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의 B레코드] 익숙함도 새롭게 만드는 '탐구생활'의 미학
[이소희의 B레코드] 익숙함도 새롭게 만드는 '탐구생활'의 미학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8.09.20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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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이소희 기자] #48. 금주의 가수는 탐구생활입니다.

(사진=탐구생활 제공)
(사진=탐구생활 제공)

 

■ 크랜필드에 이은 탐구생활의 비유법

탐구생활은 2017년 싱글 ‘불꽃들이 터지면’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싱글 ‘꿈꾸지 않아요’, 미니앨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에 이어 최근 싱글 ‘사랑숨’까지 발매하며 부지런히 대중과 만나고 있다.

탐구생활은 크랜필드로서 활동도 이어가는 중이다. 앞서 탐구생활은 2013년 11월 밴드 크랜필드의 이성혁(본명)으로 먼저 데뷔했다. 당시 정규 1집 앨범 ‘밤의 악대’를 낸 크랜필드는 두 장의 앨범을 더 냈다. 이후 멤버 박인, 정광수, 지수현이 팀을 탈퇴하면서 크랜필드는 이성혁의 1인밴드가 됐다. 혼자 팀을 꾸린 그는 지난 3월과 6월 ‘이별의 춤’ ‘나의 이름은’ 두 개의 싱글을 냈다.

(사진=탐구생활 제공)
(사진=탐구생활 제공)

“늘 평범하고 싶지만 같은 건 싫고/혼자이고 싶지만 외롭긴 싫죠” 탐구생활은 이 한 문장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강타한다. 탐구생활의 첫 번째 곡이자 대표곡으로 꼽히는 ‘불꽃들이 터지면’은 화려한 불꽃놀이 후 더 어둡게 느껴지는 밤에 대한 생각을 담은 곡이다. 그러나 노래는 쓸쓸하지 않다. 정확히는 쓸쓸한 감정을 밝은 희망으로 승화한다. 

곡 초반의 기타리프는 미니멀하지만 부드러운 결을 지녀 마음을 위로한다. 중반부부터는 소리가 확 다채로워지다가 끝 부분에서는 차분하게 여운이 남는 마무리를 짓는데, 마치 바깥의 불꽃은 졌지만 나만의 불꽃놀이는 시작됐다는 느낌을 준다. 내 안에서 터진 불꽃들의 끝에는 노래 맨 마지막에 나오는 “나의 날이 오겠네”라는 말처럼 허무함이 아닌 또 다른 빛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탐구생활 제공)
(사진=탐구생활 제공)

■ 깊은 통찰에 맞닿는 순수한 시선

탐구생활의 노래는 분명 심플한데 빈틈은 없다. 리드미컬하고 풍성하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가 크랜필드로서 활동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퍼즐은 맞춰진다. 탐구생활은 여전히 밴드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화려한 사운드로 동화적인 요소를 다뤄봤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현명하게 덜어내는 법을 안다.

탐구생활의 이성혁에게는 포크장르가 주는 편안함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자극적이지 않은 멜로디와 그에 얹어진 순수한 목소리 덕분이다. 힘을 빼고 물 흐르듯 유려하게 러닝타임을 매우는 소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멜로디는 자연스레 귓가에 스민다. 수채화 물감처럼 울려 퍼지는 소리들은 탐구생활의 분위기를 만든다. 이는 어느 하나 튀는 부분 없이 차근차근 목소리를 눌러 담는 보컬과 만나 착실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고음과 가성, 그리고 코러스를 더해 곡이 단조롭지 않게 만드는 스킬도 뛰어나다. 

또 탐구생활의 노래가 마냥 단순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통찰력에 있다. 탐구생활의 주제의식은 단편적인 에피소드에서 더 나아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향해있다. 그는 상황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상대의 침묵을 지켜보며 드는 수많은 생각들을 ‘걱정 많은 사람, 슬픔 많은 사람, 귀여운 사람, 웃음 많은 사람 등이 찾아온다’고 표현하거나(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까만 때와 잡념이 묻은 마음을 빨래하고 탈탈 털어 옥상에 널고 싶다’(빨래)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감정을 파고 든다고 하면 심오하거나 진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탐구생활의 시선은 오히려 엉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되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비튼 결과다. 그렇게 탐구생활은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시선의 깊이를, 모든 것을 처음 본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탐구’한다. 그리고 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깨끗한 소리들과 함께 노래를 빚어낸다.

(사진=탐구생활 제공)
(사진=탐구생활 제공)

■ 탐구생활 미니 인터뷰

▲ 이름이 탐구생활인 것도 노래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탐구생활은 무엇을 탐구하나요?

“그간 크랜필드라는 밴드를 통해 환상적이고 색채가 뚜렷한 음악을 해왔어요. 그래서인지 저에게는 음악으로 일상적인 표현들을 하는 일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장르적으로도 전혀 제약을 두지 않아서 마치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모든 과정이 생경하게 느껴졌죠. 그런 면에서 음악의 일상성과 일반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가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탐구생활의 노래는 단순히 단편적인 일상을 담는 데서 더 나아간 것 같아요. 평소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편인가요?

“물론이에요. ‘이쯤 되면 모든 것을 다 느꼈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에도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감정들은 계속 찾아와요. 어떤 감정이 찾아올 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그 느낌이 몸에 남아 있잖아요. 음악은 그 감정의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감정의 배경은 언어(가사)로 표현하는 것이고요

▲ 수수하고 담백하면서도 빛나는 비유들이 눈에 띄는데요. 탐구생활만의 비유법은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주로 쓰는 비유나 표현법은 분명 있겠지만 거기에 어떤 특징 있는지는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을 좋아하고, 그저 곡과 주제에 맞춰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표현을 할 뿐이죠. 다만 지금 널리 쓰이는 비유나 어휘들은 가능한 사용하지 않으려 해요”

▲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소리들이 자꾸만 노래를 듣게 합니다. 노래 분위기나 멜로디를 구상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들이 있나요?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들린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평소 곡을 쓸 때 멜로디에 엄청 시간을 쏟아 붓는 편은 아니에요. 멜로디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고, 다만 최초 나온 멜로디에서 거의 수정을 하지 않는 쪽이라고 할 수 있죠. 멜로디가 나오면 편곡을 통해 분위기를 구상하는데, 드럼이나 베이스 같은 리듬 파트에 신경을 많이 써요. (의외로 티가 나지 않지만요.) 기타나 피아노 같은 음이 높고 뚜렷한 악기들의 편곡은 항상 금방 끝나는데 리듬은 음악을 할수록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앨범 아트워크도 직접 하시잖아요. 아트워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나요? 

“아트워크도 노래의 일부에요. 물론 음악과 가사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노래의 일부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죠. 그래서 그 비중을 떠나 아주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보통 아트워크는 녹음을 마친 후 믹싱 과정 중에 작업해요. 미리 정해둔 이미지가 있을 때는 데모 과정에서 정해 버릴 때도 있고요. 데모나 녹음본을 반복해 들으며 음악의 느낌과 가사의 내용이 만나는 지점을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종이에 자유롭게 스케치하며 아이디어를 몇 가지로 발전시켜보고 바로 본 작업을 시작합니다. 아이디어의 성격에 따라 그래픽 작업이 될 때도 있고 사진 혹은 그림 작업이 될 때도 있죠”

▲ 남은 올해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 두 개의 싱글을 더 낼 예정이에요. 현재 작업 중인 포크 발라드 곡은 오는 10월 발매 예정이고요. 오는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싱글을 준비 중이에요. 탐구생활 통해 항상 따스하고 때로는 재미있는 음악 계속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즐겁게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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