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헌혈자의 날 ①] 헌혈자 모집부터 예우 문제까지, 설왕설래 왜
[세계 헌혈자의 날 ①] 헌혈자 모집부터 예우 문제까지, 설왕설래 왜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6.14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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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적십자사
사진=대한적십자사

매년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헌혈의 중요성을 전하고 헌혈자에게 감사하기 위해 국제적십자사연맹, 세계보건기구, 국제헌혈자조직연맹, 국제수혈학회가 지정한 날이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헌혈해 온 정기적 헌혈자들의 선한 의지가 인정받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헌혈자들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고, 수혈량은 늘어만 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기꺼이 자신의 혈액으로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고마운 존재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헌혈자들에 대해 각종 혜택이 이어진다. 대한적십자사는 일종의 헌혈 기념품을 제공하고 일부 지자체는 관할 주차료 경감, 보건소 이용 특혜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헌혈자에 대한 예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더불어 국내 헌혈 후 기념품 제공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헌혈자들은 순수한 마음에서 헌혈을 하고 있지만 기념품을 받는다는 이유 때문에 ‘매혈’(혈액을 사고 파는 일)이란 비난과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사진=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연도별 헌혈 기념품 구입액(단위:천원)

■ 헌혈 참여율 위해 vs 매혈에 가깝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자들에게 제공하는 기념품 비용이 과도하다며 매혈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690억원을 헌혈 기념품 구입 비용으로 사용했다. 연도별 헌혈 기념품 구입액은 ▲2013년 100억원 ▲2014년 119억원 ▲2015년 120억원 ▲2016년 116억원 ▲2017년 141억원이다. 2018년 8월까지만도 92억원이 헌혈 기념품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기념품 유형별로는 영화 관람권 구입액이 3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커피전문점·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외식 상품권 구입액은 204억원이었다. 이 밖에도 기념품으로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키보드 등 소품을 사는 데 135억원, 음악감상이용권과 스파 입장권 등에 2억원을 쓰기도 했다.

이를 두고 기 의원은 해외와 비교하며 국내 헌혈 보상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의 경우 기념품 없이 회복에 필요한 음료 정도가 제공되며, 헌혈 배지나 일정 회수 도달 시 파티를 개최하는 등 헌혈을 순수한 기부로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에도 헌혈 홍보가 가능한 티셔츠 정도의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면서 “헌혈 기념품이 헌혈 실적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헌혈의 순수한 의미를 퇴색시키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시 적십자사 산하 혈액원이 영화표 ‘1+1’ 행사를 벌인 점을 맹비난하면서 “헌혈자에게 감사의 선물을 주는 것은 당연하나 이 행사는 영화표로 헌혈자를 모집하는 일종의 매혈 행위에 가깝다”고 비난한 바다.

대한적십자사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마저도 없애면 헌혈 참여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대한적십자사 우려다. 그렇지 않아도 전체 헌혈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0·20대 헌혈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전체 헌혈자 271만 4819명 가운데 10·20대는 193만 1531명으로 전체의 71.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10대는 3년간 14.9%(14만 8598명), 20대는 11.4%(14만395명)이 줄었다.

때문에 ‘매혈’ 지적을 받은 기념품이 오히려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이는 단기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헌혈 의식이 자리잡을 것이란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논문, 포럼 등을 통해 헌혈자 확보를 위한 초·중·고교 교육과정 안착, 대학 강연을 통한 헌혈 필요성 강조, 직장인 헌혈 공가제도 확산 등 다방면에서 헌혈자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 헌혈유공장은 왜 중고시장에 나오는가

“헌혈자가 자꾸만 줄어든다”는 것이 정부와 사회적 숙제가 됐지만 헌혈자들의 선행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헌혈자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헌혈한 이들에게만 치중한 일회성 보상 대신 정기적 헌혈자들에 대한 관심과 정책 수립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헌혈훈장이 돈벌이 수단이 된 현실은 헌혈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비추는 거울로 씁쓸함을 자아낸다.

최근 헌혈 유공장 판매글이 온라인상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점은 많은 이들을 우려케 한다. ‘인테리어용’ ‘장식용’이라는 홍보문구까지 떡하니 걸려 있을 정도다. 판매가는 1만~2만원선. 헌혈을 50회를 해야 받을 수 있는 금장 유공장이 인테리어용으로 2만원에 판매되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헌혈 50회는 2개월에 한번 할 수 있는 전혈은 8년이 넘는 세월이, 최소 2주에 한번이란 원칙을 지켜야 하는 성분헌혈도 2년 이상 꾸준히 헌혈해야 받을 수 있는 이 유공장 가치의 현주소다.

유공장의 사사로운 판매를 두고 일부에서는 헌혈 참여 홍보만 집중할 뿐 정기적 헌혈자를 예우하지 않기 때문이라 비판한다. 실제 헌혈 유공장 혜택에 대해 헌혈유공장을 언급하며 “그냥 기분 좋으라고 주는 것” “기업 특채도 있지만 중구난방이다”라는 말들이 뒤따른다. 대가를 바라고 헌혈한 것이 아니니 보상을 바라는 것은 헌혈의 의도와 어긋날 수 있다. 그러나 헌혈 유공장을 받은 이들 중 일부는 유공장 수여식조차 열리지 않는다면서 그야말로 장식품으로 치부한다. “헌혈하면 영화상품권 드려요”라며 헌혈자를 모집하기 위해 혈안인 대한적십자사가 ‘그런 수고’를 덜어주는 정기적 헌혈자들에게 소홀한 지점은 헌혈자에 대한 보상을 떠나 헌혈 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체감하게 하는 지점이다.

문다영 기자 dymoon@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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