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기획┃다양성 영화 ②] ‘천만 영화’ 범람 속 설 자리 잃은 다양성 영화, 이대로 괜찮을까
[View기획┃다양성 영화 ②] ‘천만 영화’ 범람 속 설 자리 잃은 다양성 영화, 이대로 괜찮을까
  • 장수정 기자
  • 승인 2019.06.16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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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소공녀' '항거: 유관순 이야기' 포스터
사진=영화 '소공녀' '항거: 유관순 이야기' 포스터

‘천만 영화’의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고, 달성 기간도 현저히 단축되고 있다. ‘천만’이라는 타이틀이 꿈이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반가운 발전이다. 하지만 대작들이 개봉 할 때마다 불거지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이로 인한 다양성 영화 위축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영화 ‘명량’부터 ‘극한직업’까지, 대부분의 천만 돌파 영화들은 스크린 독점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 영화 ‘괴물’이 스크린수 30%를 돌파하며 독과점 논란을 촉발시켰으며, ‘군함도’가 심리적 한계처럼 여겨지던 2000개를 처음으로 돌파해 뜨거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해답 없는 문제 제기와 자본의 논리로 인해 스크린 독과점은 더 이상 새로운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개봉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또한 스크린 숫자 관련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압도적인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을 근거로 영화를 옹호하는 여론이 팽배했다.

그렇다면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다양성 영화들 역시 시장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까. 수요에 따른 공급의 기준에서 보면 다양성 영화가 외면 받는 것은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 시장 자체가 ‘왜곡’돼있다는 것이다. 우선 다양성 영화들은 제한된 기회 안에서 관객들을 만나야 한다. 개봉 전은 물론, 개봉 이후에도 일부러 찾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황진미 평론가는 “스크린을 독점하면서 ‘관객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좌석 점유율과 실시간 예매율 같은 수치는 오픈이 어떤 대상에게 되고, 상영 시간대가 언제인지에 따라 다르다. 같은 선상에서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독립 영화를 배급하는 배급사들은 낮은 제작비로 인한 홍보의 기회가 부족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인디스토리 관계자는 “다양성 영화나 상업영화 둘 다 개봉을 준비할 때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은 비슷하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원하는 관객 타깃까지 다가가지도 못할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시네마달 관계자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지금의 상황에는 기회 부족 이유도 있지만 영화를 알리는데 필요한 배급 및 홍보마케팅 비용의 한계로 인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
사진=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

스크린 숫자도 적은 상황에서 ‘퐁당퐁당’ 상영으로 관객들의 접근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으로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인디스토리 관계자는 “개봉일 극장의 수를 많이 확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충분한 극장 수가 열렸다고 하더라도 관객 선호 시간대가 아닌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허남웅 평론가는 “오전 7시나 새벽 시간에 편성된 영화들도 숫자상으로는 스크린 확보로 본다. 대기업이 제시하는 수치는 숫자가 담지 못하는 상황들을 보여주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 투자, 배급을 하는 일부 대기업이 극장까지 운영하는 수직 계열화 문제도 시장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계열사 영화를 많은 상영관에 배정하는 ‘밀어주기’가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황진미 평론가는 “산업적인 문제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관련 법 등 직접 칼을 대는 개혁이 필요하다. 할리우드가 반독점법을 시행할 때 산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했지만 위상은 흔들림이 없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며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은 지나치게 기형적이다”고 했다. 

영화에는 큰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시장 논리와 완전히 별개일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관객들이 ‘진짜’ 원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왜곡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돼야 하는 것이다. 시장의 안전성을 위해서도 한쪽으로 쏠린 힘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개선을 위한 제도적인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스크린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프라임 타임에 몇 %로 제한할 것인가에 대해 국회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으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세균, 손혜원 의원 등과 함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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