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의 문화산책] 여름과 함께 찾아온 신비론 우주
[정지욱의 문화산책] 여름과 함께 찾아온 신비론 우주
  • 정지욱 평론가
  • 승인 2019.07.05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일 오후 3시 38~40분 (현지시간) 칠레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장면. 천체사진가 황인준 제공
지난 2일 오후 3시 38~40분 (현지시간) 칠레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장면. 천체사진가 황인준 제공

 

지난 3일 새벽 지구 반대편 남미 칠레에선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내 주위 사람들 중 상당수가 ‘칠레로 일식을 보러 간 사람들’과 한국에 남아 ‘일식집에서 점심이라도 먹으며 아쉬움을 달래는 사람들’ 이렇게 둘로 나뉜다. 영화와 미술 평론을 기반으로 문화콘텐츠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웬 일식(日蝕)?’ 하며 머리를 갸웃 거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천체사진을 촬영하는 아마추어 천문인으로 40여년을 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4시 40분쯤(현지시간)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달이 태양 빛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개기일식은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이 되며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며 일어나는 자연현상으로 이번처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과 부분적으로 가려지는 부분일식으로 나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최고의 우주쇼’라 불릴 만큼 경이롭고 아름다운 현상으로 대략 2년에 한 번 정도, 좁은 지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으며 일식이 발생하는 시간도 3분 내외로 매우 짧다.

별에 대한 내 추억은 1970년대 중반 여름, 외삼촌의 자전거 뒤에 앉아 시골길을 달리던 기억에서 시작한다. 외갓집에서 한 시간 가량 자전거로 달리면 도착하는 할아버지 농장에 데려다 주던 밤, 외삼촌의 런닝셔츠에 기대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밤하늘의 풍광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쏟아질 듯한 별들은 물론 선명한 자태의 은하수는 황홀감 그 자체였다. 지금은 시와 소설을 쓰며 의술을 펼치는 외삼촌의 문학적 감성이나 나의 밤하늘에 대한 감성이 이때부터 차곡차곡 쌓여간 것은 아닐까?

그 후 국민학교 (아, 연식이 드러나는 ㅠㅜ) 시절 형의 손을 잡고 따라간 어린이회관에서 만난 플라네타리움. 볼프 페라리의 ‘성모의 보석 간주곡’이 흐르며 한쪽에 붉은 노을이지고, 어느새 어두워지며 초롱초롱한 별들이 원형 돔을 가득 채웠다. 이 때 낭랑한 목소리로 별 이야기를 들려주던 변상식 선생님은 내 평생 선생님의 한분이 되셔서 지금도 가끔 뵙고 인사를 드리곤 한다. 이후 ‘아폴로 박사’라 불리던 조경철 박사님께 별을 보는 마음을 얻어 천체관측의 취미가 굳어지게 됐고 지금도 날씨가 좋은 밤이면 천체관측 장비를 펼치고 냥딸 ‘나나’와 함께 밤하늘을 보며 밤을 새우곤 한다.

이제 곧 여름 방학이고 휴가철이다. 산으로 바다로, 들로 나가 가족 또는 친구들과 즐기기 좋은, 겨울과는 달리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시기다. 푸름이 그득한 자연을 맛보며, 밤하늘에 펼쳐진 경이로운 풍광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귀찮아도 기초 공부를 해야만 한다. 왜냐고? 세상은 물론 밤하늘도 자연도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1981년 여름, 활자로 인쇄된 전파과학 신서 시리즈 ‘아시모프의 천문학입문: 우주는 여기까지 밝혀졌다(아이작 시모프 지음, 현정준 옮김 / 전파과학사 / 1981)’를 읽으며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던 중학생 소년은 훗날 영화 속 수많은 스타들의 연기와 감독들의 연출을 보며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시간을 쪼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고 사진에 담아보기도 한다. 사십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듯 변화하며 자태를 뽐내는 그들을 바라보며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함께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3시 38~40분 (현지시간) 칠레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장면. 천체사진가 황인준 제공
지난 2일 오후 3시 38~40분 (현지시간) 칠레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장면. 천체사진가 황인준 제공

 

올 여름 밤하늘의 이벤트로는 7월 17일 새벽에 일어나는 월식(우리나라에선 부분만 관측가능), 목성(13일)과 토성(16일) 가까이 지나가는 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8월 13일 3대 유성의 하나인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날을 맞지만 달이 월령 12.4로 밝아 관측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9일에서 12일 사이에 목성과 토성 곁을 지나는 달을 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줄 것이다.

유성우는 공전하는 지구가 혜성이 지나가 뿌려 놓은 흔적 사이를 지나가며 일어나는 현상으로 하룻밤에 수백 개의 별똥이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보통때도 수많은 별똥별이 떨어지는데 여름날 돗자리를 깔아 놓고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여러 개의 별똥별을 볼 수 있다, 도시의 불빛을 피할 수 있는 곳이거나 밤하늘에 밝은 달이 떠있지 않다면 누구나 만끽할 수 있는 우주의 신비다.

특히, 올 해는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지 오십년이 되는 해다. 어쩌면 우주와 맞닿은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 여름 신비한 밤하늘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푹 젖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기 위해 우리는 잠깐이라도 책을 펼쳐 보는 것은 무더위도 식힐 겸 참 좋을 것이다.

[ 추천 책 소개 ]

‘처음 시작하는 천체관측(나가타 미에 지음, 김소영 옮김 / 더숲 / 2016)’은 온 가족이 함께 읽고 배울 수 있는 초보자용 천문관측 입문서다. 다양한 삽화와 친절한 설명으로 밤하늘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천체망원경은 처음인데요(박성래 지음 / 들메나무 / 2019)’와 ‘쌍안경 천체관측 가이드(게리 세로닉 지음, 박성래 옮김 / 들메나무 / 2016)’는 간단한 쌍안경부터 천체망원경까지 장비를 이용해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을 이론과 함께 잘 알려주는 책이다.

‘14살에 시작하는 처음 천문학-청소년을 위한 별과 우주, 천문학 이야기(곽영직 지음 / 북멘토 / 2019)’와 ‘별보기의 즐거움-고수 별지기의 천체관측 실전 노하우(조강욱 지음 / 들메나무 / 2017)’는 학자나 전문가의 보다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유용한 책이다. 특히 ‘14살에 시작하는 처음 천문학’은 본격적으로 천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천문학 입문서라 하겠고, ‘별보기의 즐거움’은 천체관측 입문자들이 어려워하는 별을 어떻게 찾는지,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즐기는지, 또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지 등의 방법을 고수만의 노하우로 들려주는 책이다.

* [정지욱의 문화 산책] 연재를 시작하며.

영화와 미술을 기반으로 문화콘텐츠 비평을 하고 있는 저자가 영화는 물론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 신비로운 과학 현상, 출간되는 여러 도서에 이르는 다양한 관심사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1~2주에 한 번씩 글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물론 분명히 부족함이 있겠지만 함께 문화를 나누는 즐거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지욱 평론가 neocross@viewers.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