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디톡스]① 인스타그래머블+노모포비아가 점령한 세상
[디지털디톡스]① 인스타그래머블+노모포비아가 점령한 세상
  • 남우정 기자
  • 승인 2019.03.15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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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핸드폰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sns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시대다. 문화 예술도 팔로우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뻗어간다. 4차 산업의 중심이 온라인 세상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핸드폰의 노예가 되길 거부하고 자처해서 멀어진다. 디지털시대의 이단아들의 등장이다. 이들은 왜 스스로 디지털 디톡스를 선택한 것일까. 이 현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뷰어스=남우정 기자] # 20대 대학생 김하영 씨가 외출할 때 반드시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다. 통학 시간이 왕복 2시간이 넘기 때문에 김하영 씨에겐 필수품이다. 이동 중 음악을 듣거나 sns와 메신저를 확인해야 한다. 휴대전화 배터리의 칸이 줄어들면 괜히 불안하다. 보조배터리를 매일 사용하진 않더라도 가지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 30대 직장인 이윤지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현실과 온라인 사이에서 괴리를 겪을 때가 많다. 온라인 상에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곤 하나 간혹 사람 하나 잡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이 많이 본다. 현실에선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온라인으로 들어가면 만인의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괴리를 느끼게 된다.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올해 초 영국 캠브리지 사전은 2018년의 단어로 ‘노모포비아’(nomophobia)를 지정했다. ‘노모포비아’는 ‘No mobile phone phobia’의 줄임말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 발생하는 공포감을 의미한다. 노모포비아는 이제야 등장한 단어가 아니다. 사용된 지는 약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이젠 사전에 등재해야 할 만큼 많은 이들이 이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다. 휴대전화와 함께 하는 삶이 지속된 지 오래됐고 그 심각성은 매년 대두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작년 9월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의 비율이 고르게 분포되었으며 조사 대상의 과반수가 스스로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다고 인정했다.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을 때 하는 활동도 스마트폰 사용이 가장 많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이용자들이 단순히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는 것만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를 뒷받침해주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얻어지는 결과다.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정보 통신에 능통한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의 주축이 됐고 트렌드의 중심을 이끄는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 컴퓨터, 스마트폰을 접한 Z세대다. 문화 산업 중심에 있는 이들을 겨냥한 변화들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용어가 바로 ‘인스타그래머블’이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인스타그램에 ‘able’를 결합한 단어다. 풀이하자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것을 의미한다. 텍스트보단 사진과 영상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의 취향에 맞는 변화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맛집’이다. 물론 현재에도 맛이 좋아 손님들이 줄을 서는 맛집이 많지만 인스타그램 중심으로 퍼진 음식점은 ‘맛’에 ‘분위기’까지 갖춰줘야 맛집으로 인정을 받는다. 카페들도 마찬가지다. 음료의 맛과 상관없이 사진 찍기에 적합한 분위기와 특이한 메뉴가 있는 가게가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외식업계가 동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식업계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인스타그램 용 스팟을 개발하기 위해 애를 쓴다. 

여행업계, 쇼핑업계에게도 인스타그램머블이 빼놓을 수 없는 소비자다. 호텔업계는 외관, 시설 등을 갖추고 인생샷 스팟을 마련하는가 하면 호텔 뷔페도 사진이 잘 나올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해 홍보한다. 쇼핑업계에선 인스타 맞춤형 선물이 등장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 ‘연예인’보단 sns스타

어린이들의 꿈을 보면 그 시대를 알 수도 있다. 과거 장래희망 순위 상위권에 등장했던 대통령, 군인, 과학자 등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가 조사한 초등학생이 꼽은 꿈 순위 1위는 운동선수였다. 하지만 1위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10위권 내 처음 진출한 ‘유투버’였다. 아이들의 인기 직업인 아이돌도 제친 순위다. 

SNS 유명인을 뜻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선망하는 직업이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유명 유투버나 인플루언서의 수입이 억대를 넘는다는 기사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고 인플루언서가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제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표적인 SNS스타였던 ‘임블리’ 임지현 씨가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가 온라인 입소문을 통해 면세점까지 진출한 사례만 보더라도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인플루언서들은 방송까지 진출했다. JTBC ‘랜선라이프’는 온라인상에서 핫한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예능이다.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소개한 ‘랜선라이프’는 시즌2까지 맞았다. 유명 크리에이터인 감스트와 이사배는 지상파 예능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BJ로 변신한 지오(사진=비디오스타)
BJ로 변신한 지오(사진=비디오스타)

반면 연예인들은 유투버로 변신했다. 현재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유튜버로 변신한 연예인들을 셀 수 없이 많다. 강유미, 박준형, 이국주 등은 물론 인터넷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연령대인 이덕화, 이홍렬도 유튜버가 됐다. 연예계 활동이 뜸했던 엠블랙 출신 지오와 강은비 등은 인터넷 방송으로 자리를 옮겼다. 엠블랙 해체 후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던 지오는 BJ가 된 후 열흘 만에 3000만원을 벌었다고 한 방송에서 털어놨다.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젊은층답게 경험을 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게 필수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스타들의 내한 공연과 음악 페스티벌이다. 온라인 상에서 태그만 검색해도 인증샷들이 수두룩하다. 

미술 전시도 인스타그램용으로 등장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인스타그래머블을 위한 전시회들이 간간히 등장하고 있다. 인증샷을 찍을만한 조형물과 배경을 갖추고 포토존을 마련한 전시도 있다. 실제로 SNS에서 전시회 인증샷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객이 전도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작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지 않는 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전시회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이제 전시회에서 사진 찍는 풍경은 익숙하게 볼 수 있다. 작품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작품을 관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전시용으로만 작품을 관람해 진짜 작품을 제대로 관람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전시의 본래 목적이 뒤바뀐 셈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스몸비를 아시나요?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은 스마트폰에 대한 현저성이 증가하고, 이용 조절력이 감소하여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말한다. VDT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 컴퓨터단말기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과의존으로 인한 폐해는 안구건조증 등 눈 질환, 나쁜 자세로 인한 거북목 증후군 등 신체적인 것은 물론 주의력 장애, 불안증세 등 정신적 문제까지 제기된다. 미국 피츠버그의과대학이 19~32세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SNS 이용과 우울증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SNS 이용 시간과 계정에 들어가는 횟수를 기준으로 상위 25% 이용자가 하위 25% 이용자보다 우울증 발병위험이 최소 1.7배에서 2.7배까지 높았다. 연구팀은 타인의 게시물을 보면서 자신과 비교하게 되고 이는 박탈감과 상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온라인상에선 사이버불링 문제의 심각성도 대두되고 있다. 사이버 불링은 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의견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인데 과하게 공격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일명 스마트폰 좀비인 ‘스몸비’다. 스몸비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좀비에 비유한 용어다. 스마트폰에 매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스몸비족의 교통사고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례는 2017년 177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2015년의 1.5배 수준이다. 

결국 이를 막아주는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강남구, 마포구 등 지역에선 스몸비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보행량이 많은 스쿨존에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을 설치했다. 위치감지 센서와 스피커를 통해 보행자에게 음성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산 동래구에선 바닥을 바라보는 스몸비족을 겨냥해 바닥신호등을 설치하기까지 했다. 

온라인 과몰입으로 인한 SNS 목적이 주객전도 현상에 대해 이준영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SNS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과시 욕망이 지나쳐서 나오는 부작용 같은 경우라고 본다. 카페인 우울증(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SNS를 보면서 타인의 일상이 부럽고 본인은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 증상) 중 하나다”고 말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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