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인의 날' 국내 장애인 인권과 처우 현주소 보니…갈 길 여전히 멀다
'지적 장애인의 날' 국내 장애인 인권과 처우 현주소 보니…갈 길 여전히 멀다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7.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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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홈페이지 캡처
사진=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05년,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가 7월 4일을 지적장애인의 날로 제정했다. 지적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과 사회의 모습을 고민해온 지 15년째, 올해도 역시 각 정부부처와 협회 등에서는 장애인 인권 제고를 위한 방안이 발표되고 각계각층에서 활발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지적장애인을 비롯해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제도, 인권, 생활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임없이 장애인권 및 처우 등에 대한 전반적 논의와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 문재인 정부 3년차, 장애인 공약 이행 상황은?

우선 지적장애인 등 장애인 처우 및 권리 개선에 대해 지지부진한 정부 태도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27일,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문재인정부 3년차를 맞아 장애인 유권자와 약속했던 공약에 대한 진행 상황에 대해 14개 공약중 71%가 우려 진행이라 평가했다.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중심으로 4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상황. 이들은 이날 문재인 정부 공약 중간평가와 함께 조속한 촉구를 요구하고 나섰다.

단체들이 내놓은 우려는 진행은 되고 있지만 공약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진행으로 분류된 공약은 ▲장애인과 노령자에 대한 투표 편의 제공 강화 ▲임대료 저렴한 영구임대 주택 및 매입임대주택은 저소득 노인, 장애인 가구 등 사회취약계층에 우선 공급 ▲중증 장애인 전용 주거지원 제도화, 홀몸어르신 거주 공공임대에 고독사 방지 '홀몸노인안심센터' 설치 ▲장애인 권리보장 및 종합지원체계 구축 ▲장애인 고용 활성화 정책 및 장애인연금 확대 ▲장애인활동지원 및 의료지원 확대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생활 환경 조성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확대 및 미디어 복지 강화 ▲장애인 가족지원 확대 ▲범죄 시설 폐지 및 탈시설 정책 추진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대구희망원 문제 해결 등이다.

사진=장애인공동네트워크
사진=장애인공동네트워크

이와 관련,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 실장은 이같은 공약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애인 권리보장 및 종합지원체계 구축 공약의 경우 7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있음에도 장애등급 중·경 단순화, 장애유형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서비스 판정도구,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예산 미반영 등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시혜적 복지를 넘어 장애인 권리와 욕구에 의한 서비스 청구가 가능하게 함에도 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라고 지지부진한 진행상황을 꼬집었다. 이에 더해 장애인 고용 정책에 대해서도 질적인 면에서 지난 정부들보다 나아진 점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장애인 고용 장려금은 기금의 적립으로 매년 예산이 증가되고 있는 상태에서도 기업들의 중증 장애인 고용 회피에 그닥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홍순봉 상임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오히려 중경 단순화 및 서비스 탈락 등 또 다른 장애등급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정당한 편의가 가장 먼저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당부했다.

■ 장애인권리협약, 국제협약과 국내 실정은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점은 다름 아닌 장애인 인권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다. 지난 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한국장애인연맹의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증진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국내도 따르고 있지만 실질적 효력이 미비하고,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화두가 됐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지난 2006년 유엔 총회서 채택됐으며 국내에서도 발효됐다.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의 권리 보호를 비롯해 장애인의 이동권과 문화접근권 보장, 교육권과 일할 권리, 자립생활 권리 등 장애인 권익보장을 50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장애인관리협약은 국내에서는 2009년 1월 10일부터 발효됐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체감하기엔 힘든 실정이란 목소리가 높다. 단적으로 일할 권리 보장에 대한 기준만 보더라도 정부와 기업의 온도차가 크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만 하더라도 주요 계열사의 장애인 고용률이 정부기준치에 못 미쳤다는 집계가 나와 많은 이들을 실망케 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법정 장애인 의무 고용률인 2.9%에 미치지 못했다. SK그룹은 1.63%, 삼성그룹은 2.14%, LG그룹은 2.25%, 현대차그룹은 2.74%였다. 

사진=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홈페이지 영상 캡처
사진=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홈페이지 영상 캡처

이는 단면일 뿐이다. 더 나아가 실생활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국내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토론회에서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장애인권리협약은 국제조약으로 국내 법률과 동등한 효력이 있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 법률이면 재판할 때 협약 위반인지 아닌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판결문에 언급되는 사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일례가 2016년 제기된 영화관람권 차별구제소송이다. 청각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권리협약 제30조를 주장하며 권리를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가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행정기관도 국내의 다른법률들과는 달리 장애인권리협약을 행정과 정책의 준거로 국내법과 동일하게 고려하거나 준수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을 국가기관과 국민의 법규범으로 인식하고 행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법원 종합법률사이트에도 협약관련 내용은 전혀 검색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보건복지부 등 실질 업무 담당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장애인권리협약의 법적 효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장애인권리협약 내용전반이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효력을 발휘하고 이에 대한 인식이 사회에 녹아들 때 진정으로 장애인 권리가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각종 범죄 노출, 실종·가출 위험 크다

그뿐 아니다. 성인 지적장애인의 실종 및 사망율도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로 손꼽힌다. 최근 4년간 실종 접수된 성인 지적장애인 수는 4614명에 이른다. 더욱이 실종 접수된 이들 중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지적장애인은 138명이다. 

경찰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성인 지적장애인 가출 신고 건수는 3만 5822건이다.이중 지적장애인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건수는 2016년 39건, 2017년 45건, 2018년 47건, 2019년 2월 기준 7명 등 총 138건이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후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4614명. 적지 않은 숫자다. 더욱이 최근 지적 장애인이 각종 사건 사고 피해자로 등장하는 일이 많은 상황. 실종된 이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겪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지적 장애인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지적장애인 실종시 수색 및 수사 등에 있어 출입수사, 자료제출 등을 경찰이 조속히 요구하고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도 일부 경찰서는 지적장애인 지문사전등록제 등을 추진하는 등 지적 장애인 보호에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김승희 의원실
사진=김승희 의원실

■ "조금씩"…노력하고 변화하려는 사회의 움직임 

사회 전반적으로는 아직까지 장애인 권리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점차 사회는 변해가고 있다. 작게나마 지적 장애인 등 장애를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3일,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는 발달 장애인을 위한 의료영역의 의사소통 지원도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의료영역에서의 발달장애인 의사소통 지원 도구'는 의료 영역에서 발달장애인과 의료진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가족이나 지원자, 관련 종사자가 발달장애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데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발달장애인 의사소통 지원 도구는 의료과정 일반, 주요증상 질문, 구체적 정보 질문 등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많은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초기 증상들을 주요 증상으로 정리했다. 이는 의료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협회는 "개발된 도구를 통해 의료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협회에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건강권 관련 도구를 개발 예정이며 나아가서는 건강권 보장과 병·의원 이용 확대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와 더불어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자료와 선거권 보장을 위한 선거 안내 및 교육자료 등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사진=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진=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태에 대해 철퇴를 가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방치하거나 법망을 피해 없애버리는 얌체 건물주들을 대상으로 한 개정법안이 대표발의되며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장애인 시설물이 훼손됐을 경우 시설주에게 시정명령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같은 실태 모니터링은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5년에 한번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처벌은 각 자치구가 담당하고 있어 실질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편의시설 관리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떠넘기지 않고, 자치단체를 감시하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고, 장애를 가진 시민들이 누려야 할 편의를 보호하고자 마련됐다. 박 의원은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라도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가 서로 훼손된 시설물에 대한 관리 책임을 미루지 않고, 함께 관리·감독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장애인 편의시설 관리법 강화에는 15명의 의원이 동의,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상태다. 

문다영 기자 dymoon@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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