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혐시대] ① 우리는 왜 책을 안 읽을까
[책혐시대] ① 우리는 왜 책을 안 읽을까
  • 남우정 기자
  • 승인 2018.10.08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실태조사 결과가 나올 때만 와닿았다. 독서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하지만 최근 ‘책혐시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18년은 정부가 지정한 ‘책의 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시선을 달리 보면 얼마나 책을 안 읽으면 정부가 책을 보라고 1년 프로젝트를 세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률을 계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작은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2018년 독서생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남우정 기자] 우리는 정말 '책혐시대'에 살고 있을까.

‘고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청소년 권장도서’ ‘서울대 권장도서’ 등 낯설지 않은 문구들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접해 왔다. 세대별로 나눠서 읽어야 책을 골라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사고를 달리하면 얼마나 책을 안 읽었으면 필독서라는 타이틀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만 19세 이상 성인 6000명, 초등학생(4학년 이상) 및 중·고등학생 3000여 명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국민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작년 독서율이 59.9%다. 2년 전보다 5.4% 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1994년 독서 실태조사를 시행한 이후 사상 최저치다.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일반 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을 성인 59.9%, 학생 91.7%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는 몇 년 전부터 꾸준했다. 2015년 UN 조사결과 한국인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였고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에 따르면 10세 이상 국민의 평일 기준 독서 시간은 6분으로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은 10명 중에 1명도 안 됐었다.

책 생태계 비전 포럼’(사진=2018 책의해 홈페이지)
책 생태계 비전 포럼’(사진=2018 책의해 홈페이지)

이에 대해 ‘책혐시대의 책읽기’의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입시가 ‘책혐’의 뿌리깊은 온상”이라고 표현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자녀의 독서를 자랑스럽게 여기던 부모들도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책을 기피대상으로 여긴다고 지적한다. 이는 조사 결과만 확인하더라도 와 닿는다.

2017 독서실태조사 결과에서 많은 이들이 독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론 ‘일(학교, 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성인 32.2%, 학생 29.1%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휴대전화 이용,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다른 여가 활동으로 시간이 없어서’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달 2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책의해조직위원회가 공개한 '독자 개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입시 경쟁을 비롯해 취업준비, 업무부담 등이 독서에 대한 관심을 감소시키는 원인이었다. 대학입시에 따른 조기 경쟁 때문에 초등학생 시절에 비해 중학생 때의 독서 관심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젊은 세대일수록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2책의해조직위원회는 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지, 비독자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 진행한 ‘

책을 읽지 않는 사람(비독자)을 읽는 사람(독자)으로 어떻게 전환시킬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이들의 독자 개발 연구 결과, 비독자는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논의에 대해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책을 아예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 비독자 연구가 좋은 시도이자 기록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금까지 누가 왜 책을 안 읽는지 연구를 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독자의 니즈를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 이젠 미독자의 의지를 반영해서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클럽 운영 중인 민음사(사진=민음사 제공)
북클럽 운영 중인 민음사(사진=민음사 제공)

■ 책읽기는 혼자만의 영역? 독서 이제는 함께한다

최근 SNS를 통해서 쉽게 독서모임 관련 피드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독서모임’만 검색해도 수많은 동호회들이 나온다. 유료에 독후감까지 써야하는 독서 모임으로 유명한 ‘트레바리’에 따르면 2015년 시작해 지난 8월까지 1만 3602명이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독립서점이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변화도 있다. 과거 책을 구매하는 곳으로 취급됐던 서점은 이제는 문화 창구 역할을 한다. 책과 관련된 토론과 모임을 주최하고 영화 상영부터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작가들과의 만남도 동네 책방에서 이뤄진다.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들도 최근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책을 대여하고 책 읽을 공간을 대여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릴레이 책읽기, 독후감 대회 등 매월 진행하는 행사수가 꽤 된다.

와 가장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 출판업계도 독자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북클럽이다. 자신의 출판사 북클럽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에게 책과 굿즈 등을 가입 선물로 주고 작가 강연과 독서모임, 필사모임 등의 행사에도 초대한다. 민음사, 창비, 문학동네 같은 인기 출판사가 북클럽을 통해서 충성스러운 독자들을 모으고 있다.

2011년 국내 최초로 단행본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 민음사는 벌써 북클럽 8기를 운영 중이다. 민음사에 따르면 현재 북클럽 회원은 약 5800명이다. 1기와 비교했을 때 회원수가 46% 가량 증가했다. 특히 포털사이트 검색량을 확인한 결과 최근 북클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검색량이 확연히 늘었다. 민음사 홍보 관계자는 본지에 “기존에 헤비독자가 아니었던 분들에게도 북클럽 가입이 트렌드처럼 번져나가면서, 책과 독서 활동에 대해 관심 갖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늘었다. 특히 앞으로의 도서시장을 견인해 나갈 20~30 대 독자층이 민음북클럽 주요 가입자인 점 에서 시장 활성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이같이 함께 하는 독서에 대해 “수다가 아니라 대화가 필요한 이들이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좋은 의미의 사회적 모임을 갖고 싶은 욕망이 크다”며 “또 비독자는 자기 힘으로 독자가 되기 힘들다. 비독서는 중독에 가깝다. 자기 힘으로 벗어나지 못해 책친구가 없인 불가능하다. 그런 이들이 독서 동아리에 소속돼 의무를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올해를 2018 책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출범식을 가진 책의해조직위원회는 매월 책 생태계 비전 포럼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루 10분 함께 읽기’ ‘찾아가는 이동책방’, ‘전국 도서관 대회’ ‘나도 북튜버, 위드북’이 있으며 6월부터 매월 ‘심야 책방의 날’도 진행되고 있다. SNS를 활용해 젊은층을 공략한 부분도 눈에 띄지만 ‘함께하는’에 중점을 둔 행사가 많았다. 독서를 단순히 개인의 선호로만 보지 않았다.

이에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행사를 얼마나 많이 했냐는 의미가 없다. 행사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남는 걸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현재 전략적 목표가 설정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부분에선 목표가 안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참여 독자수가 기록으로 남을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전략적으로 설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도서 공연비에 대해 최대 100만원까지 30%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도서·공연비 소득공제'가 독서 장려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예스24는 제도 시행 일주일 도서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도 도서 매출액이 직전 열흘간(6월 21~30일)에 비해 18% 늘었다고 밝혔다. 주52시간 근로 시행과 맞물리며 문화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장은수 대표는 아직까진 도서 소득공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효과에 대해 논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다만 연말정산을 하고 난 후에는 좀 더 알려질 것으로 기대했다. 장 대표는 “아무래도 소득공제 되는 금액이 아쉽지만 그래도 출발점이 생겼으니 더 늘리면 된다고 본다. 현재 상태에선 좋은 정책으로 보고 있다. 소득공제에 대해 몰랐다가 연말정산 이후 책을 사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내년 말까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