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다영의 세태공감] ‘아이돌 외모 죽이기’ 여가부의 촌극
[문다영의 세태공감] ‘아이돌 외모 죽이기’ 여가부의 촌극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2.26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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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엠카운트다운 공식홈페이지)
(사진=M.net 엠카운트다운 공식홈페이지)

 

[뷰어스=문다영 기자]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3일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42쪽에 기재된 항목의 제목이다.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여가부는 진선미 여가부 장관 이름을 걸고 성적으로 평등한 방송환경 조성을 위해서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이들이 ‘인식’하고 ‘점검’할 사항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소가 나온다. 

안내서에서 여가부는 “음악 방송 출연자들의 외모획일성이 심각하다”면서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마른 몸매와 하얀 피부, 노출이 심한 복장과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연예계란 특수 직업군의 속성을 생각한 것인지 묻고 싶다. 여가부는 출연자 외모가 다양하지 못하다고 했지만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 마른 몸매와 하얀 피부, 노출이 심한 복장과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는 말로 수많은 이들의 메이크업, 콘셉트, 개성을 ‘하나’로 묶어버렸다. 다른 그룹과 차별화로 스타를 양성하고자 하는 기획사들의 피땀을 엉성한 틀에 가둬버린 셈이다. 특히 여가부 논리에 따르자면 방송사가 나서서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을 분류, 출연시키거나 배제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불필요한 절차와 또다른 차별을 부르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연습생 육성부터 제대로 된 데뷔 앨범 한 장을 내고 활동하기까지 소속사는 5억원 정도의 비용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의 흥망이 결정되는 3~4년 차까지 꾸준히 활동하기 위해 30억~40억 원 정도가 투입되는 현실이다. 적게는 억대,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돌 그룹의 방송 출연 기회가 여가부의 엉뚱한 잣대로 인해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여성가족부)
(사진=여성가족부)

더욱이 연예인은 하나의 상품으로 분류되는 특수직이다. 기업이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춰 잘 팔리는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것처럼 연예인이란 보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 외모는 경쟁력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몇몇 연예인들이 눈, 코 등 신체 일부에 보험을 드는 등 업계에 연예인을 위한 보험상품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외모적 요소가 빠질 수 없다. 가요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소속 가수를 선별하는 기준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답은 “대중이 좋아할 만한 외모”다. 그 다음으로 끼와 재능이 언급될 정도로 외모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하다못해 ‘함께 일하고 싶은 연예인’ ‘여름휴가 같이 가고 싶은 연예인’ 등 다양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이유가 ‘잘생겨서’ ‘예뻐서’라는 점도 연예인이란 직업군의 특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여가부가 연예인의 목표와 노력을 획일적 외모 운운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이들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아이돌의 외적·내적인 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려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판국에 이같은 권고는 시대와 현실을 무시한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여가부가 양성 평등을 말하면서 외모의 다양성을 주장한 건 억지주장에 가깝다. 획일화된 외모 기준을 탈피하겠다는 시도는 좋다. 그러나 이를 위해 여가부가 생각해야 할 것은 사회적으로 고정화된 미(美)의 기준을 바로잡을 혜안이지, 우격다짐식으로 방송의 자유를 침해하는 우행(愚行)이 아니다. 방송은 분명 미의 기준에 영향을 미쳤다. 외모 획일화를 부추긴 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방송은 하나의 도구일 뿐, 양성평등의 본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방송심의위원회에서 미의 기준을 획일화하는 방송가의 문제들 중 하나로 논의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여가부가 성평등을 주장하며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말이다.

논란이 일자 여가부는 일주일 여만인 지난 19일, 설명자료를 통해 오해를 부른 일부 표현을 수정 삭제하겠다고 했지만 ‘프로그램 제작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을 안내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맞다면서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 논란을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

부디 바란다. 여가부가 더 이상 촌극을 벌이지 않기를. 국민 누구나 정부 부처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힘쓰길 바란다. 그러나 자신의 세금이 실질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책상머리 행정에나 쓰인다면 분노하지 않을 이가 없다. 부디 여가부가 좀 더 폭넓은 시선으로 양성 평등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를 바란다.


 

문다영 기자 dayoungm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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