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유기’ 화제작 수식어 뒤에는 무엇이 남았나
‘화유기’ 화제작 수식어 뒤에는 무엇이 남았나
  • 이소연 기자
  • 승인 2018.03.05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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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사진=tvN 제공)
화유기(사진=tvN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유난히 많은 악재를 겪었던 tvN 드라마 ‘화유기’가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평균 시청률 5%대에 머물렀다. 이전에 방영된 ‘비밀의 숲’ ‘명불허전’, 그리고 암흑기였던 ‘변혁의 사랑’에 비하면 꽤 괜찮은 성적이다. 

‘화유기’는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최고의 사랑’ ‘빅’ 등 인기작을 써낸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차승원과 오연서, 그리고 무엇보다 군 전역 후 처음으로 작품에 나서는 이승기가 주축이 됐다. 특히 올바르고 착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이승기는 이번 작품에서 터프하고 까칠한 캐릭터를 맡아 복귀작으로서 궁금증을 더했다.

하지만 ‘화유기’의 행보는 불안했다. 드라마는 캐릭터 소개 티저 중 우마왕(차승원)의 영상이 영화 ‘콘스탄틴’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드라마 측은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을 오마주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논란이 일고난 뒤에야 원작자에 허락을 구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혀 탐탁지 않은 여론을 이끌었다.

이후에는 더욱 심각했다. CG작업이 덜 입혀진 장면과 와이어에 매달려 있는 배우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고작 2회 만에 벌어진 이례적인 사고는 당시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했을 정도로 충격을 줬다. 여기에 제작진의 추락사고와 관련한 진실공방까지 겪었다. 그렇게 판타지 드라마인 ‘화유기’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모든 걸 떠나 작품 퀄리티 측면에서는 재정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화유기’는 방송사고 이후 더 나은 방송을 위해 결방까지 단행했다. 아직 방송 2회차인 사실은 오히려 앞으로 반등할 수 있는 여지이기도 했다. 

화유기(사진=tvN 제공)
화유기(사진=tvN 제공)

 

■ 중심 스토리 부재에 지루한 반복까지

하지만 정작 ‘화유기’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형성하지 못하며 갈팡질팡했다. 이야기는 너무나도 평이하게 흘러갔으며 중심축은 엉뚱한 곳에 쏠려 있던 것이 문제였다.

‘화유기’의 메인 스토리는 손오공(이승기)이 진선미(오연서)를 만나 운명이 뒤바뀌고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그 뒤를 잇는 서브 스토리는 좀비소녀(이세영)와 얽힌 이야기이다.

하지만 손오공과 진선미가 호흡하는 과정은 “내가 진선미를 사랑하는 이유는 금강고 때문이야” “손오공이 날 사랑하는 건 진짜가 아니겠지?” 입장을 반복하는 게 끝이었다. 진실한 사랑에 대한 확신과 불안을 오가며 불거지는 긴장감이 두 주인공을 아우르는 감정선의 전부였다. 그 때문에 마치 어린이 영화 같은 단순한 흐름에서 나오는 유치함을 지울 수 없었다.

작품은 이를 타파하기 위한 요소로 손오공과 진선미가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운명을 갈등요소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위기를 겪는 서로를 구하며 사랑을 확인하는 단순한 반복일 뿐이었다. ‘화유기’는 주인공이 사랑에 빠질만한 이유로 금강고로 삼았다. 드라마는 여기에만 의지한 채 더 나아가지 못하고 구체적이 설득력은 제시하지 못했다.

최종회에서는 손오공과 진선미가 만나 사랑을 확인했지만, 진선미는 이미 죽은 몸이었기 때문에 그를 떠났다. 전형적인 열린 결말이다. 시청자에게 결말을 상상하게끔 하려면 앞선 방송분에서 차근차근 쌓아 올린 이야기와 감정이 있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 ‘화유기’는 어설프게 이야기를 봉합하며 여운을 남기지 못했다.

화유기(사진=tvN 제공)
화유기(사진=tvN 제공)

 

■ 주객전도 야기한 밋밋한 주인공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사랑싸움은 점차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캐릭터 역시 자연스럽게 납작해졌다. 자신의 아픔을 대놓고 드러내며 사랑해달라고 말하는 진선미와 이를 바라보며 츤데레처럼 굴다가 혼란스러워하는 손오공은 서로에게 끌려 다니며 수동적인 자세만 취했다. 

이들을 배경으로 달라지는 거라곤 매 회 등장하는 퇴마 에피소드 뿐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야기는 없고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것들만 흘러간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극이 후반으로 향하면서 좀비소녀로 중심이 쏠린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송이 시작된 이후로 입체적인 캐릭터와 살아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좀비소녀밖에 없었다. 손오공과 진선미는 끝까지 캐릭터의 변화를 겪지 못하며 미미한 감정선만 따라갔다. 반면 좀비소녀는 죽었다 살아나고, 스스로 위기 상황을 만들고 모면하며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설상가상으로 좀비소녀가 ‘아사녀’로 둔갑하면서 그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그는 최종회까지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리며 활약했다. 더 나아가 저팔계(이홍기)와 스토리도 형성하며 영역을 넓혔다. 서브 캐릭터가 너무 커져버린 탓일까, 아니면 주인공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해 더욱 돋보인 것일까. 어찌됐든 ‘화유기’가 20회 동안 보여준 가장 큰 임팩트는 좀비소녀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였음은 여전하다.

연이은 악재에도 시청자들은 기대를 품었다. 드라마에 중요한 건 결국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우들도 구멍 없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렇게 기대를 거듭했건만, 결국 ‘화유기’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가장 큰 화제작이었던 ‘화유기’는 오히려 작품에 있어 숫자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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