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메시지에 울림을 더하다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메시지에 울림을 더하다
  • 노윤정 기자
  • 승인 2018.08.01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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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슈퍼문픽처스,PF엔터테인먼트)
(사진=슈퍼문픽처스,PF엔터테인먼트)

[뷰어스=노윤정 기자]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가 그리는 이야기는 올드하다. 극은 50대 기혼 여성과 20대 미혼 여성의 동거를 통해 여성의 임신과 출산, 그 이후 여성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담고 있는 메시지나 그걸 전달하는 방식이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원작 웹소설 ‘이별이 떠났다’의 저자인 소재원 작가가 직접 집필한 대본과 ‘내조의 여왕’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글로리아’ 등을 만든 김민식 PD의 연출이 이야기를 공감도 높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배우 채시라의 존재가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이별이 떠났다’는 자신의 이름이 지워지고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만 남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극 중 캐릭터들은 고루한 이분법적인 성역할을 답습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은 여성의 현실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문제제기한다. 이 안에서 채시라는 작품이 문제시하는 현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화자 역할을 한다.

극 중 채시라가 분한 서영희는 직장에 다니며 나름대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하며 당연하다는 듯 전업주부의 삶을 택한다. 결혼 후에는 ‘서영희’라는 이름대신 남편 한상진(이성재)의 아내, 아들 한민수(이준영)의 엄마로 불리며 살아간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상이다. 하지만 자신의 전부였던 가정은 한상진의 외도로 무너지고 서영희는 한민수의 여자친구 정효(조보아)를 만나기 전까지 집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서영희는 외도를 저지른 한상진과 김세영(정혜영)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강단을 보여주는 인물인 동시에 자신이 헌신하고 살아온 세월에 대한 피해의식을 가진 인물이다. 이렇게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인물을 채시라는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가고 있다.

‘이별이 떠났다’에서 채시라가 보여주는 연기는 다채롭다. 극 초반 채시라는 텅 빈 눈빛으로 스스로 세상과 단절된 서영희의 모습을 표현했다.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은 남편과 자신의 기대대로 살지 않는 아들을 대할 땐 악과 독기를 품은 모습이었다. 또한 채시라는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되길 택한 정효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나 극 후반부에 접어들며 상처를 극복하고 조금씩 주체적으로 변해가는 모습 등 캐릭터의 여러 면모를 자연스럽게 그렸다. 이러한 채시라의 열연은 극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사진=슈퍼문픽처스,PF엔터테인먼트)
(사진=슈퍼문픽처스,PF엔터테인먼트)

‘이별이 떠났다’ 속 채시라의 연기가 특히 빛을 발하는 부분은 바로 대사 소화력이다. ‘이별이 떠났다’의 대사는 문어체에 가깝다. 작품만의 독특한 울림을 가지고 있으며 일상적이지 않은 문학적 표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엄마. 이름이 뭐죠?”
“내 이름…”
“네. 부모님이 지어준 엄마의 진짜 이름. 부모님이 어떻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담고 지어준 그 이름이요. 희생뿐인 엄마 이름 말고”

‘이별이 떠났다’ 28회에 등장하는 서영희와 정효의 대화다.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둔 이런 문학적인 표현들은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동시에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만 어색해도 몰입도를 확 떨어트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별이 떠났다’의 배우들은 자칫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런 대사들을 유연한 연기로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가고 있는 채시라는 담백하면서도 힘이 있는 연기로 대사가 가진 울림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생도 있는 거야. 적어도 여자에게 결혼이란 건 그래. 과거만 남겨져. 현실과 미래는 존재하지 않아”(2회), “철저하게, 완벽하게 사라져. 네 인생 따위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엄마 역할만 이야기할 뿐이지. ‘남편이 나가서 고생하는데, 아빠가 힘들게 벌어오는데’라는 말들이 여자에게는 최면을 거는 주문과 같이 들려와. ‘엄마로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주문”(11회), “모든 엄마들이 딸에게 하는 소리가 뭔 줄 알아? 엄마처럼 살지 마. 네 모든 걸 다 바쳐서 살지 마”(35회)와 같은 대사들이 채시라의 입을 통해 나오는 순간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채시라의 연기력을 새삼 논할 필요가 있을까. 채시라는 지난 1984년 데뷔 이후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짙은 여운을 남기는 명품 연기를 선보여 왔다. 35년차 베테랑 배우 채시라가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대체 불가하다. 절제돼 있으면서도 폭발력이 있는 연기로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든다. ‘이별이 떠났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채시라의 관록이 바로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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