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임창정이 ‘임창정’을 만드는 법
[마주보기] 임창정이 ‘임창정’을 만드는 법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8.09.25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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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H미디어 제공)
(사진=NH미디어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1990년 영화로 데뷔해 지금까지 28년, 1995년 정규앨범을 내고 가수로 생활한지 23년. 임창정을 배우로 불러야 할지, 가수로 불러야할지 고민이 될 법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다. 심지어 지금은 자신만의 시나리오도 쓰고 있고 후배를 육성하겠다는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워놓고 있다. ‘임창정’이라는 이름 석 자가 지니는 묵직한 존재감을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다. 

“내가 정규앨범을 몇 장이나 가질 수 있을까 생각을 했어요. 이번 정규 14집 앨범도 나올 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기가 끝이 아닐 거라는 용기를 갖고 작업을 했어요. 내 팬들은 내 앨범만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노래만 해달라고 하는 분들이에요. 앨범이 완성되고 나서는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팬들에게 들려줬어요. 만족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때 내가 할 일은 다 끝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창정은 꼬박 2년 만에 정규앨범을 냈다. 정규 14집 앨범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에는 역시나 14개의 트랙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특히 제주도로 거주지를 옮긴 임창정은 이번에 새로 만든 작업실에서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나와 꾸준히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작곡가 멧돼지한테 이번에는 제주도로 내려오라고 했어요. 그게 더 효율적이니까요. 또 서울에서는 다른 일들이 자꾸 생기니 만들어 놓은 걸 복기할 시간이 부족한데, 제주도에서 작업하니 시간이 많아서 음악을 자꾸 보게 되고, 그러니 만듦새가 좋아지더라고요. 매듭이 잘 지어진 거죠. ‘이정도면 됐다’하고 넘겨짚는 게 아니라 고치고 또 고치면서 하고 싶은 방향으로 이끈 부분들이 분명 있죠. 그렇게 제주도에서 처음 탄생한 곡이 타이틀곡이에요”

(사진=NH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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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수록곡인 ‘나눠갖지 말아요’와 ‘이젠 그러려고’와 경쟁했다. 하지만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가 가장 반응이 좋아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이 곡은 임창정의 발라드 색깔이 느껴지면서도 알앤비(R&B) 장르와 심플한 편곡으로 변화를 준 트랙이다.

“악기소리 중 현악기만 리얼로 연주했어요. 베이스도, 피아노 한 대도 미디로 작업했죠. 내 노래 중에 이런 곡들이 드물어요. 새롭게 시도한 거예요. 그러면서도 곡의 색깔은 지키려고 했어요. 아마 지금 타이틀곡을 실제 악기로 연주를 한다면 예전과 같은 풍이 나올 거예요. 편곡으로 분위기만 좀 바꿔보려고 했어요”

이전 곡들과 변함이 없는 건 또 있다. 바로 임창정의 트레이드 마크인 ‘고음’이다. 그는 본인도 자신의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하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쭉 뻗는 시원한 보컬을 선사한다.

“이번 곡의 고음도 의도한 거냐고요? 아니요. 실수한 거예요. (웃음) 지난번 곡도 부르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노래방에서도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접근해 곡도 만들었는데 그게 타이틀곡이 안됐어요.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가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했어요. 허밍으로 불러보니 괜찮은 것 같아서 반키 낮춰서 녹음을 진행했거든요. 그런데 행사에 가거나 하면 라이브로 완창해야 한다는 걸 깜빡한 거예요. 녹음할 때는 마디마디 끊어서 부르니 노래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 거죠. 감정에 취해서 그걸 몰랐네요. 하하”

임창정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달라지는 자신의 목 상태를 거침없이 공개했다. 그 전에 스스로가 먼저 받아들인 것도 있다. 타고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약 30년에 가까운 연예계 생활을 해오며 닳게 되는 부분도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내 목소리가 예전처럼 단단하게 나오질 않아요. 예전에는 콘서트하면서 하루에 40곡씩 불러도 하루 만에 회복했는데 이제는 그게 안 되고요. 그게 속상하기는 한데 이상하게 노래하면서는 기분이 좋아요.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도 노래의 또 다른 힘을 느끼죠. 앞으로 이런 것들을 더 많이 알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NH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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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이 이야기한 ‘묘한 힘’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을 터다. 오랜 시간 노래와 함께 살아온 그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있다. 바로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임창정의 진심이다. 

실제로 그는 팬들이 원하는 고음을 내지 못할 것을 대비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악보를 통으로 외우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팬들의 만족을 떠나 본인의 자아실현 같은 욕심은 없냐는 말에 그는 “아하!” 싶은 현답을 내놨다.

“내 자아실현이 바로 그거에요. 종종 곡을 만들고 나서 ‘이걸 내가 만들었다고?’라며 만족감에 빠질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나 혼자만의 이야기죠. 그런데 이걸 들려주고 단 한 사람이라도 만족을 한다면 내 이야기가 인정받는 거잖아요. 그러니 그런 팬들의 반응이 나에게 있어 최고의 대가에요. 예전에 커뮤니티에도 이런 글을 썼어요. 내 노래가 1위를 못 했을 때, 이전과 달리 음원차트 줄세우기가 안 될 때였는데 순위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고요. 너희들이 좋다고 인정해줬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거기에서 나는 앨범을 또 만들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그런 것처럼 한 사람만 나를 좋아한다고 해도 난 노래를 만들 거예요”

내년부터는 제2의 임창정을 찾겠다는 그다. 단순한 아티스트 영입의 문제가 아니다. 굳이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가르치며 그들을 꾸준히 바라봐주는 눈이 되어주고 싶다는 게 마음 속 깊은 바람이다. 결국 임창정은 단순히 대중의 시선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게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만드는 법을 실현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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