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the guest’ 마치며] 김동욱X김재욱X정은채가 살린 ‘한국형 엑소시즘’의 가능성
[‘손 the guest’ 마치며] 김동욱X김재욱X정은채가 살린 ‘한국형 엑소시즘’의 가능성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8.11.02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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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CN 방송화면)
(사진=OCN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김동욱과 김재욱, 정은채 주연의 ‘손 the guest’가 ‘한국형 엑소시즘’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일 방송한 OCN ‘손 the guest’(연출 김홍선, 극본 권소라·서재원) 최종회는 양신부(안내상)의 죽음으로 시작됐다. 그는 죽기 전 윤화평(김동욱) 최윤(김재욱) 강길영(정은채)에게 “너희 중 두 명은 죽는다”고 예고했다.

양신부의 사망으로 박일도가 사라진 줄 알았으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윤이 양신부에게 ‘손’을 옮겨받았던 부마자에게서 이상 조짐을 포착한 것. 같은 시각 길영은 집에서 죽은 검은 새의 머리를 발견했다. 동시에 화평은 육광(이원종)이 귀띔했던 집 뒤뜰에 묻혀있던 시체와 할아버지(전무송)의 사진을 찾아냈다. 

박일도는 화평의 할아버지였다. 과거 화평의 삼촌(한규원)이 박일도에 빙의된 채 죽은 이후, 악귀가 손자에게 옮는 게 두려웠던 할아버지가 빙의를 자처했던 것. 화평의 엄마(공상아) 할머니(이영란)를 죽인 이도, 병원에서 마을 사람들을 빙의시킨 이도 모두 할아버지였던 셈이다.

박일도는 화평에게 “나는 네 몸에 한번도 들어간 적이 없다”며 윤과 길영까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화평은 스스로 박일도를 받아들이는 길을 택했다. 그를 제 몸에 가둔 뒤 함께 죽고자 한 것. 뒤늦게 찾아온 윤과 길영이 이를 막으려고 했으나 화평은 스스로 심장과 눈을 칼로 찌르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화평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1년이 지나 윤과 길영은 화평의 기일을 챙기기 위해 계양진에 들렀다가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화평이 박일도에게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확신이 없어 혼자 지내고 있었던 것. 마침내 재회한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애틋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손 the guest’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이어 화평의 내레이션이 여운을 남겼다.

“그것이 바닷속에 아직 있다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세상이 혼탁하고 인간이 타락하면 손은 또 올 것이다. 손은 동쪽의 바다에서 온다”

(사진=OCN 방송화면)
(사진=OCN 방송화면)

 

‘손 the guest’는 방송 전부터 ‘한국형 엑소시즘’을 예고했다. 상상이 가지 않는 상극의 조합이어서 장르물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과연 한국의 무속문화와 카톨릭의 구마의식을 어떻게 융합시킬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형 엑소시즘’은 ‘손 the guest’의 주요 캐릭터 설정부터 반영됐다. 무속인 집안에서 태어난 화평과 카톨릭의 구마사제 윤이라는 상반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 여기에 정의감이 투철한 형사 길영이 함께하며 균형을 잡았다. 이렇듯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세 인물이 ‘손’박일도를 처단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과정이 이 드라마가 ‘한국형 엑소시즘’을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굿’과 ‘구마의식’ 사이에 나타난 쏠림현상이다. ‘손 the guest’은 1회에서 어린 화평(최승훈)이 눌림굿을 받는 장면을 내보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굿판 특유의 화려한 비주얼과 정신을 쏙 빼놓는 악기 소리, 이를 극대화한 영상미로 시청자들을 감탄케 한 것. 그러나 이로 인해 영매 화평의 능력이 일부 봉인되면서 굿이 나올 일도 사라졌다. 화평의 지인으로 육광(이원종)이라는 무당이 등장했으나 그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대신 부마자에게서 ‘손’을 쫓는 것은 사제인 윤의 몫이 됐다. 이에 성수와 묵주, 기도로 ‘손’을 쫓는 구마의식이 거의 모든 회차에서 반복돼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the guest’가 박수받아 마땅한 이유는 많다. 우선 국내 드라마에서 전례없는 시도를 꾀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악귀가 사람의 어둡고 약한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다는 설정이 주는 메시지도 남달랐다. 이를 테면 ‘손 the guest’에는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란 부마자 둘이 나왔다. 3~4회의 최민상(이중옥)과 8~9회의 정서윤(허율)이다. 민상은 어린 시절 모친에게 학대받은 상처 때문에 악귀에게 쉽게 몸을 내줬다. 반면 서윤은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친의 마음을 알고 본능적으로 빙의를 거부했다. 이처럼 ‘손 the guest’는 약한 인간이 어떻게 악한 인간으로 변모하게 되는지의 과정을 통해 ‘인간’과 ‘관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했다. 

(사진=OCN 방송화면)
(사진=OCN 방송화면)

 

이 과정에서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김홍선 PD의 손뼉이 잘 맞았다. 무엇보다 권소라·서재원 작가의 발전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전작은 tvN ‘안투라지’(2016)다. 방영 당시 최저 시청률이 0%대까지 떨어지며 굴욕을 맛본 작품이다.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안투라지’는 부자연스러운 각색으로 비판받은 바. 그러나 ‘손 the guest’에서는 달랐다. 극 초반 화평과 윤, 길영이 ‘박일도’라는 공통분모를 갖게 되는 과정을 탄탄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다만 극의 후반부터는 박일도를 찾는 과정이 다소 허술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최종회는 화평의 할아버지가 박일도에 빙의됐다는 반전이 드러난 뒤, 그간의 진실을 대사와 회상 장면으로 풀어내며 지루하게 흘렀다. 그 빈틈은 김홍선 PD의 연출력이 메웠다. 상황에 맞는 조명과 카메라 앵글의 사용으로 ‘손 the guest’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는 평가다.

배우들의 열연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극을 이끌어간 김동욱은 화평이 처한 극한의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능청스러운 일상 연기부터 박일도에 집착하는 모습, 박일도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오열하는 모습을 오가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게다가 최종회에서는 박일도에 빙의돼 오락가락하는 모습까지 완벽히 소화했다. 김재욱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해 OCN ‘보이스’로 살인마를 연기하고 SBS ‘사랑의 온도’로 로맨티스트의 모습까지 보여준 김재욱이다. ‘손 the guest’에서는 유악한 사제로 변신, 기존의 퇴폐적이고 치명적인 이미지와 정반대의 매력을 발산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인물은 정은채다. 이전까지 신비로운 분위기로 사랑받았던 정은채는 ‘손 the guest’ 중 가장 현실적인 길영을 맡게 됐다. 길영은 극 중 제멋대로이지만 용감한 형사로 그려진 바. 여타의 드라마와 달리 남자 주인공보다 더 몸을 많이 쓰는 여자 주인공으로 흠잡을 데 없는 액션 연기를 선보여 ‘손 the guest’ 시청자들에 통쾌함을 선사했다.

그런 한편 ‘손 the guest’의 주인공은 세 배우뿐만이 아니었다. ‘손 the guest’에 등장한 거의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부마자로서 고난도의 빙의 연기를 보여준 전무송(화평 조부 역) 한규원(화평 삼촌 역) 윤종석(최신부 역) 전배수(김영수 역) 이중옥과 백범수(폐차장 형제 역) 김시은(김륜희 역) 김노석(계양여고 수위 역) 허율(정서윤 역) 유승목(화평 부친 역) 박호산(고봉상 역), 그리고 15~16회 계양진 마을 사람들을 맡은 모든 배우가 소름돋는 연기력으로 ‘손 the guest’를 완성시켰다.

이런 가운데 오는 24일 첫 방송 예정인 OCN 토일드라마 ‘프리스트’와 내년 개봉하는 안성기 주연의 영화 ‘사자’도 엑소시즘을 다룬다. 소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처럼 굳어지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손 the guest’가 TV화제성 드라마 부문 2위(10월 29일 발표 기준)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르의 다양화를 불렀다는 점 또한 ‘손 the guest’의 가치가 빛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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