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혐시대] ② 대중문화 속 책읽기, 아이돌까지 번지다?
[책혐시대] ② 대중문화 속 책읽기, 아이돌까지 번지다?
  • 남우정 기자
  • 승인 2018.10.08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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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태조사 결과가 나올 때만 와닿았다. 독서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하지만 최근 ‘책혐시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18년은 정부가 지정한 ‘책의 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시선을 달리 보면 얼마나 책을 안 읽으면 정부가 책을 보라고 1년 프로젝트를 세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률을 계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작은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2018년 독서생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편집자주-

폐지한 독서 예능 비블리오 배틀, 책잇아웃(사진=MBC, MBN)
폐지한 독서 예능 비블리오 배틀, 책잇아웃(사진=MBC, MBN)

[뷰어스=남우정 기자] TV에 나오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량의 미디어셀러를 탄생시킨 것은 MBC 예능 ‘느낌표’다.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에서 선정한 도서는 방송이 방영됐을 시기부터 몇 년간 서점가를 휩쓸었다. 방영 시기였던 2002년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교보문고 기준) 1위에 ‘아홉살 인생’ 2위 ‘봉순이 언니’, 3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5위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올라있다. 모두 ‘느낌표’에서 선정한 작품들이다.

예능을 넘어 드라마, 영화 등으로 소개된 책도 항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지난해 방영됐던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소개된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2015년 발간된 이 책이 2017년에 대중들의 인기를 얻은 데에는 tvN ‘도깨비’의 역할이 컸다. ‘시카고 타자기’에서 임수정이 유아인에게 선물한 책인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도 그 달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를 통해 여러 책을 노출 시키며 미디어 역할을 제대로 활용한 사람 중 하나다. ‘시크릿 가든’에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신사의 품격’에 등장한 ‘어디선가 나를 찾는 벨이 울리고’, ‘상속자들’에서는 ‘꼭 같이 사는 것처럼’ 등을 노출 시켜 드라마가 견인차 노릇을 톡톡해 했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최근 책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아예 시도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다. OtvN ‘비밀독서단’, KBS ‘서가식당’ ‘책번개’ 등 프로그램들이 책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올해만 하더라도 MBC ‘책잇아웃-책장을 보고 싶어’, MBC ‘비블리오 배틀’라는 책 예능이 공개됐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이렇다 할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느낌표’가 방송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 만큼의 화제와 의미를 가진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지상파에 고정적인 책 프로그램이 있으면 찾아보게 된다. 시청률이 낮더라도 다르게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수다. 매주 그만한 단위로 책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게 매스미디어밖에 없지 않나”며 “방송의 공영성을 높여야 한다. 정치적인 것도 중요하나 문화적 공영성이 있어야 한다. 예능으로만 때운다면 공영성은 0이 된다. 현재 방송사들은 문화적 공정성 문제에선 결격이다. KBS에서 수년간 정통성을 가진 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없어지는 걸 보면서 무엇이 정상화 되었나 싶다”고 꼬집었다.

모모문고 출연한 여자친구 은하(사진=모모문고)
모모문고 출연한 여자친구 은하(사진=모모문고)

■ 아이돌이 독서 시장에까지 진출한 이유

대신 새로운 형태의 책 읽기가 등장했다. 지난 6월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오디오북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성우가 주축을 이뤘던 기존의 오디오북과 달리, 연극배우 성수연, 소설가 김영하, 가수 이승열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이돌인 갓세븐(GOT7) 진영이었다. 진영은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낭독했다.

그 결과, 지난달 네이버에 따르면 유로 오디오북은 오픈 한 달여 만에 5000권 이상이 판매됐고 약 4만 명 이상이 체험했다. 그 중에서 진영이 낭독한 ‘어린 왕자’는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이돌 낭독 효과로 1020 구매자 비율이 평균에 비해 5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네이버 오디오클립 관계자는 “홍보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구매수치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오디오북이라는 포맷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아이돌, 연예인들의 참여로 10대, 20대가 관심을 보였다. 젊은 층에게 다가가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이돌과 책의 만남은 웹예능으로도 볼 수 있다. KBS와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인 모모콘이 공동 기획 제작한 ‘모모문고’는 책을 모르는 모모세대(모바일세대)에게 아이돌이 직접 선택한 교양도서를 본인이 직접 읽어주는 웹 인문 예능. ‘아이돌과 함께하는 독서생활’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프로그램답게 ‘모모문고’는 아이돌이 직접 고른 책을 추천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고백한다. 현재까지 여자친구 유주, 은하, 라붐 솔빈, 남태현 등이 참여했다.

‘모모문고’ 이고운 작가는 “아이돌의 영향력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때에,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책을 읽는 아이돌은 무대에서는 절대로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자 매력이기 때문에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SNS나 댓글을 보면, 출연자가 읽은 책을 바로 주문했다는 분들이 많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왜 이 책을 마음에 들어했을까, 하는 의문을 직접 책을 사서 읽으면서 풀어가는 것이다. 출판사에서도 실제로 방송 후에 판매부수가 늘었다고 연락이 온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아이돌과 같이 10대 들이 좋아하는 스타와 책과 결합시키는 방안은 해외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전통적인 방법.  장 대표는 "영국에선 축구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축구스타와 함께하는 책 읽기를 하고 도서관과 지역 축구 클럽이 연계해 10대들에게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며 “독자 입장에선 ‘저런게 뭐가 도움이 되나’고 싶겠지만 아이돌 때문에 책을 읽는 친구들은 원래 아예 책을 안 읽었던 경우가 많다. 그런데 덕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는 사람이 생기면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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