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뉴스] ‘나 혼자 산다’ 혼자서만 살 수 없는 삶이라지만
[수다뉴스] ‘나 혼자 산다’ 혼자서만 살 수 없는 삶이라지만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8.09.28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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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사진=MBC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MBC ‘나 혼자 산다’는 지난 21일과 25일 추석 특집 방송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쌈디의 집에 모인 무지개모임 회원들이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고 윷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방송에서 기안84는 밥상에 둘러앉은 자신들을 두고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구조같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기안84의 한 마디를 ‘바람 잘 날 없는 나혼산 家’라는 상황극으로 받았다. 자막을 통해 무지개모임 회장 전현무는 ‘큰아주버님’ 그의 연인 한혜진은 ‘큰형님’ 요리 내내 장난을 치기 바빴던 이시언은 ‘초등생 조카’ 기안84는 ‘천재와 괴짜 사이’ 박나래와 쌈디는 ‘신혼부부’에 비유했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회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이날 출연자들에게 부여한 캐릭터는 최근 변화한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극명히 보여준다. 1인 가구 커뮤니티로서 모든 회원이 동등한 관계를 유지했던 무지개모임 회원들이 아침드라마에서 볼 법한 가족 구성원처럼 저마다의 역할을 갖게 된 것이다. 

현재 ‘나 혼자 산다’ 무지개모임의 고정 회원은 방송인 전현무·모델 한혜진·배우 이시언·웹툰 작가 기안84·코미디언 박나래·래퍼 쌈디 등이다. 여러 연예인을 거쳐 완성된 구성원으로, 얼마 전 합류한 쌈디를 제외하면 모두 1년 이상 ‘나 혼자 산다’와 함께했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진 만큼 우애가 돈독하다. 심지어 전현무와 한혜진은 연인 사이가 돼 지난 2월부터 공개 연애를 시작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전 출연진은 자주 회식 등 사적인 만남을 갖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나 혼자 산다’의 변화가 프로그램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일까? 

(사진=MBC 방송화면)
(사진=MBC 방송화면)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2013년 남자 연예인들의 싱글 라이프를 보여준 설특집 파일럿 ‘남자가 혼자 살 때’가 그 시작이었다. 당시 방송인 노홍철·가수 서인국·배우 이성재 등 TV 속 화려하게만 보였던 스타들의 자취 생활을 낱낱이 공개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연예인의 모습에 공감한 것이다.

당시 인기에 힘입어 ‘나 혼자 산다’라는 이름으로 재편, 정규 프로그램이 됐다. 이에 제작진은 프로그램 안에 ‘무지개모임’이라는 1인 가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나 혼자 산다’의 출연진은 무지개모임의 회원이 돼 서로의 자취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때에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힘을 합치는 모습은 보는 1인 가구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 무지개모임의 성격은 ‘나 혼자 산다’ 초기와 분명히 다르다.1인 가구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모두에게 열려 있던 과거의 무지개모임과 달리 최근의 ‘나 혼자 산다’는 고정 회원 다섯 명을 중심으로 연예계 사모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현무와 한혜진은 ‘나 혼자 산다’에서 연애 에피소드를 거리낌없이 털어놓고, 이 외에 출연자들은 방송 외의 만남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개하며 친분을 자랑한다. 제작진은 이러한 장면들을 쳐내는 대신 강조하는 방식으로 편집한다. 추석 특집에 나온 ‘바람 잘 날 없는 나혼산 家’ 상황극처럼 출연진 간의 관계를 캐릭터로 고착화해 내보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박나래는 기안84와 지난해 핑크빛 분위기를 형성해 인기를 끌더니 요즘에는 쌈디와 ‘썸’을 타는 상황을 연출한다.  

방송에서 맺어진 인연이 실제의 친목으로 이어지는 것은 나무랄 게 아니다. 오히려 비즈니스 관계에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애정을 갖는 사이로 발전했다는 점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하지만 문제는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는 제작진에 있다. 무지개모임 회원들 각자의 생활을 조명하는 것이 기본인데 최근의 ‘나 혼자 산다’는 주객이 전도됐다. 무지개모임 회원들이 단체로 여행을 가거나 만나는 모습의 비중도 늘고 있다. 그 속에서 출연자들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기존의 관찰 예능·여행 예능에서 나타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연자 조건을 1인 가구로 제한했던 ‘나 혼자 산다’만의 차별성이 사라진 탓이다. 

제아무리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세상이라지만 정말 혼자만 살 수는 없다. ‘나 혼자 산다’ 역시 바로 이같은 아이러니에서 출발한 예능임에 틀림없다. 관건은 그 사이의 중도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가 프로그램 초기처럼 1인 가구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면서 그들이 또 다른 커뮤니티에 일원으로 만나 생활하는 모습을 균형있게 그려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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