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독히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다"
"나는 지독히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다"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8.01.2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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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 캡처)
(사진=영상 캡처)

[뷰어스=문다영 기자] “그래도 날 사랑해줄 건가요?”…눈이 세상의 소음을 뒤덮은 밤 두 남녀는 만났다. 연인이지만 분위기가 미묘한 두 남녀는 눈앞에 있는 서로에게 그간의 속내를 모두 털어놓진 못한다. 그러나 부끄러워하는 여자와, 말없이 그녀의 손을 쥔 남자에게 그닥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다.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숨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들. 점점 거세지는 폭설 속에 아주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다시 이별한다. 그러나 이번의 이별은 함께 있을 수 있기 위한 잠깐의 이별일 뿐일까. 두 사람은 함께 할 수 있을까. 지독히도 못생긴 여자와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이 연인의 앞날은 행복할 수 있을까.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세상 모두가 괄시하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스무살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못생긴 엄마의 헌신에 무명 배우에서 톱스타가 된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10살 연하 사업가 여성과 결혼을 발표한다. 자신과 엄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고, 청년은 자신을 아버지가 싸놓은 똥 정도로 여기게 된다. 하루 하루 의미 없이 살다 백화점 주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은 의문의 권력을 가진 아르바이트생 요한을 만나고, 그녀를 만나게 된다. 모두가 외면하는 추녀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던 청년은 어느 순간,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가 의심하고 주저하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마음이 닿는 그 순간을 기다리려 한다. 세상은 잘생긴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녀 역시 청년을 사랑하게 됐지만 지금껏 조롱당했던 인생에서 얻은 것이 없다는 현실에 청년에게서 도망치고 만다. 두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되지만 운명은 다시 두 사람을 뒤흔들어 놓는다.

(사진=예담)
(사진=예담)

작가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처연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흔한 키스 장면 하나 없이도 두 사람의 관계는 처절하도록 절절하게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러나 이 두 사람만의 이야기를 담았다기엔 아까울 정도로 요한과 이들 두 사람의 관계는 남다르다. 작가는 물질 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 등 현실의 작태에 예리한 칼날을 들이댄다. 이 이야기들은 주로 요한과 청년의 대화에서 다뤄지면서 요한이 두 사람 이상의 비중을 갖도록 만든다. 단지 스무 살 청년의 다소 ‘특이한’ 사랑만을 조명했다면 이 소설은 스테디셀러가 되지는 못했을 터다. 우리가 살며 그냥 지나쳐 온 인생의 지점들에 대해 끝없이 논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요한과 청년의 대화는 스무살의 사랑과 양 축을 이루며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상실감을 안고 세상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세 사람의 끈끈한 유대 관계는 사랑을 넘어서기까지 한다. 남성 2명에 여성 1명. 이러한 등장인물의 비중이 언제나 삼각관계로 치닫는 것을 떠올리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속 요한과 청년, 그리고 그녀는 신성하기까지 한 관계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존재들이다. 외모에 대해 인지하게 되는 유아기부터 줄곧 외면받고 버림받고 상처받는 것에 익숙해져 살아온 그녀, 어머니의 자살과 인정받지 못하는 가족 구성원 안에서 “나는 실패작”이라고 곱씹는 요한, 아버지의 상실을 겪어낸 어머니를 지켜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끝없이 고민했던 스무살 청년. 모두가 깊은 상처가 있었기에 서로의 외면이 아닌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고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는 그런 관계는 독자로서 부러울 정도다.

작가는 긴 글 내내 힘을 잃지 않는다. 잔잔하고 무심한 듯 담담하지만 세 사람의 뜨거운 마음은 독자에게까지 가 닿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작가는 결말에 이르러 마지막 힘을 쏟아내듯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중 삼중 구조로 열어 둔 결말은 독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더불어 작가가 얼마나 이 세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가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진=예담)
(사진=예담)

이 겨울이 가기 전, 아직 뽑지 못한 사랑니가 욱씬거리듯 첫사랑이 떠오르는 어느 밤 읽어보기를 권한다. 420쪽에 달하지만 몰입도가 높기에 세밀하고 애틋한 감정에 푹 빠져들게 된다. 두껍지만 가방에 넣기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한가지, 스페셜 에디션보다는 CD가 들어 있는 판본을 사기를 권한다. 소설 내내 함께 흐르는 곡들을 들으며 읽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읽는 동안 쉽사리 와닿지 않는 추녀의 이미지를 책표지에서 볼 수 있다. 명화 속 왕녀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시녀의 모습은 추녀를 사랑했던 청년의 순수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스페셜 에디션에는 이 이미지가 없이 예쁜 핑크색 표지니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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