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앵무새] 그 책 속 여주들은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책 읽는 앵무새] 그 책 속 여주들은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8.05.0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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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 캡처)
(사진=영상 캡처)

[뷰어스=문다영 기자] 고전 속 여주인공들의 삶에서 우리가 얻을 건 뭘까. 아니, 그 이전에 고전 속 여주인공들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이긴 했을까?

페미니즘 희곡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이라크계 유대인, 전란을 피해 모국을 떠나온 이민자 등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서맨사 엘리스가 '여주인공이 되는 법'이란 책을 통해 고전 캐릭터들을 재해석한다.

저자는 '여주인공이 되는 법'에서 자신의 서른일곱 인생을 회고하며, 이제껏 자기와 동고동락해 온 고전 속 여주인공들의 삶과 사랑, 좌절과 성공을 되짚는다. 처음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년 시절부터 반항심으로 불타오르던 사춘기를 경유해 첫사랑의 속앓이와 힘겨웠던 사회생활,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늘 곁에 있었던 책 속의 여주인공들이다.

누구나 성장해 가면서 자기만의 역할 모델, 마음속의 영웅, 위대한 주인공을 모색하고 성실하게 간직한다. 저자도 애초엔 무시무시한 전쟁을 피해 용감히 영국으로 이주해 온 할머니와 어머니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았다가 동화 속 인어 공주와 빨간 머리 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작은 아씨들에게 매료된다. 

그러던 중 이상적인 결혼에 성공하는 엘리자베스 베넷, 자유로운 성 경험을 누리는 '레이스'의 여주인공들에게 빠지게 된다. 브론테 자매와 실비아 플라스가 창조해 낸 여주인공들을 비롯해 재치와 기지를 지닌 셰에라자드도 매료의 대상이다. 

(사진=책표지)
(사진=책표지)

서맨사 엘리스는 인생 각 시기마다 다른 조언을 들려주는 여주인공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비단 자신뿐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가 주인공으로 태어나는 게 아님을 역설한다. 끊임없는 고군분투 끝에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여성’으로서 서른일곱 해를 살아오며 지금껏 만나 온 여주인공들이 (수적으로나 역할 면에서나) 극히 제한돼 있고, 때로는 올바르지 못한 데다 부적당한 롤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는 점을 조명한다. 실제 고전 속 여성 인물은 부수적이거나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맨사 엘리스는 일종의 투쟁으로서 고전을 다시 읽으며, 그 속의 여주인공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읽고 보고 듣는 작품 속 여주인공들의 말과 선택은 한 여성의 삶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 있다. 본받을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발굴하고,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자신의 일부로 흡수하는 과정은 모든 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여주인공이 되는 법'은 수십억 여성들의 존재만큼 다양한 여주인공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당신이 주인공"이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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