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게이트] ① 폭탄 맞은 연예계, 피해자 속출·방송가 피할 수 없는 책임론
[승리 게이트] ① 폭탄 맞은 연예계, 피해자 속출·방송가 피할 수 없는 책임론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9.03.1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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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승리 게이트’. 사건의 단초는 지난해 11월 김상교 씨의 폭로였다. 그는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으나 도리어 가해자로 몰렸다. 그 과정에서 ‘버닝썬 사태’는 승리 개인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경찰 유착, 마약, 성매매 알선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의 문제로 확대됐다. 승리는 은퇴했고 소속사를 떠났지만 YG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연예계 뿐 아니라 각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승리가 일으킨 파장으로 고민에 빠진 다양한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승리가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을 지켜본 이들은 ‘은퇴가 아닌 퇴출’이라는 입장이다. 빅뱅으로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로서, 남다른 예능감을 보인 방송인으로서, 더 나아가 사업가로서 빛을 발하던 승리였지만 그 끝은 초라하다 못해 수치스러운 정도다. 연예인 신분을 활용해 ‘사업가 승리’를 만들어낸 그이지만, 결국 그 타이틀은 승리에게 ‘연예계 퇴출’이라는 치욕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현재 승리는 본인이 등기 이사로 있었던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성폭행과 마약 투약, 경찰 유착과 탈세 의혹, 불법촬영물 공유 등 셀 수 없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과정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 등이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준영이 승리가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고 서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은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3일에는 같은 대화방에 있던 FT아일랜드 최종훈이 음주운전을 무마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 유착 의심점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처럼 겉잡을 수없이 확산되고 있는 논란의 여파는 더욱 연예계 전반에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예계를 비롯해 대중 사이에서는 ‘또 어떤 연예인이 사건과 연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배신감이 팽배해졌다. 이에 팬덤부터 각종 루머로 인한 피해자,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소속사와 방송사 등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SBS, MBC 화면 캡처)
(사진=SBS, MBC 화면 캡처)

■ 이번 사태가 연예계에 안긴 진짜 숙제

버닝썬 논란이 처음 터졌을 때 해외투어 콘서트를 강행했던 승리. 하지만 사건이 커지자 이윽고 그는 남은 투어를 취소했다. 피해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출연했던 각종 예능은 불미스러운 일에 회자되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으로 인해 주변에 피해를 끼친 건 정준영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오는 5월 열리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출연을 취소했다. 또 활발한 예능 활동을 펼친 정준영은 각 프로그램에 짐을 안겼다. 해외까지 가 촬영을 마친 tvN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은 첫 방송 전부터 기운이 빠졌다. 최근 박나래 하차로 위기를 맞은 tvN ‘짠내투어’는 또 다른 핵심멤버인 정준영의 빈자리까지 맞으면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다만 단순히 일거리가 늘어난 것과 별개로 방송가가 진짜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과연 이 같은 피해가 왜 방송사에게 돌아왔는지에 대해서다.

정준영이 2016년 성추문으로 하차했다가 3개월 만에 재합류한 KBS2 ‘1박 2일’은 폐지 요청의 봇물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을 받아준 게 문제라는 게 항의의 요지다. 또 승리의 클럽 사업을 홍보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준 SBS ‘미운 우리 새끼’와 이미 불법촬영물 논란에 섰던 정준영의 ‘황금폰’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MBC ‘라디오스타’ 역시 질타를 받고 있다. 

어떤 연예인들이 사고를 칠지 모르는 상황 속 방송가가 무작정 몸을 사릴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됐던 이들을 기용하거나 연예인들의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에 있어서는 결코 방송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자숙을 거친 연예인에 대한 양론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이제야말로 정말로 그 고리를 끊을 때다. 이번 사안으로 인해 분명해졌다. 문제를 일으킨 이들은 ‘자숙한 연예인’이 아니라 그저 ‘범죄자’일 뿐이다.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더욱 예민하게 구는 것, 이번 승리 사태를 비롯해 정준영의 혐의가 연예계에 안긴 진짜 숙제다. 이와 관련, 한 방송사 CP는  “재미를 위해 자극을 위해 활용됐던 소재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느낌이다”면서 “방송가 생리상 모든 부분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한 벽은 더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검열에 가까웠던 과거로 회귀하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요즘 다양화, 이슈화만 좇으며 경쟁에 불이 붙은 방송가의 모습은 자성할 부분이 많다. 적어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이들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한 잣대를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진=SBS 화면 캡처)
(사진=SBS 화면 캡처)

■ 소속사에도 튄 불똥, 어떻게 배상하나

실질적으로 논란의 직격타를 세게 맞은 곳만 보자면 소속사다. 승리 소속사 YG는 주가 하락, 이미지 타격을 비롯해 각종 비리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YG는 지난 13일부로 승리와 전속계약 해지 사실을 밝혔지만 불미스러운 이슈는 고스란히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준영의 경우도 심각하다. 정준영의 전 소속사가 된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이하 메이크어스)는 최근 새 레이블 ‘레이블 엠’을 설립하고 정준영을 첫 아티스트로 영입했다. 하지만 전속계약 두 달 만에 정준영의 혐의점이 밝혀지면서 메이크어스는 음악적인 작업이 아닌 ‘사태 수습’이라는 일거리를 떠안게 됐다. 금전적인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영이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만 3억 원 이상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소속 아티스트가 논란을 일으키게 되면 해당 기획사는 ‘능력 부재’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야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차치하더라도, 대중에게 한 번 씌워진 인식은 바꾸기 힘들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 각종 문제를 일으켰던 YG는 ‘통제 불능’ 타이틀을 공고히 하게 됐다. 메이크어스는 뒷통수를 맞은 모양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러운 일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메이크어스 또한 아티스트의 인성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영입한 곳이 돼버렸다. 아울러 다른 기획사들은 소속 아티스트의 사생활에 간섭하기도, 지켜보기도 애매한 고민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관계자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물의를 빚었을 때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광고주에게도 손해배상 청구가 날아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표준 계약서에 따르면 논란 등으로 인해 계약 해지를 할 경우 거기에 대한 비용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는 얼마 없다”면서 “더불어 소속사에게는 아티스트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다는 ‘능력 부재’의 프레임이 씌워진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연예인들의 사생활 문제가 터지는 것에 대한 소속사의 방지 및 대처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요즘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사생활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신인들은 숙소 생활 등을 하기에 어느 정도 지켜볼 수 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생긴 아티스트들까지 컨트롤하기는 무리”라면서 “사생활까지 관리하자니 통제가 될 테고, 이들에 대한 존중을 하고자 해도 위험 부담이 생겨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사진=이현지 기자)

■ 애꿎은 피해자 양산·잘못된 선긋기...피해만 커진다

난데없이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된 이들은 또 있다. 바로 동료 연예인들이다. 승리 사건이 정준영의 범죄사실로 확대되면서 연예계는 갖은 루머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이에 사건과 별개인 또 다른 피해자들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트와이스, 오연서, 이청아, 정유미 등 소속사는 해당 아티스트는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알렸다. 특히 정유미 측과 오초희 등은 불쾌한 심경까지 드러냈다. 배우 문채원은 SNS까지 해킹 당했고, 해커는 정준영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문채원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고 했다.

승리와 더불어 정준영과 연관이 있는 이들도 발 빼기에 나섰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언급한 지코는 “내가 본 건 연락처 뿐”이라며 직접 해명했다. 

그런가 하면 꼬리를 자르려 했지만 오히려 의혹을 눈덩이처럼 불린 이들도 있다. ‘SBS 8뉴스’를 통해 정준영과 ‘동영상’과 관련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알려진 용준형은 해명문을 통해 정준영에 등을 돌렸다. 하지만 ‘SBS 8뉴스’는 용준형이 정준영과 대화를 나눈 시점은 정준영이 전 여자친구 A씨로부터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 약 9개월 전인 시점이고, 촬영의 피해자 역시 A씨가 아닌 또 다른 인물이라며 그의 입장에 반문한 상태다.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도 마찬가지다. 승리와 정준영이 있던 단체 대화방에 함께 있던 그는 경찰 수사 협조 요청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바 있다. 이에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대해 “이번 성접대 의혹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 지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2016년 음주운전을 한 사실을 언론에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고 경찰에 부탁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소속사는 이에 대한 혐의는 부인했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3일 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도 해당 내용이 언급된 만큼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들이 보도되다보니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 등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연예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과 무관한 이들의 연관 검색어마저 ‘정준영’ ‘승리’ 키워드가 따라붙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는 댓글이 올라오는 현실이다. 루머나 해킹의 피해자도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몇 미꾸라지가 흐려놓은 연예계 속, 애꿎은 이들만 치명타를 입고 있다.

(사진=빅뱅 DC 갤러리 제공)
(사진=빅뱅 DC 갤러리 제공)

■ “지지 철회” vs “응원할게”...국내외 팬덤 분열

더 나아가 팬덤도 분열됐다. 승리는 빅뱅으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의 팬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특히 가수와 팬덤은 오랜 기간 갖은 시련을 겪어낼수록 일종의 가족애와 신뢰가 생기는 관계. 이에 승리 또한 VIP(빅뱅 팬클럽명)와 남다른 세월을 쌓았다. 그래서 승리가 일으킨 사회적 파장은 팬들을 실망케 했다. 게다가 승리의 여성에 대한 낮은 인식까지 까발려지면서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에 빅뱅 팬들은 승리가 은퇴하기에 앞서 ‘승리 퇴출 성명서’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 9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빅뱅 갤러리에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 승리의 퇴출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올렸다. 팀과 소속사 이미지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개인 사업에 빅뱅 이름을 악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위법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폐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승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강력한 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 승리는 떠밀리듯 연예계를 떠났다.

반면 승리를 바라보는 해외 팬덤의 시각은 조금 다른 모양새다. 일부 해외 팬들은 SNS에 승리를 응원하는 글을 올리며 여전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올린 게시글은 손과 손을 맞잡고 있는 이미지들이다. 여기에는 각각 ‘YG’ ‘승리’와 YG 소속 타 아티스트 팬덤 이름이 쓰여 있다. 빅뱅 팬덤인 VIP와 슈퍼주니어 팬덤인 엘프(ELF), ‘올 케이팝 팬덤즈(All KPOP Fandoms)’와 ‘VIP&승리’가 쓰인 이미지도 있다.

일부 팬들은 '버닝썬 사건'을 처음 제기한 김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의 동의를 구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를 접한 국내 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건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범죄자를 옹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일부 국내 팬들은 해외 팬덤을 반응을 보니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한국 팬들 왜 그러냐’는 식의 의견도 많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 다른 그룹의 팬덤까지 ‘머리채’ 잡힌 상황에 ‘팬덤을 대표한다’는 말을 쉽게 사용하지 말라며 해당 팬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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