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로 역주행, 노래가 아닌 '마케팅'으로 1위를 했다는 건
닐로 역주행, 노래가 아닌 '마케팅'으로 1위를 했다는 건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8.04.1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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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이소희 기자] 역주행.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요계에서는 깜짝 놀랄 이슈였다. 흔치 않은 일이었고, 그 파급력 또한 컸다. 그래서 ‘역주행한 노래는 좋은 노래’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론 역주행은 아직도 어려운 일이지만 예전에 비해 대중이 받아들이는 정도는 많이 익숙해졌다. 이제 대중은 눈앞에 놓인 차트에 순응해 무작정 따라가지 않는다. 동의할 수 없는 순위인 경우 체감하는 인기와 흥행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고, 역주행을 했다면 그 뿌리가 무엇인지 분석한다. 똑똑해진 대중은 나름의 근거를 토대로 ‘현상’ 자체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런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바로 최근 불거진 가수 닐로의 역주행이다. 닐로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곡 ‘지나오다’로 역주행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박수 대신 비난만 받았다. 대중은 트와이스, 위너, 빅뱅 등 대형 가수가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신인에게 밀린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이는 음원 사재기 의혹까지 이어졌고,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이하 리메즈)는 “바이럴 마케팅의 노하우”라고 해명했다.

소속사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바이럴 마케팅은 시대가 달라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PR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수많은 사업에 널리 퍼져 전문적으로 적용된 지 오래다. 가요계에서는 적절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실력은 좋지만 빛을 발하지 못한 가수들이 많이 발굴되기도 한다. 리메즈가 ‘노하우’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성과적인 측면에서는 닐로의 이름을 알리고 1위를 하는 등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사진=멜론차트 캡처)
(사진=멜론차트 캡처)

 

■ ‘닐로 역주행’이 인정 받지 못 하는 이유

그런데 왜 대중은 이번 닐로의 사건에 분노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바로 과정이 없고 결과만 있기 때문이다. 닐로의 사례는 바이럴 마케팅을 어느 정도까지 진행할지는 소속사의 선택이고, 판단은 대중의 몫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음원차트는 대중의 취향과 트렌드를 반영하는 지표다. 비단 수익구조만을 위한 장이 아니라,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영향을 미치는 구역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원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건 그만큼 대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듣기 좋은 노래’와 ‘1위를 한 노래’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 이유다.

바로 여기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분명 ‘지나오다’는 1위 곡인데, 닐로의 흥행을 실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닐로가 1위를 하고 나서, 그리고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야 그의 존재를 인식한 여론이 대부분이다. 더 황당한 점은 가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닐로는 생소한 가수다. 한 마디로 닐로가 떠오르게 된 과정은 없는데 ‘1위’라는 결과만 덩그러니 남은 셈이다.

■ 과정 없는 1위가 불러온 결과

세상에 좋은 노래는 많다. 웬만한 이들이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시대다. 닐로의 실력을 인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라는 건 없다.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부터 미미한 파동, 꿈틀대는 움직임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중이 역주행을 인정하고, 가수는 그 이후 뻗어나갈 수 있는 탄탄한 근거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닐로의 바이럴 마케팅이 진정한 성공을 거뒀는지는 의문이다. 가시적인 면에서 좋은 효과를 거뒀을지는 몰라도 가수로서 질 좋은 뿌리를 만들어내지는 못 했다. 분명 마케팅이라고 함은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좋은 점을 강조하고 홍보해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인데, 오히려 가수를 깎아먹는 결과를 불러왔다. 

때로는 사실(fact)보다 ‘진실(truth)’이 중요할 때가 있다. ‘사실’은 실제로 일어난 현상이고, ‘진실’에는 별개의 사실(text)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콘텍스트(context), 즉 맥락이 있다. 맥락이 없는 사실은 맹목적일 뿐이다. 리메즈가 바이럴 마케팅의 힘으로만 1위를 차지한 것은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이 될 수는 없다. 


바이럴 마케팅을 어느 정도까지 진행할지는 소속사의 선택이고, 판단은 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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