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부터 ‘불한당’까지…영화 살리는 팬덤
‘미쓰백’부터 ‘불한당’까지…영화 살리는 팬덤
  • 남우정 기자
  • 승인 2018.11.0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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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남우정 기자] 팬덤 문화가 영화시장에까지 미쳤다. 

지난 3일 영화 ‘미쓰백’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3일 기준으로 ‘미쓰백’은 누적관객수 70만 579명을 기록했다. 일반 상업영화와 비교했을 때 100만도 넘지 못한 수치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잇다. 하지만 ‘미쓰백’은 출발선이 달랐던 작품이다.

‘미쓰백’은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가 원톱에 나선 작품으로 아동학대가 주된 내용이다. 제작비는 약 16억으로 아주 낮은 수준이다. 그런 ‘미쓰백’의 개봉날 스크린수는 547개, 상영횟수는 2141번이었다. ‘미쓰백’보다 한 주 전 개봉한 작품인 ‘암수살인’은 986개의 스크린과 4972번 상영됐다. ‘미쓰백’은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영화의 상영관 절반 수준으로 시작을 했다.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어도 프라임 시간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쓰백'의 팬들인 일명 '쓰백러'들은 아동학대 상처를 안고 있는 두 여성의 연대에 공감했고 ‘미쓰백’과 연대를 보여줬다. 쓰백러들은 SNS상에서 적극적으로 티켓 후원에 나섰다. 상영관이 많지 않고 좋은 시간대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힘든 상황에서 예매를 통해 좌석점유율을 높이고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티켓을 나눈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미쓰백’은 적은 수지만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역주행까지 성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쓰백러들은 단체 관람을 주관하고 직접 굿즈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의 홍보와 흥행을 위해 애썼다. 그 사이 주연 배우인 한지민이 제4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등 좋은 일이 더해졌다. ‘미쓰백’ 제작진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릴레이 GV를 개최하며 팬들과의 만남을 갖기도 했다. 결국 10월11일 개봉한 ‘미쓰백’은 개봉 3주차가 넘었음에도 아직 극장에 걸려 있다.

‘허스토리’도 마찬가지였다. 위안부 관부재판을 소재로 한 ‘허스토리’는 호평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상영관 수에 퐁당퐁당 상영으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허스토리’의 최종 스코어는 33만 4360명(11월4일 기준)이다. 수치상은 참패지만 ‘허스토리’는 ‘허스토리언’으로 불리는 팬덤을 얻었다. 이들은 상영관이 부족한 ‘허스토리’의 단체관람을 주도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3차까지 이어진 행사였다. 민규동 감독을 비롯해 김희애 등 출연진들도 자청해 GV에 참석하는 등 뜨거운 호응에 화답했다. 청와대를 비롯해 문화, 교육, 정계, 법조계 등에서도 단체관람을 하면 영화에 관심을 보였다. 

영화의 팬덤이 중요하다는 사례는‘불한당’과 ‘아수라’로 이미 증명됐다. 작년 개봉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을 통해 증명됐다. ‘불한당’은 개봉 당시 감독의 SNS가 논란이 되면서 구설수에 올랐고 상영관이 거의 막을 내린 개봉 3주 후 총 관객수는 약 91만명이었다. 손익분기점인 230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현재(11월4일 기준) ‘불한당’의 누적 관객수는 95만명이다. 1년 사이에 ‘불한당’ 팬덤인 불한당원의 약 70여회에 달하는 릴레이 상영회가 이어지면서 얻은 결과다. 불한당원들은 연기파 배우 설경구를 ‘지천명 아이돌’로 만들어줬고 지난 5월17일 ‘불한당’ 개봉 1주년을 기념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엔 변성현 가독을 비롯해 설경구, 김희원 등과 팬 500명이 함께 했다.    

영화 ‘아수라’의 팬덤인 ‘아수리언’의 행보도 유명하다. 아수리언은 스스로를 영화의 배경인 안남시의 시민이라고 칭하고 안남시 관련 굿즈를 만들었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촛불집회에 안남시민연대라는 깃발을 들고 참석하기도 했다. ‘불한당’과 마찬가지로 개봉 1주년을 맞아 특별 상영회를 열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던 ‘아수라’는 올해 일련의 사건들과 비슷하다고 조명을 받으면서 뒤늦게 손익분기점을 넘기도 했다. 

이렇듯 이제 영화에서 팬덤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시나리오, 감독, 배우 등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죽어가는 영화를 심폐소생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상영을 주도할 수도 있고 막을 내리더라도 영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감독의 예술로 칭해지던 영화는 이제 관객 예술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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