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자꾸 도망치고 싶을까
우리는 왜 자꾸 도망치고 싶을까
  • 문서영 기자
  • 승인 2018.03.26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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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서영 기자] 눈앞의 현실에 짓눌려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들여다 볼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은 어렵고, 혼자 고민하다 보면 늘 쳇바퀴 같은 자문자답 속에 길을 잃기 일쑤다. 우리의 마음에 답이 없는 이유는 어쩌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별일 없이 마음이 힘들고,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마음에 무관심했기 때문은 아닐까.

마음 속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스스로도 모를 지경의 상태에 답을 해주는 이들이 있다. “젊은 정신과 의사들의 진짜 정신과 이야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발한 팟캐스트계의 신흥 강자 ‘뇌부자들’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다.

이들은 팟캐스트를 토대로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라는 책을 꾸려 냈다. 이제 막 자기 마음에 말을 걸기 시작한 다섯 명의 내담자와 그들을 돕는 다섯 명의 치료자에 관한 이야기다. 생애 첫 기억부터 시작해 발목을 잡는 현실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기저의 심리적 패턴을 알아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탈고를 미루는 시나리오 작가, 아이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초보 엄마, 술자리에서 갑작스러운 공황을 겪은 취업 준비생, 폭식을 하는 만화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성형외과 의사까지.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들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상처와 불안을 피해 일에서, 관계에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사진='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책표지)
(사진='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책표지)

이들의 치료자이자 ‘뇌부자들’을 만드는 김지용, 손정현, 오동훈, 윤희우, 허규형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만나 세브란스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나란히 수료한 십년지기 친구들이다. 대본부터 진행, 출연, 편집까지 철저히 ‘수공업’ 정신에 입각해 만든 ‘뇌부자들’은 1년 만에 열혈 청취자들의 팟캐스트 베스트 목록 순위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성장, 아이튠즈 2017년 출시작 가운데 최다 다운로드 수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뇌부자들’의 랜선 상담소에는 하루에 많게는 수십 통씩 메일이 쌓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뇌부자들’은 갈 곳 없는 마음들을 위한 ‘심리적 안전 기지’로 자리 잡았다.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역시 또다른 안전 기지다.

저자들은 2017년 3월부터 하루에 많게는 수십 통씩 쌓인 청취자들의 사연에 영감을 받아 각각의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그 사연들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마음의 습관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단서였고, 저자들은 그 단서를 토대로 답 없는 마음들에 타박타박 길을 터준다. 이 책은 그렇게 열어 온 길들이 무수하게 교차하고 엇갈리는 가운데 만들어진 마음의 지형도와도 같다.

다섯 명의 내담자가 다섯 명의 치료자를 만나 상담을 받는 과정을 다섯 꼭지의 짧은 소설로 구성했고,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내담자의 마음을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부록을 실었다. 사이사이 김보통 작가의 따뜻한 그림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와 위안을 선사한다. 뇌부자들  지음 | 김보통 그림 | 아르테(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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