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공포증]① 일상 파고든 콜포비아 "전화가 무서워요"
[전화공포증]① 일상 파고든 콜포비아 "전화가 무서워요"
  • 한수진 기자
  • 승인 2018.04.12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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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마케팅(비대면 마케팅 방식)이 올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와 밀접한 ‘콜포비아(call phobia)’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콜포비아는 전화와 공포증의 합성어. 즉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의적, 타의적인 삶의 변화로 인해 타인과 접촉할 일이 없어지다 보니 통화와 같은 직접 대면이 공포로 변질된 것이다. 콜포비아가 우리 삶에 얼마큼이나 파고들었고,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한수진 기자] 직장인 A씨(여.28)는 2년간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콜포비아’ 때문이었다. 전화 업무가 주였던 그는 타인과의 대화에서 상처받기 일쑤였다. 낯선 이의 폭언에 눈물을 쏟은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부푼 꿈을 안고 사회에 입성한 그는 ‘콜포비아’라는 마음의 병만 얻게 됐다.

콜포비아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씨처럼 사회 경험을 통해 공포증을 갖게 된 이들도 있지만 변화한 사회적 풍토도 콜포비아를 만들어내고 있다. 굳이 전화통화를 하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된 탓이다. 실제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부터 음성통화량은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감소추세를 보였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올해 통화량 감소로 전화수익이 전년보다 4.5%나 감소했다. 이는 일반인들에게 통화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콜포비아를 앓는 사람들은 최대한 통화사용을 지양한다. 통화가 불가피한 상황엔 대사나 시나리오를 미리 작성해놓기도 한다. 그래야 두려움이나 떨림을 최대한 감출 수 있어서다. 반면 문자, 메신저, 메일 등을 통한 소통엔 적극적이다. 막연히 소통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 결과 핸드폰 이용 목적에 대해 ‘채팅과 메신저’를 꼽은 사용자가 79.4%를 차지했다. 전화통화를 위해 탄생한 핸드폰의 초기 목적이 아예 전환된 셈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전화, 문자나 메신저에 비해 통제감 떨어져"

콜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이 전화를 기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한 10∼20대들은 간접 소통의 일상화로 콜포비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지인과의 소통이 가능할 뿐더러, 음식 배달, 쇼핑, 심지어 택시까지 부를 수 있다. 스마트해진 핸드폰 덕에 말 한마디 안하고도 생활유지가 가능해졌다. 대부분 회사에서도 업무 지시나 동료와의 대화를 네이트온,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타의적으로도 통화나 직접 소통에서 멀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연세대 이동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인들은 간접적인 인간관계에 익숙하다. 전화는 대화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중간에 끊기가 힘들다.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서 통제감을 필요로 하는데 전화는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게 될 수 있다”며 “전화 자체도 직접적인 대인관계는 아니지만 문자나 메신저 보단 상호작용이 활발하다. 콜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이 이러한 상호작용 자체를 힘들어 하는 거다. 문자나 메신저는 스스로 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나가기 싫으면 이모티콘 쓰거나 말을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전화는 아니다. 원하지 않는 상호작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거다”고 설명했다.

포비아(혐오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선 “공포증은 불안 장애다.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는 거다. 이전의 관계에서 불편했던 감정이 생기면 이게 학습이 된다. 공포증은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봐 생긴다. 예상되는 불안이라든지 이전 경험으로 추측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이 교수는 이 같은 증상이 심각해질 경우 무기력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활의 편리함을 돕는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하지만 관계적인 측면은 오히려 퇴보 중이다. 콜포비아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뚜렷이 나타내는 변화의 시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대화 단절이 점점 심화됨에 따라 관계 인내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을 공포로 몰아넣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겠지만 공포에 맞설 수 있는 스스로 자각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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