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의 B레코드] 시공소년과 박준하, 그 틈새가 열린다
[이소희의 B레코드] 시공소년과 박준하, 그 틈새가 열린다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8.08.06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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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이소희 기자] #41. 금주의 가수는 시공소년입니다.

(사진=유어썸머 제공)
(사진=유어썸머 제공)

 

■ 예전의 그 박준하, '시공소년'으로 탈바꿈하다

시공소년이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다면 박준하는 어떤가. 시공소년은 2014년 데뷔한 박준하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박준하는 미니앨범 ‘내 이름은 연애’로 데뷔 후 정규앨범 ‘달이 말라가는 저녁’, 싱글 ‘너라는 날씨’ ‘낯선 그녀’ ‘있지’ 등을 발표했다. 데뷔작을 빼고는 모두 2016년에 나온 곡들. 

이렇게 다작을 해오던 박준하는 지난해 9월 싱글 ‘원더(Wonder)’를 통해 ‘시공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긴 공백기를 가진 그는 기존의 음악과 사뭇 다른 공간감을 선사하며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직까지 대표곡은 박준하로서 냈던 ‘우리는 해피엔딩처럼 만났었지만’이다. 이 곡은 멜로디 자체는 참 다정해 보이는데 가사를 보면 좌절과 어둠으로 점철되어 있다. 해피엔딩처럼 만났지만 결국 슬픈 영화처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차분하게 받아들인다. 박준하는 노래의 스타일마다 보컬을 바꾸는 능력이 탁월한데, 여기에서는 좀 더 무겁게 소리를 누르는 느낌이 강하다. 

독특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붕 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것. 슬픈데 슬프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해서 더 슬픈, 그런 아이러니다. 리얼 스트링 사운드는 마치 위로를 하듯 무덤덤한 박준하의 목소리를 감싸 안는다. 동시에 그의 목소리는 하나의 스트링 악기처럼 아름답게 표현돼 일체를 이룬다.

(사진=유어썸머 제공)
(사진=유어썸머 제공)

■ 또 다른 세계의 탄생

박준하의 노래를 들으면 너그러운 마음씨를 지녔지만 어쩔 때는 까다로운, 차분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때로는 귀여운 위트를 지닌 상상 속 인물이 떠오른다. 이처럼 그의 노래는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박준하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운데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강단이 있다. 또한 조용하게 곡을 이끌어나갈 것 같던 멜로디는 매력적인 리듬으로 메워지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까딱거리게 되는 기분 좋은 감상을 선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듣기 편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노래이면서도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인지 박준하의 어쿠스틱 사운드는 들으면 들을수록 심플하면서도 꽉 찬 클래식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공소년으로서의 노래를 들으면 첫인상부터 다채롭다. 어쩌면 재미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박준하가 자신의 장르에 EDM을 결합했던 싱글 ‘나이트 드라이브(Night Drive)’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그때보다 훨씬 색깔이 선명해졌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전의 시도가 신선한 일탈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처 보여주지 않았던 박준하의 장난기가 튀어나온 느낌이다. 

보컬부터 다르다. 시공소년의 목소리는 이전의 것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납작한 편이다. 그런데 또 다른 구간에서는 공기를 좀 더 불어넣어 보다 가벼워진 소리들을 만들어낸다. 이전의 박준하가 반대의 요소를 한군데에 집어넣었다면, 이번에는 각각으로 분리한 뒤 이를 이어 붙였을 때 오는 시너지를 준다. 더 나아가 왔다갔다하며 소리를 다루는 시공소년의 노래는 그의 이름처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인상까지 준다. 

연주에 있어서도 색다른 지점이 있다. 이전에는 풍성하고 다정다감한 스트링이 돋보였다면, 시공소년의 노래에서는 좀 더 차가워진 것처럼 보인다. 그를 좋아하던 리스너라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감이지만 시공소년은 영리했다. 그는 특유의 무덤덤함과 차분함, 리드미컬함을 어느 정도는 그대로 이끌고 가며 안정감을 선사한다. 덕분에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은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

(사진=유어썸머 제공)
(사진=유어썸머 제공)

■ 시공소년 미니 인터뷰

▲ 이름을 두 개를 사용한다는 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었다는 개념으로도 받아들여져요. 또 다른 이름을 만든 이유가 뭔가요

“박준하로 발매한 1집 ‘달이 말라가는 저녁’은 다양한 장르를 담은 앨범이었습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의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기준점을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악기 간의 호흡과 재미를 중시한 ‘시공소년’, 기본적인 송라이팅에 집중한 ‘박준하’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담도 덜게 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어요”

▲ 각 이름으로서 내는 음악들은 저마다 특징이 다를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박준하’가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를 활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곡을 쓴다면, ‘시공소년’은 악기 간의 앙상블을 통해 영감을 얻곤 합니다. 앙상블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우연성, 그로 인한 즐거움이 음악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리듬과 유니크한 사운드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시공소년과 클래식한 부분을 ‘잘’ 만들려고 노력하는 박준하의 간극을 발견하시는 것도 듣는 분들에겐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 같아요”
 
▲ 가사나 멜로디나 분위기나 본인의 성격이나 취향 등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요. 자신의 어떤 면들이 어떻게 음악에 녹아드는 것 같나요

“하고 싶은 말을 돌려서 하거나 혼자 공상을 하며 혼잣말을 하거나 하는, 다소 ‘아웃사이더’로서의 모습을 담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 혼자이면서 동시에 함께 살아가잖아요. 그 안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그런 것들에 공감하시는 분이 어딘 가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가고 어떤 영향들을 줬으면 좋겠나요

“영향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부끄럽기도 하고요. 그저 묵묵하게 제 자리에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있다고 생각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 시공소년으로서 어떤 음악들이 나올까요

“시공소년 음악 자체가 제 안에 있는 것들 중 한 가지를 끄집어낸 것이기도 하고, 작업 역시 우연성에서 영감을 얻다 보니 저 역시 어떤 곡들이 나올지 기대가 돼요. 계속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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