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 코리아] ③ 미세먼지 탓 새드엔딩 맞은 드라마? 문화계도 ‘비상’
[스모그 코리아] ③ 미세먼지 탓 새드엔딩 맞은 드라마? 문화계도 ‘비상’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9.03.22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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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공기도 사 마시겠다”던 우스갯소리에 더는 웃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이 발표한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은 100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무려 44곳이 우리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결책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와 환경 전문가들이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책 등을 놓고 의견 충돌을 벌이는 동안, 시민들에게 미세먼지는 일상이 됐으며 사회 곳곳에 변화가 시작됐다. -편집자주

(사진=tvN 방송화면)
(사진=tvN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왕이 된 남자’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는 날 미세먼지가 심했어요. 때문에 화면이 뿌옇게 나와서인지 드라마의 결말을 ‘상상’이나 ‘저승길’로 해석하는 시청자들이 있더라고요. 하하”

최근 만난 tvN ‘왕이 된 남자’의 주연 배우 이세영(유소운 역)이 털어놓은 최종회 비하인드다. 지난 4일 종영한 ‘왕이 된 남자’는 두 주인공이 2년여 만에 재회, 손잡고 걷는 모습을 화면에 멀찍이 잡으며 마무리됐다. 그러자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때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시청자가 영상 속 흐릿한 색감을 근거로 마지막 장면이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결말에 대한 평가까지 엇갈렸던 가운데 이세영이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해명함으로써 ‘왕이 된 남자’의 엔딩 논란(?)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왕이 된 남자’의 에피소드는 미세먼지가 문화계에까지 영향을 뻗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드라마·예능은 제작 과정에서 야외 촬영을 빼놓을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나 MBC ‘선을 넘는 녀석들’ SBS ‘미추리 8-1000 시즌2’ 등은 야외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어 미세먼지 피해를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 미세먼지에 대해 방송사가 직접적으로 조치를 취하거나 지시를 내린 바 없지만, 제작진 차원에서의 일정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제한적이다. 이에 관해 배우 전문 연예기획사 매니지먼트 담당자 A씨는 “아직 미세먼지 때문에 촬영이 취소되거나 일정이 변경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한 번 촬영할 때 몇 주치 분량을 비축할 수 있는 예능과 달리 방송 기한이 빠듯한 드라마 현장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촬영 일정을 바꾸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대신 이런 경우 나름의 대안을 마련해놓기도 한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관계자 B씨는 “드라마 팀 자체에서 마스크를 구비해두고 출연진과 스태프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낮뿐 아니라 밤에도 화면이 뿌옇게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촬영 일정을 미루면 방송 일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때문에 평소보다 조명을 배로 켜는 등의 조치로 야외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마스터플랜)
(사진=마스터플랜)

반면 이미 제작을 마쳐 스크린에 오른 영화는 미세먼지 특수를 누리게 됐다. 비씨카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세먼지가 실제 소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 이상일 때 영화관 및 멀티플렉스의 일평균 이용금액은 ‘보통’일 때보다 높았다. 이에 따르면 ‘보통’일 때와 비교했을 때 ‘나쁨’인 날 29%, ‘매우 나쁨’인 날 33% 각각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았다.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 활동 대신 실내 활동을 찾는 시민이 늘어서다. 

물론 모든 실내 공간이 호황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주로 밀폐된 실내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뮤지컬 업계는 미세먼지 때문에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관객부터 수 시간 동안 목을 써야 하는 출연진의 건강까지 고려해 내부 공기 관리에도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종로구청에서는 대학로에 즐비한 소공연장을 대상으로 공기질을 측정하고 있다. 공연장 자체적인 노력도 계속된다. 예술의전당은 휴대용 공기 품질 측정기를 수시로 이용하고 있으며, 필요 시 공기정화기 추가 설치까지 검토 중이다. 또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때마다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주차장을 폐쇄키로 했다. 마찬가지로 추후 수요를 파악해 공기청정기나 마스크 구비할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야외 페스티벌은 확실히 ‘미세먼지 비상’에 걸렸다. 당장 내달 예정된 야외 페스티벌만 ‘헤브 어 나이스 데이(Have A Nice Day) #7’ ‘라이플러스(LIFEPLUS) 벚꽃 피크닉 2019’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HIPHOPPLAYA FESTIVAL)’ 등이 있다. 또 5월에는 매년 음악 팬들을 만나고 있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9’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9’도 있다. 이 같은 뮤직 페스티벌은 계절의 특성이 행사의 메인 콘셉트가 된다. 때문에 공연 당일 기상 상황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야외 페스티벌 관계자 D씨는 “일찌감치 행사 일자와 출연진을 확정, 장소 대관을 마친 상태이므로 현재까지는 당일까지 미세먼지 상황을 틈틈이 확인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대신 당일 날씨를 고려해 야외 행사장보다 실내 공연장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예지 기자 yeyege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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