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NOW] 박원·아이콘·에피톤 프로젝트, 변화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
[뮤직NOW] 박원·아이콘·에피톤 프로젝트, 변화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8.10.0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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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뷰어스=이소희 기자] 2018년 10월 첫째 주(10월 1일 월요일~10월 7일 일요일)의 앨범은 박원, 아이콘, 수진, 에피톤 프로젝트, 입술을깨물다입니다.

■ 박원 미니 ‘r’ | 2018.10.1.

박원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가수다. 이번 미니앨범 ‘r’은 박원이 작정하고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준 듯한 느낌을 준다. ‘r’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인, 모두 ‘r’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키워드로 한 앨범이다. 러덜리스(rudderless), 루머(rumor), 리얼(real) 등을 중심으로 트랙을 채워나갔다. 단어들만 보면 노래의 느낌이 별로 와 닿지 않지만 가사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진지하다 못 해 마음이 저릿해지기까지 하는 박원의 목소리를 새겨보면 전혀 다르다. 

박원은 타이틀곡 ‘나’에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지 못 하는 내용을 담았다. 곡 초반부 들릴 듯 말 듯 내뱉는 목소리와 절제된 스트링 연주는 마음 속 폭풍전야를 잘 보여준다. ‘나’를 통해서는 가장 박원다운 멜로디와 보컬을 표현했다면, 다른 트랙에서는 한 분위기에 갇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은 개인의 이야기로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박원의 모습을 증명한다.

■ 아이콘 미니 ‘New kids: The final’ | 2018.10.1.

아이콘이 새 미니앨범 ‘뉴 키즈: 더 파이널(New kids: The final)’을 내면서 ‘뉴 키즈’ 시리즈를 마무리 지었다. 아이콘은 첫 번째 앨범 ‘뉴 키즈: 비긴’은 별로 빛을 보지 못 했다. 하지만 이후 낸 ‘리턴(Return)’ 타이틀곡 ‘사랑을 했다’는 이들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쾌한 힙합 요소를 살리던 이전의 개성을 잠시 접고 새로운 감수성을 내세운 덕분이다. 이에 아이콘은 ‘뉴 키즈: 컨티뉴’의 타이틀곡 ‘죽겠다’를 통해 이 감성을 유지했고, 이번 타이틀곡 ‘이별길’에서 역시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별길’은 때마침 ‘가을’이라는 계절과도 맞물린다. ‘사랑을 했다’보다 훨씬 짙어진 멜로디를 지녔다. 멤버들의 감각적인 목소리에 더해진 풍성한 스트링 연주는 노래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사랑을 했다’ ‘죽겠다’뿐만 아니라 이전의 타이틀곡에서 볼 수 없던 구성이지만, 이 요소는 노래의 색깔을 좌우하는 큰 역할을 한다. 아이콘은 이렇게 서정적이고 차분한 음악도 잘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전에 거둔 성공의 답습으로 빠질 수도 있던 아이콘은 이번 신곡을 통해 위기를 잘 이겨내고 또 다른 장르를 개척했다.

■ 수진 미니 ‘내 마음은’ | 2018.10.2.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으로 자신의 오감을 표현하는 수진이 첫 번째 미니앨범을 냈다. 미니앨범 ‘내 마음은’은 수진이 지금까지 만든 곡 중 가장 좋아하는 음악들을 고르고 골라 수록한 앨범이다. 그런 만큼 각 트랙은 수진이 지닌 생각과 시선을 충실히 담고 있다. 

타이틀곡은 ‘꽃의 의미’와 ‘한강’이다. ‘꽃의 의미’는 이전의 싱글들보다 훨씬 더 미니멀한 인상이다. 조심스럽게 가사를 내뱉는 목소리는 조용히 노래를 이끈다. 독특한 리프로 시작되는 ‘한강’에서 수진은 또 다른 면모를 보인다. 아무런 표정 없이 이별을 고하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는 화자의 모습은 멜로디와 소리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 담담하지만 구슬픈 기조를 지닌 동양적인 멜로디는 노래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복잡한 심경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화자의 모습을 그려낸다. 머릿속 그림을 다양한 사운드로 표현하는 수진만의 색깔이 보인다.

   
■ 에피톤 프로젝트 정규 ‘마음속의 단어들’ | 2018.10.4.

혹자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번 앨범을 듣고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음속의 단어들’의 모든 트랙을 꼭꼭 곱씹으며 들어본다면, 그들이 말한 것은 바로 에피톤프토젝트만이 전할 수 있는 위로임을 느끼게 된다. 

‘마음속의 단어들’은 연락처부터 시작해 주변의 엉킨 구석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공백기를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4년 만에 돌아온 에피톤 프로젝트는 자신이 만들어낸 엉킨 실타래를, 미처 뒤돌아보지 못 했던 막막한 안개 속을 돌파했다. 그렇게 수풀을 헤치고 찾아낸 ‘진짜’ 내 마음은 각 곡을 통해 담백하게 정제되어 실렸다. 노래를 듣다 보면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드는 것. 에피톤 프로젝트가 저마다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본질을 지극히 자신다운 방법으로 표현해서는 아닐까.

■ 입술을깨물다 싱글 ‘nowhere Michelle’ | 2018.10.5.

‘미셸(Michelle)’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단박에 가수 비틀즈가 떠오른다. 입술을깨물다도 알고 있다. 이들은 ‘미셸’을 단순한 명사가 아니라 추억을 회상하는 매개체로서 차용했다. 싱글 ‘노웨어 미셸(nowhere Michelle)’은 말 그대로 ‘어디에도 없다’고 느꼈던 것들을 ‘지금 여기’에서 찾아내는 노래다. 없다고 느낀 것은 착각일 뿐, 그저 잊고 살았던 것이라는 게 입술을깨물다의 이야기.

입술을깨물다는 다이내믹한 악기 구성과 들뜬 보컬을 잠시 내려놓았다. 대신 점층적으로 감정을 쌓아가는 구성과 음의 리드미컬한 반복을 사용해 색다른 서사를 내세웠다.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주축으로 한 ‘노웨어 미셸’은 축 처지는 기분대신 벅차오르는 감정을 선사한다. 이 감정을 극대화하는 노래 후반부의 풍부한 코러스, 점차 힘을 더해가는 연주는 입술을깨물다가 곡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희망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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