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연, 캐릭터의 성벽을 허물다
차지연, 캐릭터의 성벽을 허물다
  • 한수진 기자
  • 승인 2018.09.1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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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 속 차지연(사진=CJ E&M)
뮤지컬 광화문연가 속 차지연(사진=CJ E&M)

 

[뷰어스=한수진 기자] “여배우가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겠다”

‘예쁘다’ ‘잘생겼다’와 달리 ‘멋있다’는 말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때론 이 한 마디에 예쁘다와 잘생겼다가 모두 포함되기도 하고 보다 넓은 의미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진짜 괜찮은 사람을 볼 때면 감탄사처럼 ‘멋있다’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차지연이 그렇다. 그를 둘러싼 모든 면이 조화롭다. 그래서 멋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맡은 역할에 따라 예뻐보이기도 하고, 잘생겨지기도 한다. 때론 연약하며, 어떨 땐 한없이 강인하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하나로 향한다. 묵직한 존재감이다. 공연에 임할 때면 차지연은 무대 그 자체가 된다. 그래서 그는 뮤지컬배우 중 단연 톱으로 꼽힌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위치를 또 멋있게 활용할 줄 안다.

웬만한 대작의 여주인공은 다 해본 차지연은 배역을 따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간의 출연작에서 보여준 실력이 보증수표가 된 덕분이다. 여배우들 중에서도 티켓파워가 강하고,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MBC ‘나는 가수다’에서 그저 임재범의 뒤에서 ‘워~’를 외치며 코러스를 넣었을 뿐이었음에도 강한 존재감으로 이슈가 됐던 그 모습 그대로다.

이력이나 실력에 대한 것들을 나열하다 보면 그는 이미 완성형 배우에 가깝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더 시도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족되어진 배우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창력이나 연기력도 사라지는 소모품이 아니니 그저 유지만 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차지연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이끈다. 특히 이 시도들은 자신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자신과 같은 이들을 위한 것이다. 

차지연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배우는 변신을 하려 해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욕을 먹을지언정 이렇게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있어야 후배들이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실제 국내 공연계는 주된 소비층이 여자다 보니 남자배우를 중심으로 한 극이 정착돼 왔다. 많은 공연관계자들도 애초 여자가 남자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차지연(사진=알앤디웍스)
차지연(사진=알앤디웍스)

 

차지연은 이러한 불공정 경쟁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첫 시작은 지난해 출연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다. 차지연이 극중 맡은 배역은 월하. 본래 남자배우들만 연기했던 캐릭터다. 그와 더블캐스팅된 배우는 정성화였다. 그 역시 뮤지컬배우 중에서도 톱 오브 톱으로 꼽힌다. 그런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같은 배역을 소화한 차지연은 조금의 이질감이나 주눅 없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보였다. 그 결과 정성화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며 호평을 이끌었다. 

물론 불편의 시선도 따른다. 여자가 남자캐릭터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그런 면에서도 차지연은 똑똑하게 여배우들의 길을 터주고 있는 셈이다. 굳이 남녀의 구분을 지은 캐릭터가 아닌 무성(無性)의 성향이 짙은 캐릭터부터 공략한 점이다. 월하를 연기할 때 차지연은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일부러 두꺼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는 11월 출연을 앞둔 뮤지컬 ‘더데빌’에서도 그렇다. 극중 배역 크로스를 오가는 차지연은 X화이트, X블랙 역을 연기할 예정이다. 남자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캐릭터였다. 차지연과 함께 캐스팅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도 모두 남자다. X화이트, X블랙은 무성에 가까운 캐릭터인지라 차지연의 활약에 따라 판도가 바뀔 여지가 높다. 앞서 ‘광화문연가’에서 해냈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차지연은 홀로 묵묵하게 여배우들을 위한 길을 조금씩 터주고 있다. 물론 자신의 길도 더 넓어졌다. 남다른 길 위에 서 있는 차지연의 최종 목표는 ‘헤드윅’을 연기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인터뷰에서 “‘헤드윅’은 정말 하고 싶었다”면서도 “남자로 태어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 들면서 갑자기 겁이 났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여자배우인 레나 홀이 헤드윅을 연기한 적이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차지연은 배역에 대한 성벽을 직접 허물어온 당사자다. 그의 발자취가 파격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때 ‘멋짐이라는 게 폭발한다’는 말은 오롯이 그의 것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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