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그리고 한국] ③ "이해와 공감의 시작"…책&영화가 그린 난민 현실
[난민, 그리고 한국] ③ "이해와 공감의 시작"…책&영화가 그린 난민 현실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6.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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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논란과 기존 사회 융합 문제는 먼 나라 일인 줄로만 알았던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들어오면서 한국도 난민 문제에 깨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난민 심사 인력을 늘리고, 난민 심판원을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신청자 484명 가운데 인정 2명, 412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콩고, 에티오피아, 이집트, 미얀마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난민들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 난민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처럼 난민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국내 난민 정책이 걸어온 길과 현재,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주

J. K. 제롬은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쉽다. 사람이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세상 어디서나 경멸당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전세계적으로 난민 문제가 대두되며 현실화됐다. 대다수 사람들은 난민을 두려움과 불안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그러나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된다. 다만 수많은 난민 구호가들은 난민의 실상이 어떤지, 처지가 어떤지 인간의 마음으로 느껴달라고 호소한다. 동정이 아닌 공감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때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때로는 인류애의 가치로 접근하는 난민 관련 영화와 도서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각 책표지
사진=각 책표지

■ 난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들

“난민은 사회적 약자다” “불쌍하니까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그린 작품이 있다. 엘르 파운틴의 ‘난민87’(내인생의책)이다. 이 소설은 여느 난민 소설과 다르다고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독재 국가는 끊임없이 시민을 폭압하고 탄압한다. 통상의 난민소설들은 국가 폭력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인류애를 호소한다. 그러나 ‘난민 87’은 삶에 대한 난민 개인의 주체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위협에서 ‘나’는 아프고 불쌍하기에 전 세계가 ‘나’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작가는 주인공 시프가 난관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당당하게 지켜내는 모습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시프는 유럽에 당도한 뒤, 자신의 삶이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유럽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이 앞으로 아무런 고통과 슬픔 없이 행복한 삶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셈이다. 숱한 고난 속에서 시프는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나간다. 이는 작가가 실제로 5년 동안 에티오피아의 도시와 오지를 돌아다니며 취재한 다음 소설을 집필했기에 그려낼 수 있었던 난민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 소설은 소위 말하는 ‘난민 르포’를 뛰어넘는다.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따른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지금 도덕적인 개인과 비도덕적 국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인홀드 니버 지음 | 문예출판사)는 읽어볼 만한 책이다. 비단 난민 문제가 아니라도 도덕적인 개인들이 모여 사회가 구성됐을 때 그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지 분석하고 사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유시민 작가가 JTBC ‘썰전’에 출연할 때에도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 논란을 두고 논쟁을 벌일 때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개인으로 볼 때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이타성이다. 그러나 집단이 커질수록 도덕적인 사람들도 집단의 이름으로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며 이타성을 최고의 도덕으로 보고 행동할 수 없게 된다. 공동체 개념 중 가장 큰 단위는 국가인데 이타성을 생각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많다는 것. 당장 난민 문제만 보더라도 개인으로선 이해하지만 국가 일원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들이 많다. 이렇듯 국가의 도덕과 개인의 도덕은 모순되지 않더라도 조화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는 개인과 사회, 이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세계의 움직임과 철학적 사고를 돕는 책이다.

국내 톱스타이자 유엔난민기구 홍보대사인 정우성의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은 올해 세계 난민의 날 가장 주목받는 책이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정우성은 2014년부터 매해 한 차례 이상 해외 난민촌을 찾아 난민을 직접 만나 그들의 소식을 우리 사회에 전해 왔다. 그가 그동안 난민 보호 활동을 하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와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는 그가 네팔,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지부티와 말레이시아 등 세계 난민촌을 찾아 직접 마주하고 겪어내고 생각하게 된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정우성은 “누구라도 난민촌에서 난민들을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과 유엔난민기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며 이 책을 내게 된 계기를 밝혔다. 논란을 인지하게 됐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겠는데 난민들의 처지는 체감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은 난민과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난민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정우성은 인세 전부를 난민을 위해 기부한다고도 밝혔다.

사진=영화 '뷰티풀 라이' '가버나움' '칠드런 오브 맨' 스틸컷
사진=영화 '뷰티풀 라이' '가버나움' '칠드런 오브 맨' 스틸컷

■ "진짜 현실이란 이런 것"…난민 영화

영화 ‘뷰티풀 라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난민의 삶과 더불어 이들을 받아들이는 자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남수단에서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오른 피난길에서 살아남아 케냐의 난민캠프에 도착한다. 돌봐줄 이 하나 없이 짐승의 사냥감을 빼앗아 연명하던 이들은 10여년 시간을 오직 생존만을 위해 산다. 그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주변에는 굶어죽은 시신과 묘비 없는 묘지가 늘어만 간다. 그러던 중 극히 일부가 꿈에 그리던 미국 사회 입성에 성공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미국 땅에 도착한 네 명의 아이들을 맞이하는 공무원과 직원들은 오직 사무적인 일처리 방식을 보여준다. 취업을 도와줘 고맙다며 오렌지를 사들고 간 한 난민 출신 아이는 “미리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내쫓긴다. 무엇보다 종교적 관점에서 풀어낸 난민과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탄식을 자아낸다. 아이들은 성경을 손에 놓지 않고 기도를 멈추지 않지만 미국의 기독교인들은 난민과 한 순간도 같은 장소에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젊은 난민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늙은 백인 여성에게 가장 최근에 버린 신선한 제품을 권하는 장면은 사회 속 소외계층과 난민의 위치를 교차해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뷰티풀 라이’ 배우들 역시 실제 난민 출신들이다.

실제 난민 소년의 절박한 심정과 삶의 모습을 그린 영화 ‘가버나움’은 난민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레바논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빈민 아이들과 그 곳에 정착한 난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발한 빈민 소년, 그가 만나는 아프리카 난민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한 쪽에서 실제 벌어지는 비극을 담담하게 그린다. 무엇보다 굳이 현실의 난민 이슈를 꺼내지 않더라도 핍박받는 인간을 돕는 데 어떤 이유가 필요한지에 대해 되묻게 만든다.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던 자인은 법정에서 “난 이곳 지옥에서 살아요. 나는 썩은 고기처럼 불타고 있어요. 인생이 개 같아요. 난 우리가 선한 사람이 되어 모두로부터 사랑받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신은 우리가 그렇게 되길 원치 않았어요. 신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걸레가 되길 원했던 거예요”라고 말하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더 있다. ‘가버나움’은 레바논에서 실제 난민들을 캐스팅해 촬영해 현실성을 더했다. 주인공 자인 역의 자인 알 라피아는 시리아 난민 가정의 아이로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사하르 역의 하이타 아이잠은 베이루트 슬럼가에서 꽃을 팔다가 캐스팅됐다.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 또한 실제 불법 체류자였다. 영화의 마스코트 요나스 역을 맡은 아기는 케냐 난민 부부의 딸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배우들이 연기를 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대사를 외워서 한 것이 아니라 상황을 주고 그에 어울리는 대사를 알아서 하게 했다는 데에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이에 더해 제작진은 영화 촬영을 마치고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 지속적인 도움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영화 개봉 당시 SNS를 통해 ‘#가버나움 프로젝트’ 운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동일한 해시태그를 적어 공감대를 형성해 영화에 출연한 난민 어린이들을 돕자는 취지다. 1, 2차로 이뤄진 캠페인에서 85만7900원이 모였고, 이 돈은 재단에 기부되기도 했다.

위 작품들이 실제 난민들의 삶과 이들에 대한 처우를 생각해보게 만든다면 ‘칠드런 오브 맨’은 이 작품 속 미래가 요즘의 현실과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폭력과 무정부주의가 만연한 런던에 광적인 폭력주의자들이 활개를 치고,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워 일상적으로 불법이민자들을 색출한다. 사회운동가 출신의 테오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이민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저항단체인 피쉬단에 납치당하고 옛 연인이자 피쉬단의 리더인 줄리언에게 한 이민자 소녀를 국외로 탈출시켜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 작품은 P.D. 제임스의 ‘사람의 아이들’이란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보다 영화 스케일이 훨씬 크지만 테오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현실적인 영화로 재평가됐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난민을 보호하는 피쉬단, 난민을 배척하는 영국 정부 등 모습은 현재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무섭다”고 평가한다. 타인에 대한 거부와 무관심, 폭력과 즈오, 죽음과 공포 등이 뒤섞인 ‘칠드런 오브 맨’은 문명의 시대 속에서 다시 암흑의 시대로 퇴보하는 인간의 모습을 직시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다영 기자 dymoon@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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