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김윤진, 19년 만에 느낀 韓드라마의 현실
[마주보기] 김윤진, 19년 만에 느낀 韓드라마의 현실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8.09.17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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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진(사진=SBS 제공)
배우 김윤진(사진=SBS 제공)

 

[뷰어스=손예지 기자] 배우 김윤진이 19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SBS 새 주말특별기획 ‘미스 마, 복수의 여신(극본 박진우, 연출 민연홍, 이하 미스 마)’을 통해서다. 1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미스 마’ 촬영에 한창인 김윤진을 만나 오랜만에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소감과 작품에 대한 소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스 마’는 앞서 김윤진의 출연 소식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김윤진이 안방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배우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윤진은 2004년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드라마 ‘로스팅’에 캐스팅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로스트’의 시즌10까지 출연한 그는 2013년 ‘미스트리스’ 주연으로 발탁되며 미국 활동을 계속했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영화 ‘하모니’(2010) ‘심장이 뛴다’(2011) ‘이웃사람’(2012) ‘국제시장’(2014) ‘시간위의 집’(2017)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반면 드라마 출연작은 1999년 방영된 KBS ‘유정’이 끝이다. 유독 한국 드라마판에서 오랜 공백이 이어진 이유를 묻자 “출연 제의는 꾸준히 받았다”고 운을 뗐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보니 작품 사이 휴지기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한국의 미니시리즈는 촬영하는 데 4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틈을 낼 수 없었죠. 하지만 영화는 2~3개월 안에 촬영이 가능하고 내 일정에 맞추는 게 가능한 상황이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19년 동안 마음에 드는 드라마를 만나지 못했다기 보다 출연할 수 있는 스케줄이 되지 않았던 점이 큽니다. ‘미스 마’의 경우는 이전에 출연 중이던 ‘미스트리스’가 끝이 난 상황에서 연극과 또 다른 미국 드라마 출연을 조율하다가 대본을 받았어요. 읽자마자 작품에 확 반해서 모두 고사하고 ‘미스 마’를 선택하게 된 겁니다”

김윤진을 반하게 만든 ‘미스 마’는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여자 탐정 캐릭터 미스 마플의 이야기만을 모아 새롭게 각색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팬인데다 평소 능동적인 여자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는 김윤진에게 ‘미스 마’는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었다.

배우 김윤진(사진=SBS 제공)
배우 김윤진(사진=SBS 제공)

 

“‘미스 마’ 대본을 4회까지 받고 단숨에 읽었어요.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요. ‘미스 마플’을 변형한 ‘미스 마’라는 제목, 그 자체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죠. 원작에서는 미스 마플의 개인사가 나오지 않아요. 원작 속 미스 마플은 뜨개질을 즐겨하는 시골 할머니,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깊이 있는 이해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지죠. 어떻게 보면 원조 걸크러시 캐릭터예요. 그런데 내가 연기할 ‘미스 마’는 그의 개인사를 집어 넣고 한국화 시키면서 훨씬 더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어요. 대본이 정말 너무너무 좋아서 감탄했습니다. 이제 4회 마무리 촬영을 하고 있는데 대본은 10회까지 나왔어요. 작가님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극 중 김윤진이 연기하는 미스 마는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여자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치료감호소에서 지내다가 8년 만에 탈출한다. 이후 무지개 마을이란 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추리소설가 마지원을 만나 신분을 바꾼 뒤 진범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미스 마는 여러 사건과 얽히며 추리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인간적으로도 성장해 나갈 전망이다. 바로 이 점이 원작과 ‘미스 마’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원작에서 네 가지 정도의 사건을 재구성한 것으로 압니다. 원작은 미스 마플보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반면, 우리 드라마는 미스 마의 개인사가 큰 굴곡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미스 마의 연령대도 낮아졌고요. 공통점은 뜨개질을 한다는 거예요. 이 드라마를 위해서 뜨개질을 배웠습니다(웃음)”

원작 속 미스 마플은 주인공이지만 베일에 가려졌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작품에서 미스 마플의 전사(前事)를 설명하지 않는다. ‘미스 마’는 그런 미스 마플에 박진욱 작가의 상상력으로 살을 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설정의 추가가 주말극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막장 전개’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윤진은 “주말연속극의 세계를 잘 모른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도 “‘미스 마’는 16부작이고 2시간 연속 방송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시청자들에게 매주 한 편의 영화를 선사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가운데 김윤진이 또 다시 스릴러를 선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나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 여자 배우가 출연할 수 있었던 작품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윤진은 이날 선호하는 장르에 관한 질문에 “늦은 나이에 데뷔한 터라 말랑말랑한 멜로를 못 해봤다”고 털어놨다. “과거에는 특히 여자 배우들이 20대 초반에 멜로에 출연하다가 30대 초반부터 엄마 역할에 들어가는 추세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약 10년간 미국에서 활동하고 돌아온 김윤진에게 국내 연예계가 허락한 캐릭터는 주로 엄마 역할이었다. 그 속에서 보다 주체적인 엄마 역할을 찾으려고 하다보니 결국 스릴러와 같은 장르물에 연속적으로 출연케 된 셈이다.

“능동적인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일처리를 해주는 것을 보면 ‘여자도 잘할 수 있는데 꼭 남자에게 기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수동적인 캐릭터는 매력이 없어요. 그래서 조금 더 세 보이는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네요“

배우 김윤진(사진=SBS 제공)
배우 김윤진(사진=SBS 제공)

 

이날 김윤진은 미국과 비교해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미스 마’ 촬영장에서는 하루에 스무 장면을 촬영하는데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또 주 4일 촬영이 기본인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촬영 중 여유 시간이 없어 집안일을 돌보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현장에서 시민들의 통행을 위해 잠시 촬영을 중단하거나 장비를 치우는 모습도 생경했단다. 미국에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기 때문에 도로 등을 촬영하는 동안 완벽히 통제한다는 것. 김윤진은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퀄리티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거듭 엄지를 추켜세웠다.

“‘미스 마’를 촬영하면서 한 번 만에 OK 사인을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딱 한 번의 기회를 잡아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는 드라마 배우들이 내 롤 모델이 됐죠. 스태프들 역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제작이 진행되는 가운데 퀄리티 높은 화면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매일 감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이에요(웃음)”

이어 함께 출연하는 정웅인과 고성희·최광제를 비롯, 아역배우 최승훈 군에 대해 칭찬을 늘어 놓았다. 특히 정웅인의 몸 사리지 않는 열연과 최승훈 군의 순간 몰입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가 하면 신예 고성희와 최광제는 ‘미스 마’를 통해 새로 부상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내가 대한민국 배우인데도 TV 드라마 대표작이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미스 마’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김윤진의 드라마 대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려면) 본방사수가 중요합니다(웃음) 재미있는 대본, 그 스토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 매일 노력할 테니까요. 우리 드라마를 선택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지만, 6회까지 지켜봐주시면 ‘미스 마’에 중독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윤진의 복귀작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은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후속으로 오는 10월 6일 오후 9시 5분 첫 방송을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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