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공포증]④ ‘콜포비아’와 대중매체의 상관관계
[전화공포증]④ ‘콜포비아’와 대중매체의 상관관계
  • 강소영 기자
  • 승인 2018.04.12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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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마케팅(비대면 마케팅 방식)이 올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와 밀접한 ‘콜포비아(call phobia)’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콜포비아는 전화와 공포증의 합성어. 즉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의적, 타의적인 삶의 변화로 인해 타인과 접촉할 일이 없어지다 보니 통화와 같은 직접 대면이 공포로 변질된 것이다. 콜포비아가 우리 삶에 얼마큼이나 파고들었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폰' 포스터)
(사진=영화 '폰' 포스터)

 

[뷰어스=강소영 기자] 어릴 적 극장에서 공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배우 하지원이 잡지사 기자로 나오는 영화 ‘폰(The Phone)’이다. 주인공이 전화번호를 바꾸면서 전 번호 주인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공포심을 다뤘다. 

전화와 관련된 영화들은 많다. 주로 영화에서 전화의 존재는 사랑이나 친근함보단 죽음을 예고하거나 낯선 사람에게서 걸려오는 생경한 느낌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2006년작 영화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때’(When A Stranger Calls)는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간 여고생이 낯선 사람의 전화를 받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유발한다. 이 바탕에는 낯섦이라는 기조가 깔려있다. 

대중문화는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문명의 발달은 빠른 소통을 가능케했지만 반작용적인 부작용도 낳았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줄어들고 낯섦의 경계가 넓어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들고 다니는 핸드폰도 이 경계에 있다. 대중문화에서 핸드폰은 연결의 창구가 되기도 하지만 개인을 고독으로 몰아넣는 이중적 클리셰로 그려진다.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화, 혹은 소통을 이야기하는 아이템들이 늘어가고 있기에 핸드폰이라는 작은 물체는 꽤 큰 의미일 수밖에 없다.

■ 말하는→보는 고백 

 

(사진=영화 '좋아해줘' 포스터)
(사진=영화 '좋아해줘' 포스터)

 

콜포비아가 늘어나는 이유에 핸드폰의 영향이 빠질 수 없다. 문자와 SNS를 주로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듣는 고백이 아닌 보는 고백으로 바뀌는 신(新) 연애풍속도를 만들고 있다.

2014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마주보고 있어도 말이 아닌 문자로 사랑을 고백한다. 공효진은 조인성을 향해 핸드폰으로 “장재열(조인성)이 이사 가서 할 일”이라고 운을 띄운다. 이어 “1. 매주, 금요일에 지해수(공효진) 보기. 2. 밥 꼭 먹고, 잠은 의자 아닌, 용조에서 자기. 3. 쪽팔리지만, 너가 가는 게 너무 서운해 울 것 같아서, 문자로 말함. 잘가”라고 말한다. 대화로 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문자를 통해 고백한다. 

실제 연예인들의 사례도 있다. 가수 미나는 과거 SBS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해 지금은 남편이 된 류필립에 대해 “문자와 영상통화로 사랑을 키웠고, 고백도 문자로 받았다”고 말했다. SNS 소통을 그린 2016년작 영화 ‘좋아해줘’에서는 강하늘 이솜 커플이 이를 그린다. 우연한 만남 후에 SNS를 통해 대시하는 이솜의 모습은 현 상황을 제대로 보여준다. 또 귀가 들리지 않는 작곡가인 강하늘이 대화보다 눈으로 보는 소통에 익숙한 것은 이 세대가 갖고 있는 숙명과도 겹친다. 

반작용도 있다. 전화는 받지 않거나 끊으면 되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너무 많은 연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많은 소통에 치인 현대인들은 고립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반영한 것이 tvN 예능 ‘숲속의 작은 집’이다. 피실험자 소지섭과 박신혜는 제주도에 있는 외딴 숲 속에서 수도와 가스, 전기가 없는 숲 속 생활을 하며 평소 듣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감각을 느낀다. 이로 인해 잊고 지내던 ‘자신’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tvN '숲속의 작은 집')
(사진=tvN '숲속의 작은 집')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소통의 반작용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인들은 정상 감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너무 많은 소리,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다”며 “감각을 인지한 후 생각으로 넘어가는 감각 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고립을 불안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많은 연결점을 갖게 된 현대인들에게 자신이 잊고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를 종합해봤을 때, 콜포비아 현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말을 하지 않고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부분과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소통이 유발돼 콜포비아가 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결국 사회 흐름에 따른 현상을 거스를 순 없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동반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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