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소비자] ③ 드라마 단골 소재 ‘갑질’, 사이다 연출이 의미하는 것
[매너소비자] ③ 드라마 단골 소재 ‘갑질’, 사이다 연출이 의미하는 것
  • 한수진 기자
  • 승인 2019.03.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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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과거 일부 가게에서 볼 수 있었던 해당 슬로건은 이제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됐다.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의 갑질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워커밸’을 도모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워커밸은 ‘worker and customer balance’의 약자로 직원과 손님 사이의 균형을 일컫는 신조어다. ‘매너소비자’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이젠 손님도 매너를 갖춰야하는 시대가 왔다. -편집자주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장면 중(사진=JTBC 방송화면)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장면 중(사진=JTBC 방송화면)

 

[뷰어스=한수진 기자] “삼겹살 2인분 가져와. 고기는 구워서 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한 손님이 컵라면을 배달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와 함께 반말을 내뱉는다.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건 애교수준이다. 이를 지켜본 아르바이트생의 친구는 컵라면 배달에 함께 동행한다. 손님의 정체는 갈비집 사장. 컵라면 배달을 마친 두 사람은 돌연 가게 테이블에 앉는다. 둘은 이제 손님이 됐다. 이후부터 이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삼겹살 2인분 가져와. 고기는 구워서 와” 등 고깃집 사장에게 반말을 일삼는다. 사장이 불쾌해 하자 친구는 “손님은 반말해도 되는 거 아니냐”며 그가 했던 갑질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속 한 장면이다. 

이처럼 ‘갑질’은 드라마 속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면서 흡입력을 더하는 연출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마냥 웃으며 시청할 수 없는 이유다. 

과거 드라마 속 점원들은 손님에게 물벼락 맞기가 일쑤였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하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미디어 속 ‘갑질’ 소재는 당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확실한 인과응보를 보여준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일일드라마 ‘용왕님 보우하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미용실 보조 디자이너인 여주인공 여지나(조안)이 갑질 손님에게 따귀를 맞고 급기야 머리카락까지 잘리게 된다. 이후 환골탈퇴 한 여지나가 해당 손님을 다시 찾는다. 손님도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였다. 여지나는 그에게 물잔을 던지며 과거 당했던 일은 똑같이 되갚아준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물컵을 던지는 등 장면을 폭력적인 연출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론 더하다. 최근 살아있는 강아지를 판매자에게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은 존중 없는 폭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드라마 용왕님 보우하사 장면 중(사진=MBC 방송화면)
드라마 용왕님 보우하사 장면 중(사진=MBC 방송화면)

 

갑질 소재 중 성추행도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해 방송된 KBS2 드라마 ‘죽어도 좋아’에서는 치킨집 아르바이트생 심달기(정미)가 손님에게 추행을 당했지만 컴플레인이 두려웠던 직원들로 인해 조치 없이 넘겼다. 이후 손님의 성추행은 더 대담해졌다. 결국엔 손님에게 사이다를 시전하는 결말로 끝나긴 한다. 이 같은 연기를 한 심달기 배우는 “치킨집 알바생 정미에게 일어난 사건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사실적인 일이다.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키기 어려운 ‘감정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미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획 의도가 분명해 시청자의 높은 공감을 이끌어낸 장면이었다.

이러한 연출은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드라마와 같은 미디어의 영향력은 유행을 이끌 만큼 크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바로 이러한 지점을 파고들어 지난해 콘텐츠 전문기업 화이브라더스코리아와 손잡고 웹드라마 ‘아찔한 손님’의 특별판을 선보였다. 실화를 각색한 에피소드를 통해 갑질 고객을 상대하는 호텔리어의 고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이처럼 미디어는 ‘매너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주도할 수 있는 중요 수단이 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드라마나 방송은 대중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기 마련이다. 최근 벌어진 ‘갑질’ 사건에 대해서 인터넷상에서 여론의 큰 공분이 일었는데 이를 대중문화가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를 통해 인터넷을 쓰는 젊은층 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들에게도 이러한 문제를 보여줌으로써 폭넓게 많은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이런 식의 설정을 작위적이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속적인 방송을 내보낸다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고, 매너소비자를 좋은 흐름으로 이끌 수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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