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그리고 한국] ① 법개정 뜨거운 감자, 인정후 제도 역시 갈 길 멀다
[난민, 그리고 한국] ① 법개정 뜨거운 감자, 인정후 제도 역시 갈 길 멀다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6.20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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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논란과 기존 사회 융합 문제는 먼 나라 일인 줄로만 알았던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들어오면서 한국도 난민 문제에 깨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난민 심사 인력을 늘리고, 난민 심판원을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신청자 484명 가운데 인정 2명, 412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콩고, 에티오피아, 이집트, 미얀마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난민들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 난민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처럼 난민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국내 난민 정책이 걸어온 길과 현재,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주

사진=프로악티바 오픈암스 홈페이지
사진=프로악티바 오픈암스 홈페이지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이 발을 디딘 지 1년 1개월째다. 500여 명이 들어온 이후부터 국내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난민 구호에 앞장서 왔던 전문가들조차 “돈 벌러 온 사람도 있어 보인다”고 할 정도다. 지난 4월에는 취업 지원 외국인들을 난민으로 둔갑시켜주고 돈을 받은 변호사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열기는 식을 새가 없다. 국내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우려, 국내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의 일자리 잠식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난민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아예 난민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0만 명을 넘을 정도였다. 반대편에서는 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27년이 되는 한국이 평균 2%도 안되는 난민 인정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제는 정말 포용해야 할 때라고 맞서고 있다.

■ '아시아 최초' 92년 난민협약 가입, 그 이후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년 뒤인 1994년 난민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 시행에 나서기도 했다.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24년 동안 접수된 난민신청은 4만 8906건으로 5만 여건에 이른다. 내전, 경제붕괴 등으로 난민이 급증한 2013년부터 국내 난민신청자들도 매년 두 배 가까이 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3년만 봐도 전국 접수 난민신청은 2016년 7541건, 2017년 9942건, 2018년 1만6173건이다.

그러나 난민 인정률이 낮다는 점이 ‘아시아 최초’ 난민법 시행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해 한국 난민 인정률은 3%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난민 인정률 2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4년을 통틀어 4만 8906명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는 고작 936명이다. 한국이 난민보호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화두는 난민법 개정이다. 법무부는 지난 3월 ‘2019년 주요 업무계획’으로 난민신청제도의 악용을 방지하는 내용의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3일에는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가 개최한 테러대책실무위원회를 통해 ‘남용적 반복신청을 막기 위한 심사 적격 결정 제도 도입,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에 대한 불인정결정 절차 신설’ 등을 포함해 난민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난민 보호가 아닌 장벽 높이기라는 비판을 초래한 상태다. 왜일까?

사진=YTN 방송화면
사진=YTN 방송화면

■ 보호 아닌 장벽 높이기? 정부 ‘난민법’ 개정 추진 논란 

대다수 난민 단체들은 발의 법안 대부분이 난민 신청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안은 ‘부적격 결정’ 제도 신설 등 난민심사 기회를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금껏 발의된 법안들에도 비판이 높다. 난민 신청자의 거주지역을 제한한다거나 난민 불인정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비롯해 난민신청 장소 제한, 입국형태에 따른 신청 자격 박탈 등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국제법상 기준과도 맞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위 발의법안들이 ‘모든 난민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난민협약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난민법 개정 움직임이 난민협약이나 난민법의 기본 정신인 ‘난민 보호’나 ‘난민 인권’을 고려하기보다는 지금껏 불거진 ‘부정적 인식’에만 치우쳤다는 지적과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난민네트워크 의장 겸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이일 변호사는 “아직까지 정례화된 개정안이 나온 것은 없기에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언론 보도들을 통해 알려진 내용들에 우려를 표했다. 절차 과정에서의 시간 단축과 난민 지위 악용자들에 대한 방어와 효율성에 치중한 개정법이 논의되고 정례화될 경우 자칫 ‘진짜’ 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재 법원, 행정청 등은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난민 인정율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체로 비슷한 인정률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절차가 엄격해질수록 진짜 보호받아야 할 이들까지 보호받지 못하는 사안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난민’ 인정 후 제도 논란도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에게도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난민 인정자들은 대한민국 국민 수준의 사회보장서비스 및 자녀의 의무교육, 사회적응 교육 등을 받을 수 있고 본국의 학력과 경력 등도 인정받을 수 있다.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입국 허가도 가능하다. 가족결합의 경우 난민인정자의 가족도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한국난민인권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이는 조항에 불과하다. 난민법상 난민인정자 처우에 관한 조항 대부분이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교육 문제는 물론이고 언어 문제로 인해 사회보장서비스 역시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난민의 경우 한 가족임을 입증하기조차 쉽지 않다. 실제 난민 대다수는 위협을 피해 본국을 떠난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에 대사관이 있다 해도 학력 증명서 및 부부, 자녀, 부모 등 가족관계 증명서 등을 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처지다. 국내에서 거주하다 자녀를 낳았을 경우도 상황은 어렵다. 부모의 국적국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불이익을 걱정하거나 국내에 대사관이 없어 아이를 무국적자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사회보장서비스는 물론 의무교육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권리를 갖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난민 인정 후 한국살이 책자를 받아도 짤막하게 축약된 안내문이 전부이기에 직접 알아나가야 하지만 한국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혜택을 받기에도 쉽지 않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건강보험제도에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일부 난민 차별 요소가 있다는 진정이 접수돼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응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대한민국 국민 중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책정 기준은 본인 소득과 재산이다. 외국인의 경우는 7월부터 본인 소득과 재산에 따라 책정된 보험료를 전년도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 평균보험료 11만 3050원과 비교해 둘 중 더 높은 금액이 보험료로 부과된다. 난민 인정자의 경우 전년도 평균보험료에서 30%을 할인받고 있지만 난민법 31조에서 명시된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는 조항과 다른 것이다. 이를 두고 인권난민센터 김연주 활동가는 건보료 개정이 1인 난민 뿐 아니라 가족 단위 난민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대부분 난민들은 위험을 피해 본국을 떠났다. 때문에 본국 대사관을 통한 증명서는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가족 구성원이 각각 보험료를 내왔지만 7월부터는 1인당 1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난민 인정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같은 건보료 제도 변경을 난민에 대한 차별이라고 보고 복지부에 시정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복지부를 비롯해 우리 국민들 역시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기에 차별이라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문다영 기자 dymoon@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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