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BIFF 리뷰]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곱씹을수록 매료된다
[제23회 BIFF 리뷰]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곱씹을수록 매료된다
  • 남우정 기자
  • 승인 2018.10.10 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해일(사진=군산:거위를 노래하다 스틸컷)
박해일(사진=군산:거위를 노래하다 스틸컷)

[뷰어스=남우정 기자] 다시 펼쳐진 장률 월드가 반갑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된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은 군산으로 여행을 떠난 남녀가 그곳에서 마주치는 인물들과의 소소한 사건을 그려낸다. ‘경주’ ‘춘몽’을 통해서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 냈던 장률 감독은 이번엔 군산을 선택했다.

친한 선배와 이혼한 아내인 송현(문소리)과 윤영(박해일)은 즉흥적으로 군산 여행에 나섰다. 과거 송현을 좋아한 바 있는 윤영은 송현에게 은근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남녀간의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군산에서 머물 민박집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진다. 홀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 딸(박소담)을 키우고 있는 민박집 주인(정진영)에게 송현은 호감을 갖게 된다. 윤영은 안중에도 없다. 그리고 영화는 중반부로 넘어서면서 윤영과 송현이 군산으로 떠나기 전인 과거로 시간을 역행한다. 두 사람이 재회하게 된 순간부터 관계를 그려내고 이들의 주변 인물들도 등장한다.

‘군산’은 겉모습과는 다른 형상에 대해 꾸준히 언급하고 표현한다. 일단은 군산이라는 장소부터 이중성을 갖고 있는 곳이다. 군산은 아름다운 풍광과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곳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제의 잔재가 상당수 남아있는 장소다. 장률 감독은 아름다운 군산의 모습과 함께 길 위에서 펼쳐진 일본인들의 만행이 담긴 사진전을 함께 담아냈다.

등장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선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등장한다. 한국인들은 한국에 터를 잡고 있는 일본인은 재일교포라고 부르고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중국인에겐 아무렇지 않게 조선족이라는 호칭을 쓰며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윤동주 시인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송현은 일본이 좋다고 말한다. 조선족 인권 운동에 참여했지만 조선족 오해를 받자 기분 나쁜  기색을 드러낸다. 조선족의 인권 보장 시위를 하는 이는  알고 보니 한국인이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 윤동주는 연변 출신으로 현 시대까지 살고 있다면 조선족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윤영은 자신의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조선족이 윤동주 시인의 후손이라는 걸 알자 태도가 바뀐다. 도우미 앞에서 조선족을 그렇게 욕하던 윤영의 아버지지만 자신의 아들은 어린 시절 화교 학교에 보냈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의 이중성을 통해 장률 감독은 씁쓸한 웃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군산’의 매력은 배우들의 생활 연기와 직결된다. 장률 감독과 이미 여러번 호흡을 맞췄던 박해일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기를 펼친다. 문소리가 맡은 송현의 마성의 매력이 느껴진다. 이중적인 행동을 해도 그게 밉지 않다. 이외에도 정진영, 박소담, 한예리, 정은채, 윤제문 등을 발견하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나 영화를 곱씹어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장률 감독 영화의 특성에 걸맞게 다양한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8일 개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