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시간 근무, 달콤한 꿈 뒤의 씁쓸함
주 4시간 근무, 달콤한 꿈 뒤의 씁쓸함
  • 문서영 기자
  • 승인 2018.02.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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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서영 기자] 한창 즐거울 때였다. 일을 해나가는 성취감에 취해 살았다. 그 와중에 유부녀인 나는 출산을 하게 됐다. 조기 진통으로 인해 강제 휴직에 돌입한 직후엔 현모양처로 살아도 되겠다 싶었다. 출산을 하고 육아 휴직을 더 갖자니 회사에 민망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꼬물꼬물 말 못하는 아이를 돌보며 지내다 일손이 부족한 선배가 제안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덥썩 물었다. 이렇게 살기 위해 대학을 나왔나 싶어 등록금이 좀 아깝다 싶을 즈음이었다. 아이가 규칙적으로 밤잠을 자기 시작한 덕에 가능한 도전이기도 했다. 남편이 늦는 몇몇 날은 자다 보채는 아이를 업고 일을 하기도 했다. 꼬물이가 커 어린이집에 가고 나니 낮시간이 아까웠다. ‘하루에 딱 4시간 정도만 일할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조금 더 알차질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주변에 도와주는 이 없이 독박육아를 하는 나는 불편한 조건들을 한아름 안고 있는 탐탁지 않은 경단녀였다.

다행히 근로자로 불편한 조건들을 가득 안고서도 일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즐거우면서 알찬 인생을 살면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이자 아내가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인 걸까 싶은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유혹적인 책일 수밖에 없었다.

하루 14시간씩 일하던 팀 페리스는 이미 창업을 한 상태였고, 일에 잠식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그 틀을 깨고 나온 인물이다. 팀 페리스가 말하는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하루가 아닌 ‘주 4시간’을 뜻한다. 이게 가능할까? 자신의 인생이 일에 짓밟혔다는 걸 깨달은 그는 주저없이 불필요한 업무를 버렸고, 고정된 책상 앞을 떠났다. 직원들에게 상세한 지침과 권한을 줌으로써 자신이 개입해야 할 지점을 줄였고 원격비서를 둬 자신이 할 일을 줄였다. 꼼꼼한 계획표를 작성해 인생의 즐거움과 이를 뒷받침할 수입까지 동시에 해결했다. 그렇게 주 4시간만 일하고 자신의 삶을 되찾았다. 남들은 은퇴 후에나 꿈꿀만한 삶을, 돈을 벌면서 살아가는 이른바 ‘뉴리치’다.

(사진='나는 4시간만 일한다' 책표지)
(사진='나는 4시간만 일한다' 책표지)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자신과 연관된 일을 다 하려는 의무감과 욕심을 버리라 말한다. 꼼꼼한 계획표를 작성해 하루와 인생을 짜 맞추고 철저한 자기 관리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언젠가’라는 말이 얼마나 달콤하고 위험한 자기변명인지를 일깨운다. 알 수 없는 30년 후를 위해 지금을 버리는 짓은 어리석다는 일침은 일상에 마비된 정신을 깨어나게 한다.

그러나 ‘나는 4시간만 말한다’에 담긴 저자의 가이드에는 현실 불가능한 지점들이 많다. 단적으로 ‘주 4시간만 일한다’는 것은 현금과 시간, 그리고 빛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가능한 꿈이다. 저자 역시 막대한 거액은 아니지만 꿈을 실현할 현금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들이 먼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도 있어야 한다.

만약 특히 별다른 창업 아이템이 없다면? 저자는 주저없이 원격근무를 요청하라 조언한다.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아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상사를 설득하고 스스로 증명해낸다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조언이다.

현실은 어떤가. 지금 내가 속한 팀의 상사, 내가 소속된 회사 분위기를 떠올린다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좇기도 벅찬데 원격근무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인가? 현실적으로 말을 꺼내볼 용기도 나지 않을 이들이 대부분일 터다. 더욱이 원격근무 자체가 불가능한 직종도 많기에 팀 페리스식 라이프 스타일을 따르려면 현재의 일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너무도 유혹적인 제목으로 독자의 눈길을 끄는 책이 드러내는 한계다. 실제 독자들 중에도 자신의 가능성과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며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이가 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는 이들도 많다. 이 책은 개개인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실천법에 있어서는 배울만한 점이 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조언은 불필요할 뿐이다. 만약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창업을 한 상태의 독자라면 그렇지 않은 독자보다는 얻어갈 부분이 훨씬 많다.

368쪽의 책이지만 무겁지는 않다. 시원시원하고 확신에 찬 저자의 어투는 가독성을 높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황에 따라 개개인별로 읽기 수월한 책이 될 수도 있고 중간에 내려놓는 책이 될 수도 있다.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건너뛰고 스스로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나 받아들일 만한 점들만 골라 읽는다면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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