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읽다] 황정은 작가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다
[작가를 읽다] 황정은 작가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다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2.2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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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창비)
(사진=창비)

 

[뷰어스=문다영 기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런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니까 견딜 만해서 말이야. 그게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말이지.(황정은 ‘백의 그림자’ p.46)”

고통스러운 현실을 감당할 수 없을 때 그림자가 분리되는 사람, 모자로 변신한 아버지, 사람의 말을 하며 주인을 평가하는 애완동물….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 속에 등장하는 환상적 캐릭터들은 모두 변화가 가능할까 싶은 현실 앞에서 대응 능력을 상실한 소시민들의 소외감을 대변하고 있다. 그 쓸쓸한 정서는 세상에 없는 인물들을 통해 더욱 깊이 와닿는다. 

이 작품에 대해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고 했다. 이후 이어진 황정은 작가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황정은 소설이 이제는 좀 무섭다”고 더없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황정은 작가는 그렇게 첫 장편소설인 ‘백의 그림자’로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단번에 주목받는 국내 작가로 뛰어올랐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되고,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큰 주목을 받은 황정은 작가는 ‘황정은풍’, ‘황정은식’이라는 수식어를 가질 만큼 한국 문학사 중 독보적인 개성을 무기로 독자들을 매료하고 있다.

등단 5년 만인 2010년 서른 세 살의 나이에 내놓은 ‘백의 그림자’가 황정은 작가를 독자들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백의 그림자’는 ‘192페이지의 충격’으로도 불린다. 가볍고 짧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마음을 꽉 채웠다는 평을 듣는다. 시적인 문장들은 물론이고 한 문장마다 문장의 액면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 곱씹을 만한 책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황정은 작가는 이후 ‘파씨의 입문’(2010), ‘야만적인 앨리스씨’(2013), ‘계속해보겠습니다’(2014), ‘아무도 아닌’(2016), ‘디디의 우산’(2019) 등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사진=창비)
(사진=창비)

■ 무심한 듯 더해지는 인간의 온기

황정은 작가의 문체들은 참을 수 없는 외로움, 쓸쓸함을 부른다. 그러나 그 안에 온기가 있고 안도가 있다. 그가 굳이 외로움을 파헤치고, 어둠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안에 깊이 들어가기 위함이 아니라 그 끝에 있는 평안과 빛을 찾아내는 과정에 가깝다. ‘백의 그림자’는 폭력을 발생시키는 것들에 주목하며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 위안을 선사한다. 이 작품을 지나 ‘계속해보겠습니다’를 만나면 ‘그래, 희망은 절망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아무래도 좋을 일과 아무래도 좋을 것. 이런 일뿐인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애초부터 세계엔 그런 것뿐이라고 여기는 것이 좋다. (‘계속해보겠습니다’ p.60)”

어쩌면 포기처럼 보이는 문장이지만 황정은 작가는 작품을 통해 결핍과 슬픔과 상처 속에서 그래도 계속해보겠다는 잔잔한 의지를 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아무도 아닌’을 통해서는 인간 관계를 조명하며 관계로 인한 갖가지 감정들에 대한 회한과 희망을 조명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인간의 생에 맞닿은 감정을 조명해 온 작가는 올해 내놓은 연작 소설집 ‘디디의 우산’에서 세월호와 촛불 광장 등 한발 더 깊숙이 현실로 파고든다. 괴로운 현실을 뚫고 행복해지자는 작가의 의지가 녹아 있다. 특히 가장 최근작에서 작가는 작품과 작품 사이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낸다. 작가가 씌워주고자 한 우산은 다름아닌 ‘인간애’다. 황정은 작가는 최신작 인터뷰에서 “비가 내릴 때 내 우산만 챙기는 것이 아니고 옆 사람이 우산을 가지고 있는지 살피는 인간애”라고 자신이 이 문장을 넣은 이유를 밝힌 바다.  

이렇듯 황정은 작가의 온기는 해가 갈수록 점점 온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유의 단정하고 간결하고 리드미컬한 문장들은 온기에 힘입어 더 깊이 확고하게 독자의 마음에 가서 박힌다. 간결해서 더욱 깊이 있고 소박해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작가의 책을 읽은 이들은 작가가 남겨둔 공백을 통해 덧없고 하찮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 곱씹게 된다. 이러한 점들이 현재,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황정은 작가를 만들어냈다.

황정은 작가는 이렇게 나아가고 있다. 2017년부터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황정은 작가의 차기작은 가부장제하의 여성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졌다.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페미니즘을 이 독보적인 작가가 또 어떻게 표현하고 해석할 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 황정은 작가가 걸어온 길

 

문다영 기자 dayoungm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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