한동안 마케터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국문학을 전공했고, 신춘문예를 꿈꿨으며, 넘쳐나는 글쟁이 기질은 그 삶을 곧 끝내게 했다.

민 작가는 영화 ‘스파이’를 각색하면서 본격적으로 ‘펜대’를 잡았다. 이후 영화 ‘히말라야’ 공동 작가를 거쳐, 2014년 MBC 단막극 ‘오래된 안녕’으로 첫 드라마 집필에 나선다.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에서 ‘펜’을 제대로 예열한 민 작가는 2018년 MBC ‘검법남녀’ 시즌1으로 ‘실력파 작가’의 라인에 이름을 올린 후, ‘검법남녀’ 시즌2로 ‘흥행 작가’라는 영역에 진입했다.

작품 몇 개를 끝낸 작가가 ‘흥행 작가’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수 있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않다. MBC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인 ‘검법남녀’는 시즌1이 끝난 지난해 7월 이후 끊임없이 시청자들이 시즌2를 요구했다. 결국 올해 6월 3일 방송을 시작했고, 평균 10%(닐슨코리아)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동시간대 드라마 1위를 했다. 시청자가 불러(?) 시작한 시즌2인 만큼 화제성은 보장됐다. 이때 ‘흥행 작가’의 타이틀은 시청자가 부여한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검범남녀’ 시즌1때 은솔 검사 역을 맡은 정유미의 연기력 논란도 이런 분위기 속에 나왔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유미의 연기에서 ‘뭔가’ 거슬렸던 것이다. 스토리는 흥미진진한데, 이질감이 느껴졌고 이것이 ‘정유미 연기력’으로 향했다. 이에 민 작가는 정유미의 연기 자체 보다도 정유미가 맡은 역에 대한 ‘거부감’(?)이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검사는 완성형이어야 했다. 검사가 사건에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이미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았다. 아무리 신입 검사라 하더라도 연수원 수석 졸업이면 냉철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유미는 ‘신입’ 검사 연기를 제대로 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은솔다웠다. 백범이 감정 없이 팩트만 이야기하니, 상대는 감정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범의 시선뿐 아니라, 욕도 하고 감정도 드러내는 캐릭터도 있어야 한다는 설정이 ‘검사는 저러면 안된다’라는 시청자들의 생각과 초반에 충돌한 거 같다.”

민 작가에게 은솔 검사는 소중한 존재다. ‘검법남녀’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에 다니는 법의관 남편에게 ‘여자 법의관 남편은 뭐해?“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중 한명이 검사라는 말에 ’검범남녀‘가 시작됐다. 여자 법의관과 남편인 검사. 그러나 구성은 곧 바뀌었다.

“노도철 PD와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두 가지를 제안하더라 하나는 멜로를 빼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녀 주인공의 성별을 바꾸자는 것이다. 아마 전작이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였기에 멜로의 흔적이 있었던 거 같다. 흔쾌히 이 부분은 받아들였다. 남녀를 바꾸자는 것은 잠시 고민을 했다. 시작이 여자 법의관과 남편 검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도철 PD의 제안이 맞아 떨어졌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앞서 언급했지만 민 작가의 남편은 국과수 법의관이다. 때문에 민 작가는 남편을 ‘검법남녀’ 공동집필자라 말한다. 남편을 통해 국과수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철저한 준비가 가능했다.

“본방송을 같이 보는데, 남편이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지 않는다. 법의관 입장에서 보면서 본인이 자문했던 내용을 살펴본다. 드라마는 팩트에 상상력을 입혀서 극적 재구성을 하는데, 그 재구성에 대한 지적을 한다. 시청자로 보라고 하는데, 그게 될 리가 없다.”

법의관 남편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국과수와 국내 법의관들의 상황으로 넘어갔다. 최근에 강력 범죄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에게도 ‘국과수’ 법의관‘이란 존재는 뉴스를 통해 익숙해졌다. 여기에 드라마도 범죄물이 강세를 보이며 국과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국과수 업무 강도가 높아 법의관으로 지원하는 이들은 적다. 법의관이 전국에 50여 명 정도인데, 인원이 많지 않으니 당연히 격무에 시달리고, 지방순환근무도 해야 한다. 의대 나오고 전문의 딴 후, 공무원인 국과수 법의관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를 취재한 민 작가는 한국 국과수의 수준을 세계에서 상위 레벨임을 강조했다.

“한국 국과수 법의관들의 실력은 세계적으로 뛰어나다. 인원은 얼마 안되는데, 많은 부검을 해야 하고, 다양한 사망 원인을 단기간에 접하다보니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많게는 하루에 5건의 부검을 한다고 하면 다른 나라 법의관들이 놀란다고 한다. 부검 참관을 했는데,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인다. 보통 부검이 4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데, 틈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들이 할 일을 딱 맞춰서 끝내는데 충격적이고 멋있었다. 드라마는 부검 과정이 다소 과장됐지만, 현실은 굉장히 드라이하고 전문가들만의 세상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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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보면 국과수 멤버들 중에 백범 역의 정재영 뿐 아니라, 장성주 역의 고규필, 한수연 역의 노수산나, 샐리 역의 강승현 (시즌1에서는 스테파니 리)이 맹활약을 한다. 사실 이들이 없으면, 시청자들은 백범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해하기 힘들다. 은솔을 포함한 검찰, 경찰 측 인물들이 부검 과정에 갖는 의문을 질문하면 친절하게 답해주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백범과 장석주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법의학 관련 드라마이다 보니 설명이 과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그런데 장석주가 그 어려운 내용을 다 설명해준다. 그러다보니 사실 고규필 배우가 대사가 제일 많다. 백범은 드라마에서 뭔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캐릭터가 아니다. 장성주, 한수연, 강승현이 자기 캐릭터에 맞춰서 설명해줘야 했다. 만약 백범 혼자 잘나서 설명하면 시청자가 보기에 지루하고 재미없을 거다. 특히 장석주는 엄청 똑똑한 캐릭터다. 백범이 하는 것을 다 이해하고, 백범과 샐리의 대화를 다시 설명해준다. 사실 국과수가 거론될 때 법의관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거기서 일하는 법의조사관들도 다 박사, 석사 출신으로 어마어마하게 똑똑하신 분들이다. 그것을 이번에 배우들이 캐릭터를 잘 표현해주신 거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검법남녀’를 보던 시청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다. 너무 국과수 중심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건이 해결되는 실마리를 국과수가 대부분 제공하는 듯한 흐름은 검찰과 경찰의 비중이 적은 것처럼 보였다. 민 작가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법의학 쪽이 중심 이야기다. 극을 이끌어가는 것이 국과수고, 해결의 마지막 지점을 부검에 두긴 했다. 그러나 부검으로만 안되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것은 검찰이나 경찰이 할 수밖에 없다. 백범이 ‘돌아가신 분’들과 이야기를 한다면, 검찰과 경찰은 남겨진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이 모여서 서로 추리하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능력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검법남녀’ 시즌3에 대한 질문은 무의미했다. 민 작가에게 ‘검법남녀’는 다섯 살 난 딸과 똑같은 또다른 자식이다. 시즌3든 시즌4든 역량이 되는 한 이어나가고 싶어 한다. 시즌2 마지막 영상도 시즌3를 위해 열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미 민지은 작가-법의관 남편의 공동 집필인 ‘검법남녀’ 시즌3를 시청자들이 벌써부터 부르고 있다. 물론 여러 사람의 의지가 필요한 결정이긴 하다.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검법남녀’ 시즌3가 제작된다고 하면, 작가로서 당연히 맡고 싶다. ‘검법남녀’ 속 캐릭터들과 다시 일한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유명준 기자 neocross@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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