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재난' 폭염] ② 취약계층에 더 가혹, 가장 현명한 대책은
['차별적 재난' 폭염] ② 취약계층에 더 가혹, 가장 현명한 대책은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7.12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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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은 재난이 됐다. 그 재난의 규모와 심각성은 해가 갈수록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수많은 기후 기상 전문가들이 올 여름, 폭염이 가장 길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비단 국내 뿐 아니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스페인 세계 각지의 6월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은 상황이다. 비단 일반인 뿐 아니라 빈곤층에 더욱 가혹하기에 폭염은 ‘차별적 재난’으로도 분류된다. 앞으로 어떻게 여름을 나야 할지, 무사히 폭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우려와 대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폭염의 습격 속에 정부와 민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본다.-편집자주

사진=YTN 방송화면
사진=YTN 방송화면

폭염이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취약계층에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더위를 피할 길 없이 온몸으로 더위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 최고온도를 찍어대는 무더운 여름날, 거리를 맨몸으로 걸으며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취약계층에 속하는 이들은 불철주야 감당해내야만 한다. 때문에 이들을 위한 좀 더 실질적인 폭염 대책들이 필요하다는 데에 많은 이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폭염은 ‘차별적’ 재난으로 분류된다. 평균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 노약자들, 폭력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 무시무시한 위협이 된다. “에어컨을 틀면 되지”,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도 더러 보이지만 에어컨이 없는 그곳, 에어컨을 켜고 싶어도 전기세가 무서워 켜지 못하는 상황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에 더해 우범지역에 사는 이들의 경우는 범죄가 두려워 에어컨이 없는 상황에서 창문마저 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사진=95년 시카고 폭염 사태를 다룬 '폭염사회' 글항아리 제공
사진=95년 시카고 폭염 사태 당시/ '폭염사회' 글항아리 제공

■ 폭염 사망자, 그 뒤 도사린 소득·주거환경·범죄율 상관관계 섬뜩

실제 시카고 출신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폭염사회’를 통해 앞선 세 경우에 해당하는 이들의 폭염피해가 크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 95년 폭염으로 단 6일만에 5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시카고 출신이다. 폭염으로 사망에 이르는 상세한 요인을 밝히고 싶었던 그는 폭염 참사가 일어났던 95년 당시 미국 내 낮은 소득, 폭력범죄율이나 독거노인 비율이 높은 15개 지역을 폭염 사망률이 높았던 15개 지역과 비교했다. 결과는 폭염 사망과 세 가지 요인의 상관관계가 명확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서 유독 폭염 사망률이 급증했다. 범죄가 무서워 문을 걸어잠궜다가 폭염에 당하고 만 것이다. 일례로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마주 보고 있는 두 동네를 비교했다. 두 동네는 독거노인이나 빈곤층 인구 비율이 비슷했지만 범죄 위험에서 차이가 있었다. 범죄 위험이 높았던 동네는 그렇지 않았던 동네보다 6배나 많은 폭염 사망자가 발생했다. 폭염과 범죄, 관련 없어 보이는 일들이 모두 취약계층에 곱절의 위협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시카고 뿐 아니다. 수많은 도시들의 폭염 사태와 사망 건수들은 폭염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특히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교훈을 남겼다. 이같은 교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48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6일 폭염극복을 주제로 한 열린소통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행안부가 15일 여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함께 알려졌다. 폭염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가장 많은 국민들은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46%)를 꼽았다. 다음으로 “무더위쉼터가 더 필요하다”(19%)고 의견을 냈고 인공안개 분사(15%)가 뒤를 이었다. 11%의 국민들은 ‘폭염 취약층 건강관리 지원’을 손에 꼽았다. 이에 따라 각 기업가와 협회 등이 나서 기술을 활용한 폭염대비 상품개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실효성을 알렸다. 이 폭염을 어떻게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가가 현재의 과제다.

사진=GAF사 홈페이지 캡처
사진=GAF사 홈페이지 캡처

■ 실효성 있을까 싶었던 장기 대책들의 순기능 

그렇다면 어떤 대책들을 세워야 할까?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대책이 필수라고 본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내놓은 연구보고서 ‘저소득계층의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2’에서는 저소득층을 상대로 주거개선사업 및 시설설치, 건강증진사업 등 통합 정책을 활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보급,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교육 및 알림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더해 원인제공자에 따른 분담형 복지를 제안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책임이 보다 큰 고소득계층이 저소득 계층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기후복지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후변화 원인자부담을 통해 폭염 등 극단적 기후변화에 환경 및 생활 여건상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의 송교욱 선임연구위원은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긴급대책'을 통해 전력대란 등에 따른 긴급대책 마련의 필요성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폭염 적응이 가능한 도시계획의 필요성, 그린인프라 구축, 폭염취약계층을 위한 기업 사회공헌 확산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세계 사례를 통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폭염을 경험해본 도시들 중심으로 대책 지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향상시킨 끝에 상하이는 5분의 1, 시카고는 6분의 1준으로 사망률이 감소했다고 알린다. 이같은 도시들의 경우는 녹지 대신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가 뒤덮이고, 어두운 색의 인프라와 불투수층 표명, 바람길을 막는 건물 디자인 등 인위적 요인 때문에 시골에 비해 10도 정도 온도가 높아진다면서 그린인프라 구축을 통한 도시 관리 공통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쿨루프(Coool Roof), 옥상녹화(Green Roof), 열섬완화 포장도로(Cool pavement) 등이다.

사진=미국 노퍽시의 초록지붕, 비영리단체 그린루프의 녹색벽 / 각 홈페이지 캡처
사진=미국 노퍽시의 초록지붕, 캐나다 비영리단체 그린루프스의 녹색벽 / 각 홈페이지 캡처

실제 이같은 대책들은 현실에서 효과를 본 것들이기도 하다. 해외의 폭염대책 및 성공 사례들을 보면 구체적이고 세심하다. 단순히 기업이나 지자체 사회공헌 일환으로 생필품을 지급하고 삼계탕을 대접하는 수준을 넘어 보다 체계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장기적인 폭염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수백명이 폭염으로 죽어나간 미국 시카고의 경우는 요즘 국내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쿨루프(Coool Roof)인 단열채색지붕과 옥상녹화(Green Roof)를 적극 장려하고 설치하는 이들에겐 경제적 인센티브를 함께 제공했다. 이 결과 지붕 표면 열 반사로 여름 실내온도 상승을 방지한 것은 물론 도시열섬효과를 감소시키고 도시의 공기오염과 스모그현상마저 저감하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에어컨 사용을 줄이며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하기도 했다. 보스턴 지역은 동네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취약계층을 모니터링하면서 이웃의 안전을 살피는 블록캡틴(Block Captain)시스템을 5000여개 운영하며 폭염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폭염에 취약한 계층, 대상, 장소 파악을 철저히 했다. 이후 녹색공간과 식생 확대를 통해 도심 기온 조절에 나섰고, 신규개발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에서까지도 기계적 냉방장치 의존도를 낮추는 것으로 과열 방지에 나섰다. 세세하게는 반사율이 높고 복사율은 잦은 투수성 가로 포장재를 사용하고 지나지체 번쩍이는 건물외벽이나 장식물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캐나다 토론토는 지난 2001년 2단계의 고온건강경고시스템을 개발해 노인, 어린이, 노숙자 등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중이다. 기온이 아닌 '기후조건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확률'에 따른 이 고온경보시크템은 지자체는 물론이고 지역언론에까지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신속한 정보 전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렇듯 폭염으로 인한 취약계층 보호와 국민 안전 강화는 다방면의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실정은 기업의 공헌활동이나 지자체별 쉼터 마련 등 단기적 방법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가 문명의 이기를 누릴수록 해마다 점점 기온이 오를 것이라는 게 자명한 현실, 장기적으로 폭염의 진화를 예방하는 방안들을 고심해야 할 때다.

문다영 기자 dymoon@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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