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고등래퍼’ 옌자민의 특별한 청사진
[마주보기] ‘고등래퍼’ 옌자민의 특별한 청사진
  • 한수진 기자
  • 승인 2018.10.0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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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자민(사진=브랜뉴뮤직)
옌자민(사진=브랜뉴뮤직)

 

[뷰어스=한수진 기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게 가장 멋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고등래퍼’ 속 수줍게 랩을 하던 고등학생은 없었다. 옌자민(김윤호)은 불과 2년 만에 꽤나 유려한 아티스트로 성장해 있었다. 신념이나 주관도 뚜렷하다. 자신의 고집만 좇지 않을뿐더러 또래들과 달리 겉멋보단 내면을 중시한다. 마냥 트렌디함을 따르지도 않는다. 아스팔트 길보단 돌멩이 투성이의 흙길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려는 그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발매한 데뷔 앨범 ‘트레블 온 마이 마인드’(Travel On My Mind)도 결이 같다. 타이틀곡 ‘홀라’(HOLA)에 라틴 장르를 섞으며 기존 트렌디한 힙합과 차별점을 뒀다.

“내 첫 단추를 오토튠과 같은 유행하는 음악으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들을 따라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마침 스페인 여행도 다녀왔고 해서 스페인스럽게 랩을 했어요. 수록곡 ‘플라시보’랑은 톤이 완전 달라요. 라틴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원래 분위기에 따라서 랩핑을 바꾸는 스타일이에요. 래퍼 김윤호의 첫 단추니까 새로운 걸 하고 싶었죠. 특히 여행은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들어줬으면 해서 ‘홀라’로 타이틀곡을 내게 됐어요”

수록곡 ‘플라시보’엔 크루 키프클랜 멤버 전원이 참여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키프클랜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멋진 곡이 탄생했다. 

“친구들이 너무 바빠서 주제만 던져주고 보이스 파일을 받는 형식으로 작업했어요. 유닛으론 만날 순 있어도 다 같이 만날 시간은 거의 없거든요. ‘플라시보’를 가장 잘 소화한 건 임수라는 친구에요. 사실 그 친구 벌스 듣고 제목도 ‘플라시보’라고 지은 거예요” 

■ “브랜뉴뮤직 간 이유요? 체계적인 회사라고 느껴서 가게 됐죠”

옌자민은 데뷔 앨범을 발매하기 직전 힙합레이블 브랜뉴뮤직으로 둥지를 틀었다. 그의 브랜뉴뮤직 행에 의외라는 힙합 팬들의 평이 많았다.

“여러 회사에서 제의가 왔었죠. 그런데 힙합만 하는 회사는 들어가기 싫었어요. 나의 다양한 면을 살리고 싶었고 방송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한해 형이랑 산이 같은 형들이 입지를 잘 다지고 있잖아요. 아티스트는 서포트가 잘 돼야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그런걸 보면서 체계적인 회사라고 느껴서 가게 됐죠”

옌자민(사진=브랜뉴뮤직)
옌자민(사진=브랜뉴뮤직)

 

소속사까지 갖춘 옌자민은 더 이상 ‘고등래퍼’ 속 아마추어가 아니다. 김윤호라는 이름 대신 옌자민으로 출사표를 던진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힙합하면서 소위 말하는 ‘힙찔이’ 같은 형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런 형들이 항상 술, 담배 권유를 많이 했어요. 난 별로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담배는 안 해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고등학교 때 바라 본 힙합은 좀 더러운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생각해서 벤자민 프래클링처럼 신념을 가진 래퍼가 되려고 옌자민으로 랩명을 지었어요. 벤자민에서 윤호의 YH를 따서 지은 이름이에요”

■ “어느 정도 음악적 고집을 갖되 대중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래퍼로서 그릴 청사진도 특별하다. 프로의 세계에 임하는 태도에서 강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고등래퍼’라는 플랫폼 안에서 발매했던 곡들은 사실 따뜻한 시각이 많았잖아요. 방송에서 내는 곡은 퀄리티 여부를 떠나 이슈가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이젠 고등래퍼라는 타이틀을 떼고 차가운 프로의 세계에서 곡을 내는 거잖아요. 프로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설레고 두근거려요. 내가 어느 정도의 역량인 지를 평가 받을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한편으론 두려운 것 같아요. 나는 좋다고 만들었지만 결과는 열어봐야 아는 거니까요. 며칠간 잠도 잘 못자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사실 자기만족만 해서 곡을 만들 거면 그냥 아마추어로만 남으면 되죠. 그런데 이건 남들의 귀를 만족시켜야하는 프로의 세계잖아요. 어느 정도 음악적 고집을 갖되 대중성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들한테 사랑을 받고 싶어요”

힙합 문화는 주류로 거듭났지만 래퍼들은 과거의 비주류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다. 폭행, 마약, 비하 등으로 구설에 오를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 탓이다. 하지만 옌자민을 보고 있자니 한국 힙합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의식에 따라 사람의 그릇이 다르듯 옌자민은 기존 힙합 아티스트들과는 그릇 크기부터가 다르다. 

“힙합이라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내 음악이 항상 힙스럽지만은 아닐 거예요. 음악을 통해 지금 내 삶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거예요. 힙스러운 래퍼가 되고 싶지 않아요. 힙스럽다는 건 아까 말했던 ‘힙찔이’처럼 외면에 치중해 힙합의 본질을 놓치 거예요. 성격도 그렇지도 못하고요. 힙스럽지 않은 사람인데 그게 유행이라고 해서 따라하면 거짓말인 거잖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게 가장 멋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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