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사랑을 대하는 절실함…'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창작과 사랑을 대하는 절실함…'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 김동민 기자
  • 승인 2018.01.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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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김동민 기자 기자] 위대한 예술 작품일수록 예술가의 깊은 고통과 번민 속에서 탄생한다. 이 명제를 사랑에 대입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이루어지는 로맨스는 어딘가 절실함이 덜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고난과 역경 없이 거머쥔 사랑은 제삼자 입장에서는 감동 따위 없는 그저 그런 이야기로 들릴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창작과 사랑에 대한 절실함을 동력으로 삼는다. 각자 나름의 약점을 지닌 두 주인공을 중심에 둔 채 음악이란 공통분모 위에서 퍼즐 조각처럼 조금씩 맞춰지는 이들의 진심을 다룬다. 주인공은 바로 몇 년 동안 무료하고 고독한 일상을 보내 온 남자, 그리고 이런 남자의 고요한 삶에 작은 돌멩이를 던져 물결을 일으키는 소녀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앞서 '태양의 노래'를 연출한 코이즈미 노리히로 감독과 신예 여배우 오오하라 사쿠라코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태양의 노래'에서 신예 싱어송라이터 ‘유이(YUI)’를 발굴해 낸 감독답게 오오하라 사쿠라코는 ‘포스트 유이’로서 손색이 없다. 5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그는 풋풋한 ‘과즙미’는 물론 당차고도 맑은 보이스로 귀를 제대로 호강시켜 준다. 거리의 풍경과 배우의 노래를 서로 절묘하게 녹여내는 감독의 능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영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스틸컷 (사진=영화사 빅)
영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스틸컷 (사진=영화사 빅)

영화는 음악과 비즈니스, 그리고 첫사랑을 굵직한 소재로 두고 다각도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남자 주인공 아키(사토 타케루 분)는 ‘히트곡 제조기’라고 할 수 있는 베일에 싸인 스타 작곡가, 여주인공 리코(오오하라 사쿠라코 분)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꿈꾸는 가수지망생이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갖게 되고 나아가 음악적으로 교류하게 된다. 이 와중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를 관객 앞에 펼쳐 보인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관객에게 스타와 인디 뮤지션 사이에서 대중음악을 대하는 남다른 시사점을 던져준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음악을 하며 행복했던 아키, 그런 아키의 열정을 되살리고 그의 길을 뒤따르게 되는 리코의 모습이 그렇다. 아키는 자신이 만든 밴드 ‘크루드플레이’ 작곡가로서 기획사로부터 히트곡 ‘납품’을 종용받는 일상을 살아간다. 이에 반해 리코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거리 공연을 이어가며 작지만 소중한 뮤지션의 꿈을 키워간다.

이런 두 사람의 상반된 음악 활동은 각각 거대 자본에 잠식된 메이저 음악 산업과 인디 음악계를 대변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이 와중에 영화는 ‘누구나 언제든 손쉽게 들을 수 있는 가요 소비 행태를 교묘하게 풍자한다. 대신 달랑 어쿠스틱 기타 하나와 기교라곤 없는 소녀의 목소리를 정성들여 담아낸다. 인디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한가득 느껴지는 지점이다.

영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스틸컷 (사진=영화사 빅)
영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스틸컷 (사진=영화사 빅)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를 두고 로맨스이기에 앞서 뮤지션들의 성장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주인공들은 기타를 튕기고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영감을 받아 멜로디를 짓는다. 이를 바탕으로 조금씩 음악을 완성해나가는 장면들은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처럼 느껴진다. ‘진심’과 ‘창작’을 다루는 영화의 세심한 연출은 과감한 편집으로 한층 더 빛을 발한다. 극중 두 주인공이 음악을 듣거나 부르는 주요 장면에서 정작 오디오를 배제하는 선택을 통해서다. 닫힌 문 뒤에서나 헤드폰 밖에서 들리지 않고 보이기만 하는 음악은 궁금증을 키우고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커다란 울림을 준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일견 할리우드 영화 '비긴 어게인'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영화 '미녀는 괴로워'을 연상시킨다. 음악 자체와 음악인의 순수성을 한꺼번에 드러내는 장르 공식을 따르며 음악 자체와 뮤지션의 순수성을 한꺼번에 다뤘다는 점에서다. 아키와 리코 두 주인공의 음악을 향한 꿈과 이들이 부딪치는 현실 사이에서 결말을 향해 치닫는 서사. 이는 우리 각자의 삶과 묘하게 닮아 있는 청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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